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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학교 할머니들,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로 생애 첫 뮤지컬 관람

기사입력 2025.02.21 10:36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문해학교에 다니며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의 실화를 무대에 옮긴 창작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에 실제 문해학교 학생들이 다녀갔다.

지난 2월 19일 오후 7시 30분 열린 이번 초청 공연에는 전국 문해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문해교육 기관 관계자 총 300여 명이 참석해 특별한 감동을 나누었다.

문해교육이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성인들이 글을 배우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전국 기초자치단체 및 비영리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성인 문해교육을 지원하고 있으며, 매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을 개최하고 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의 주요곡인 ‘닭’과 ‘내 이름 이분한’은 시화전 수상작 ‘무서운 손자’(강춘자), ‘내 이름은 분한이’(권분한)의 시구를 가사로 삼아 만들었다.



이번 초청 행사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마련한 자리로, 문해교육을 통해 새로운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성인 학습자에게 공연을 통해 감동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많은 학습자들이 공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관별 10명 한정 선착순 신청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빠른 마감 속에서 문해학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작사 라이브는 환영의 뜻을 담아 문해학교 단체 관람객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

공연 전에는 극 중 등장하는 믹스커피와 옛날 알사탕 등이 담긴 추억의 간식을 증정하였다. 문해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함께 마시던 믹스커피와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알사탕은 학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자연스럽게 공연 속 이야기와 연결되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본 공연이 끝난 뒤에는 스페셜 커튼콜이 진행되었다. 관객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글자를 배워서 좋은 이유를 열거하는 노래 ‘글자를 배우니’를 재연했다.

이어서 응원봉을 흔들며 대표곡 ‘우리는 가시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커튼콜을 진행해,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는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이날 극장을 찾은 문해학교 할머니 학생 대다수는 난생처음으로 뮤지컬을 접했다. 공연을 관람한 한 문해학교 학생은 “이 나이 먹고 공부하는 게 처음에는 창피했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학교에 다니니까 이렇게 뮤지컬도 보고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아 즐겁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은 “글자를 배워 내 이름을 쓰고 손주와 소통하며 좋아하는 등장인물들 모습이 꼭 내 모습 같아 울컥했다. 우리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라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공연을 관람한 문해학교 학생들은 직접 쓴 글씨로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참 재미있어요. 감동했어요”, “어쩌면 우리 마음을 그렇게 잘 안대요. 고맙고 행복합니다. 사랑해요!”, “태어나서 처음 구경 왔어요”, “나는 평생 처음 뮤지컬” 등 엽서 위에 꾹꾹 눌러쓴 글자 속에는 공연을 보며 느낀 감동과 문해학교에서 배운 글씨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기쁨이 고스란히 담겼다.

제작사 라이브는 작품의 취지에 맞춰 개막 전부터 문해교육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개막 전 문해학교 학생들을 대본 리딩 현장에 초대하였고, 배우들이 문해학교를 방문해 실제 할머니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문해학교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여 더 많은 학습자가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문해학교 단체 관람자에 한해 공연 종료 후 무대에서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혜택을 추가로 제공했다.

문해교육 1세대 기관인 ‘푸른어머니학교’에서 제작한 굿즈를 펀딩으로 구매해 공연 중 관객에게 깜짝 증정하기도 한다. 극 중 보물찾기 장면에서 할머니 역 배우들이 객석을 누비며 양갱, 연필, 엽서 등 작은 선물을 나눠주는데, 여기에 푸른어머니학교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쓴 글씨와 그림으로 제작한 행운 부적 세트가 포함되어 의미를 더했다.

이 행운 부적에는 ‘건강했쓰면 좋갰다’, '용기도 생기고 무슨 일을 해도 할 수 있고 자신감도 생기드라’ 등 따뜻하고 정감 가는 문장이 담겼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가난과 성차별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한 할머니들이 인생 팔십줄에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면서 오랫동안 피하고 숨겨왔던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팔순이 넘어서도 하루하루 즐거운 배움을 이어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한다. 특히 실제 문해학교 할머니들이 쓴 20여 편의 진솔한 시가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해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초청 행사를 통해 많은 문해학교 학습자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오는 27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사진= 라이브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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