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애스턴 빌라전은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경기다.
만약 토트넘이 애스턴 빌라전에서 패배할 경우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될 거라는 전망이 다수 등장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이 정도로 부진했던 시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팀에 부상자가 많다는 이유로 명줄을 유지하고 있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지만, 그를 지지하던 토트넘도 팀이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 대패를 당한 뒤 탈락한 이후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영국 주간지 '선데이 피플'의 닐 목슬리는 9일(이하 한국시간) "스퍼스(토트넘의 애칭)가 빌라 파크에서 부진한 하루를 보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고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하는 토트넘은 오는 10일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빌라 파크에서 2024-25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라운드(32강)에서 애스턴 빌라와 맞대결을 벌인다.
앞서 토트넘은 대회 3라운드(64강)에서 영국 내셔널리그(5부 리그) 구단인 탬워스 원정을 떠났는데, 졸전 끝에 연장전에서 손흥민 등 주전급 선수들을 교체 투입시키고 나서야 간신히 승리하면서 4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번 애스턴 빌라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토트넘이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하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지난 7일 리버풀과의 2024-25시즌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에서 0-4 대패를 당해 합산 스코어 역전을 허용, 대회에서 탈락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PL) 외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FA컵, 그리고 카라바오컵에 참가하고 있었던 토트넘은 리버풀전 패배로 참가하는 대회, 즉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대회가 하나 사라졌다.
FA컵에서도 탈락한다면 토트넘의 우승 희망은 더욱 희미해진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됐고, 대회가 시작되기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UEFA 유로파리그에서는 토너먼트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예상과 달리 경기력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카라바오컵 탈락 직후 FA컵마저 탈락한다면 토트넘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 빌라전에서도 패배할 경우 분위기 반전을 위해 변화를 주는 것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가장 효과적인 선택은 감독 교체다.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자르는 것이 팀에 큰 충격과 함께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다.
현지에서도 토트넘이 애스턴 빌라에 패배할 경우 구단이 칼을 빼들 것이라고 예상 중이다.
'선데이 피플'의 목슬리는 "나는 이번 주까지 '안지볼'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 용어가 매주 경기에서 지고,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오늘 오후 스퍼스가 빌라 파크에서 부진한 하루를 보낸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고 했다.
'기브 미 스포츠'는 "소식통에 따르면 토트넘이 며칠 내 두 개의 대회에서 탈락할 경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입장이 드러날 전망이며, 리버풀전 패배의 양상으로 볼 때 그에게 나머지 시즌을 이끌 기회가 주어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단 내부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겨울 이적시장 막바지에 다니엘 레비 회장이 직접 이적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그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면서도 "그러나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패배한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미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영국 일간지 '미러'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그를 대체할 만한 다섯 명의 감독을 꼽기도 했다.
언론은 이번 시즌 본머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안도니 이라올라 감독과 브렌트퍼드의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언급했고, 과거 토트넘의 황금기를 지휘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복귀 가능성도 입에 올렸다. 입스위치 타운을 승격시킨 키어런 멕케나 감독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던 에딘 테르지치 감독도 후보로 거론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번 시즌의 부진한 성적은 당연한 이유고, 전술적인 능력을 비롯해 전반적인 팀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해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팬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자신의 전술에 발목이 잡혀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움직임을 요구하는 그의 방식이 토트넘 선수들의 부상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토트넘은 이번 시즌 주전급~준주전급 선수들이 10명이나 부상을 당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는데, 대부분의 부상이 과부하로 인해 생겨났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은 채 부상자가 많아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 중이다. 토트넘 팬들이 이미 그에게 등을 돌린 이유다.
토트넘과 애스턴 빌라의 경기에 이목이 쏠린다. 토트넘이 애스턴 빌라에 패배해 FA컵에서 탈락하더라도 과감하게 사령탑을 교체한다면 UEFA 유로파리그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