(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의 주전 경쟁에 빨간불이 켜진 게 확실해졌다.
이강인이 또다시 교체로 줄전해 짧은 시간을 소화했다. 이번에는 고작 15분만 뛴 이강인이다. 직전 경기였던 스타드 브리오샹(4부리그)과의 쿠프 드 프랑스 8강에서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발이 아닌 교체로, 그것도 정말 짧은 시간을 뛰었다.
구단에서는 이강인의 컨디션에 대해 완전히 함구하고 있다. 브리오샹전을 앞두고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이 실내 훈련을 소화했다고 전했지만, 정작 이강인의 몸 상태가 어떤지는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팬들의 속만 타는 상황이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파리 생제르맹(PSG)은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LOSC릴과의 2024-25시즌 프랑스 리그1(리그앙) 24라운드 홈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PSG는 릴전 승리로 리그 5연승에 성공하면서 승점 62점을 마크, 리그앙 선두를 질주했다. 2위 올랭피크 마르세유(승점 46)과의 승점 차는 이미 16점으로 크게 벌어진 상태다.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PSG는 이대로 리그앙 트로피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PSG는 전반 6분 만에 터진 브래들리 바르콜라의 선제 득점을 시작으로 전반전에만 네 골을 터트리며 일찍이 승기를 잡았다. 페널티지역 가운데서 동료의 패스를 받은 바르콜라는 침착한 슈팅으로 공을 릴 골문 하단 구석에 꽂아 넣으며 PSG에 리드를 안겼다.
추가 득점도 이른 시간 터졌다. 전반 22분 센터백 마르퀴뇨스가 PSG의 코너킥 상황에서 데지레 두에가 올린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릴 골네트를 갈랐다.
이어 전반 28분에는 주앙 네베스의 침투 패스를 받은 PSG의 에이스 우스만 뎀벨레가 세 번째 골을 뽑아냈다. 뎀벨레는 페널티지역 안에서 골문 좌측 하단 구석으로 향하는 정교한 슈팅을 쏴 자신의 리그 18호 골을 만들어냈다.
PSG의 화력쇼는 계속됐다. 전반 37분에는 두에가 페널티지역 오른편에서 오른발로 찬 공이 그대로 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스코어가 4-0으로 벌어지면서 일찍이 경기의 승패가 정해진 모양새였다.
후반에도 경기를 주도하며 릴에 찬스를 허용하지 않은 PSG는 비교적 이른 시간 교체카드를 사용해 선발 출전한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신경 썼다. 후반 17분 양쪽 풀백인 아슈라프 하키미와 누노 멘데스가 윌리안 파초, 워렌 자이르 에머리와 교체됐고 이어 뎀벨레 대신 비티냐가 투입됐다. 네베스도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교체되어 나왔다.
후반 32분에는 두에가 빠지고 이강인이 들어왔다. PSG는 후반 35분 조너선 데이비드에게 한 골을 실점했지만 데이비드의 득점은 승패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강인은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경기장 위에 머물다 자신의 시즌 24번째 경기를 마쳤다.
팀은 승리했지만 이강인은 기뻐할 수 없었다.
출전 시간 때문이었다.
이강인은 지난달 24일 올랭피크 리옹과의 경기에서도 단 16분만 소화한 데 이어 이번 경기 역시 15분만 뛰면서 두 경기 연속 교체로 출전해 20분을 채 채우지 못했다. 브레스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포함하면 3경기 연속 교체 출전이다.
직전 경기였던 브리오샹과의 컵 대회에서 결장하면서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기에서조차 선발로 출전하지 못하고 단 15분만 소화하는 모습은 이강인의 주전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구단은 물론 현지 언론들도 이강인의 부상에 대해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고 있어 더욱 그렇다.
특히 이강인은 2025년 새해가 밝은 뒤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몇 차례 선발로 출전하기는 했으나 풀타임을 뛴 건 1월 생테티엔전과 지난달 브레스트전이 유이하다. 대부분의 경기는 선발이 아닌 교체로 출전하고 있는데, 교체로 출전해 소화하는 시간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바라봤을 때 겨울 이적시장에서 나폴리를 떠나 PSG에 합류한 크바라츠헬리아와 최근 경기력이 올라온 두에와의 경쟁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 크바라츠헬리아는 뎀벨레와 바르콜라가 활개치는 와중에도 꾸준히 출전 시간을 확보하고 있고, 두에는 이전에 비해 출전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두 선수의 경기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전만큼 뛰지 못하고 있는 선수가 바로 이강인이다.
엔리케 감독이 로테이션을 중시하는 지도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세 경기를 합쳐 고작 60여분을 소화하는 데 그친 이강인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게 보인다. 이강인이 20대 초반의 선수라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강인은 이제 주전 경쟁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아야 하는 나이가 됐다.
지금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안 되는 이유다. 경미한 부상이 있다면 하루빨리 회복해 훈련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기회가 오면 엔리케 감독의 눈에 들어 점차 다시 출전 시간을 늘려야 한다.
당장 다음 경기인 리버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이강인이 기회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버풀이 현재 프리미어리그(PL) 선두를 달리고 있고,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도 1위로 통과하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PSG는 최정예로 선발 명단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강인이 이 명단에 포함되는지가 관건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