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길고 긴 손흥민의 트로피 열망이 또다시 무너졌다. 1주 사이 두 대회에 연달아 탈락하자 현지 여론은 손흥민에게 등을 돌렸다.
2024-2025시즌 토트넘은 유독 고전하고 있다. 현재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순위는 14위. 지난 1992-1993시즌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역대 최악의 순위와 타이다. 그만큼 역대급 부진이다.
손흥민도 가장 힘들었던 시즌인 2022-2023시즌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았던 그는 리그에서 딱 10골만 채우면서 간신히 연속 시즌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이어갔다.
이번 시즌은 더 어렵다. 현재 손흥민은 리그에서 6골 7도움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17골 10도움으로 리그에서 역대 세 번째 10-10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손흥민은 지난달 23일 호펜하임(독일)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7차전 멀티 골 이후 득점포가 멈춰 있다. 리그 기준으로는 지난달 15일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 득점 이후 약 한 달 가까이 침묵 중이다. 팀 전체적인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은 점도 크지만, 손흥민이 최근 경기에서 빅찬스를 살리지 못해 결정력에도 아쉬움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일 애스턴 빌라와의 FA컵 4라운드 맞대결에서 토트넘이 1-2로 패했고 7일에는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0-4 대패를 당해 두 대회에서 잇달아 탈락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물론 손흥민을 향한 여론이 완전히 돌아서기 시작했다. 급기야 손흥민을 판매할 거란 보도도 등장했다.
영국 매체 '기브 미 스포츠'가 11일(한국시간) 손흥민을 비롯해 공격진 3명을 이번 여름에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토트넘은 이번 여름 44만 5000파운드(약 8억 원)의 주급을 받는 3인조를 자를 준비를 마쳤다"라며 "소식통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을 고려해 팀 개편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내놓았다.
이어 "토트넘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고 레비 회장 체제에서 성공이 부족하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영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게 과언이 아니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근래 토트넘의 부진을 지적했다.
토트넘은 지난 2008년 당시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간 무관이다. 올 시즌 토트넘은 유로파리그가 남아있지만, 아직 16강이고 라치오(이탈리아),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 올랭피크 리옹(프랑스),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AS로마(이탈리아)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이 버티고 있다. 조세 무리뉴가 이끄는 페네르바체(튀르키예)도 플레이오프에서 16강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토트넘이 무관읠 깨기 위해서는 앞서 카라바오컵 결승전 진출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1차전을 1-0으로 잡으면서 리버풀 원정에서도 해볼 수 있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프리미어리그 선두 리버풀에게 처참히 무너졌고 손흥민도 골대 강타 외에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하며 울먹였다.
여기에 FA컵 4라운드에서는 애스턴 빌라에게 완전히 농락당하면서 탈락했다. 유효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고 빌라가 결정력이 좋았다면 추기 살점이 더 나올 수 있었다.
그러면서 매체는 토트넘이 리빌딩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매체는 또 "이렇게나 실망스러운 시즌 이후 만약 토트넘이 새로운 영입과 리빌딩을 원한다면 선수단 대부분이 불평할 수 없다. 토트넘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14위에 쳐져 있고 카라바오컵, FA컵을 지난주에 탈락했다"라며 리빌딩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토트넘은 현재 조심스럽게 손흥민의 방출을 고민하며 선수단 개편을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수년간 토트넘의 아이콘이자 충성스러운 선수였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손흥민의 방출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라며 손흥민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토트넘은 지난해 내내 재계약을 미루다가 손흥민과 기존 계약에 있던 1년 연장 옵션을 지난달 발동했다. 일단 계약 기간이 2026년 여름까지 늘어나면서 손흥민은 "한 시즌 더 토트넘에서 뛸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트넘에서 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매체는 "손흥민은 최근 계약을 1년 연장했다. 하지만 토트넘이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들은 이제 공격진에 몇몇 큰 결정들을 하고 있다. 히샬리송의 미래도 불투명하고 티모 베르너도 떠날 수 있으며 마티스 텔의 구매 옵션 결정도 이뤄져야 한다. 히샬리송과 베르너, 손흥민이 합쳐서 약 44만 5000파운드(약 8억 489만원)의 주급을 얻고 있어서 토트넘은 꽤 많은 주급을 아낄 것"이라며 구단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할 것 같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나아가 매체는 "손흥민을 방출하기로 한 결정은 의심의 여지 없이 가장 큰 결정이 될 것이며 그에 대한 다른 팀들의 관심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진정한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이것이 더 구체화되면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신중하게 고려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여름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단 한 번도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지난 2018-20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0-2021시즌 카라바오컵 준우승으로 두 차례 눈물을 흘렸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우승 문턱까지 가지 못했다.
손흥민과 영혼의 단짝이었던 해리 케인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는 2021-2022시즌 직전 우승하고 싶다며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스스로 추진했고 맨시티와 개인 합의까지 가는 듯했다. 하지만 토트넘이 결국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해 팀에 남아야 했다.
그러나 케인은 지난 2023년 여름 결국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이적했다. 지난 2023-2024시즌 무관에 그쳤지만, 케인은 이번 시즌 팀이 분데스리가 1위를 달리고 있고 2위 바이엘 레버쿠젠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적어도 리그 우승의 8부 능선까지 넘어섰다. 트로피가 임박한 상황.
손흥민도 이적으로 우승에 대한 열망을 이룰 수 있다. 그는 비록 지난해 9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토트넘에서 무언가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지만, 토트넘이 다시 '토트넘' 하면서 우승을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름에 33세가 되는 베테랑인 만큼 우승이 가능한 빅클럽으로 이적한다면 손흥민에게도 트로피가 주어질 수 있다.
물론 손흥민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토트넘에서 10년간 충성심을 보여왔던 만큼 그가 토트넘에 더 남아 선수 생활을 마감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보도대로 구단에서 리빌딩의 상징으로 손흥민을 방출시킨다면 손흥민도 선택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