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역시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최고의 유망주 답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로 임대된 양민혁이 선발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잉글랜드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양민혁은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33라운드 더비 카운티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후반 12분 일리아스 셰이르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4-0 대승에 힘을 보탰다.
QPR은 전반 21분 셰이르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고, 전반 35분 사이토 고키가 추가골을 넣으며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이후 후반 12분 양민혁의 도움을 받은 셰이르가 또 한 번 골망을 흔들었고, 후반 21분 수비수 레드워즈가 쐐기골을 기록하며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했다.
이날 승리로 33경기에서 11승 11무 11패(승점 44)를 기록한 QPR은 기존 15위에서 11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승격 플레이오프권인 6위 웨스트브로미치 앨비언(승점 47)과의 격차도 단 3점으로 좁혀져, 남은 13경기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프리미어리그 승격 가능성도 충분해졌다.
지난 1월 토트넘에서 QPR로 임대된 양민혁은 앞선 세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하며 적응을 마쳤고, 이번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양민혁의 깜짝 선발 출전은 기존 선수들의 부상과 이전 경기들에서 양민혁이 보여줬던 공수 활약이 겹치며 성사됐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은 경기 전 "QPR은 제이크 클라크솔터(고관절), 카라모코 뎀벨레(비공개), 루카스 앤더슨(종아리), 잔 첼라르(허벅지) 등 다수의 선수들이 부상으로 결장했다"며 "폴 스미스도 직전 경기에서 타박상을 입어 출전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스미스가 결장할 경우 양민혁이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는데, 이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4-2-3-1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어로 나선 양민혁은 경기 내내 활발한 움직임으로 더비 카운티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반 38분에는 개인기와 패스를 활용해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멋진 드리블을 선보였고, 후반 1분에는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긴 했지만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하며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후반 12분, 잉글랜드 무대에서 자신의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일본 올림픽 대표 사이토 고키가 머리로 연결한 패스를 받은 양민혁은 빠르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고,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컷백 패스를 올렸다. 이를 받은 셰이르가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양민혁이 QPR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첫 공격포인트이기도 했다.
63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양민혁은 슈팅 1회, 드리블 돌파 2회, 키패스 2회, 패스 성공률 87%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후반 18분 교체될 때까지 팀 공격을 이끌었고, 선발 기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사실 양민혁은 이미 교체로 출전했던 경기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QPR 데뷔전이었던 밀월과의 경기에서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블랙번 로버스전에서는 결승골 과정에 관여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세 번째 경기였던 코번트리 시티전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네 번째 경기 만에 선발 출전과 함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현지 매체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영국 웨스트런던스포츠는 경기 후 "양민혁은 선발 데뷔전에서 몇 차례 거친 태클을 당하는 등 힘든 순간을 겪었다. 하지만 10대 소년 양민혁은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고, 항상 공격에서 상대 수비에 위협적인 존재였다"며 "오늘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장면은 셰이르의 골을 도운 어시스트였다"고 평가하며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점을 부여했다.
경기 후 마르티 시푸엔테스 QPR 감독도 양민혁을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폴 스미스가 무릎에 약간의 부상이 있었지만, 우리는 양민혁이 선발로 팀에 뭘 보여줄 수 있는지 지켜볼 기회라고 판단했다"며 "양민혁은 정말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어 "양민혁은 팀에 많은 긍정적인 요소를 가져다줬다. 어시스트뿐만 아니라 1대1 돌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서 "양민혁은 다른 리그에서 왔고, 영국 생활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적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계속 좋은 수준에서 훈련해왔고,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에 나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강원FC 소속으로 K리그1에서 12골 6도움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양민혁은 QPR에서의 선발 데뷔전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여전히 적응 중인 단계지만, 한 경기 한 경기 경험을 쌓아가며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노리는 QPR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남은 시즌 동안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QPR에서 별 문제 없이 성장한다면 토트넘에 돌아가서도 충분히 1군 스쿼드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토트넘은 올 여름 프리시즌에서 양민혁을 1군과 경쟁시킬 계획이다. 양민혁뿐만 아니라 다른 팀으로 임대간 선수들도 불러들여 경쟁력을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양민혁은 그 전까지 QPR에서 꾸준한 출전을 이어가고 결과를 내면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토트넘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으나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하위권에서 경쟁하는 토트넘에 남는 것보다 낮은 리그여도 임대를 통해 성장을 택한 것이 오히려 잘 된 일로 보인다.
사진=QPR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