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4:42
스포츠

'스피드업' 외쳤지만 '현장 반발'에 난맥상…KBO가 피치클락 정식 도입 미룬 이유

기사입력 2024.03.22 05:45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피치클락 정식 도입 시기를 2025시즌으로 확정했다.

KBO는 "14일 10개 구단 단장들이 참가한 2024년 제 2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피치클락 도입시기, 수비시프트 비디오판독 추가, 웨어러블 장비 착용, 더블헤더 경기 시행 시간 조정 등의 내용을 확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건 피치클락 도입 시기에 관한 내용이었다. KBO는 피치클락을 후반기까지 시범운영을 계속 유지한 뒤 2025시즌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적응기간을 부여하기 위해 올 시즌 전반기엔 피치클락 규정을 시범운영하고, 후반기에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KBO는 경기의 스피드업과 국제 경쟁력 강화 및 각 구단의 피치클락 제도의 조기 도입 요청과 관련해 지난 2023년 4월 제3차 실행위원회에서 정식 논의가 시작된 이후 관련 회의를 실행위원회와 이사회 등에서 11차례 진행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정식 도입이 합의 됐으나, 선수들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범운영을 결정했다.



KBO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시즌 기간 10개 구단 스프링캠프 훈련지를 방문해 규정·규칙 변화 설명회를 진행했다. 또한 시범경기 개막에 맞춰 구장 곳곳에 피치클락이 설치됐고, 지난 9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시범경기 첫날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LG 트윈스-KT 위즈전에선 9회초 구원 등판한 KT 김영현이 시간에 쫓기자 관중들이 숫자를 셌고, 이후 제구가 흔들린 김영현은 폭투를 기록했다.



피치클락을 처음 마주한 선수들과 사령탑의 반응은 조금씩 달랐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게임이 길어지다 보니까, 분명히 단축시켜야 하는 건 맞다. 앞으로 야구가 인기를 계속 끌려면 길어지는 것보다는 짧은 게 낫다. 지금은 준비 과정인데, 언젠가는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이미 빅리그에서 피치클락을 경험해봤던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는 "피치클락에 대해선 우호적이다. 선수들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피치클락 시범운영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투수 출신' 이강철 KT 감독은 "피치클락이 투수들의 투구 템포에 영향을 줄 것이다. 시간이 시야에 들어오다 보니까 심리적으로 (시간 안에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 전반기엔 시범운영이라고 하는데, 도입하지 않을 거라면 시범운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 절대 (피치클락을 정식으로) 도입할 수 없다. 전반기까지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이 (피치클락을) 도입하길 원할까"라고 말했다.

심판의 구두 경고 선언이 경기의 템포에 영향을 주는 걸 지적한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선수들이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심판이 제재하는데, 이게 시간을 더 끈다. 갑자기 (선수가) 동작을 취하려고 하다가 심판이 구두 경고를 주지 않나. 시간 단축을 하자고 도입한 건데 엉뚱하게 운영자가 시간을 끄는 셈이 됐다. (구두 경고를 주는 시간이) 5초 이상 같은데, 그게 더 시간을 끌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빅리그와 KBO리그 피치클락의 차이점을 강조한 류현진(한화)은 "피치컴을 사용하면 더 수월할 거라고 생각한다. (피치클락으로 인해) 사인을 교환할 시간이 부족한 것인데, 피치컴을 쓰지 못한다면 좀 어려울 수 있다"고 얘기했다.

결국 KBO는 피치클락 시범운영 기간을 2024시즌 전반기에서 시즌 전체로 확대했다. 원래대로라면 전반기 시범운영을 거쳐 이르면 후반기 정식 도입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현장의 반발에 한 발 물러났다.

KBO는 "실행위원회에서도 각 구단이 적응 기간 등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고, 2024시즌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까지 시범운영을 지속한 뒤 2025시즌부터의 정식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피치클락 시범운영으로 인한 효과가 없진 않았다. KBO에 따르면, 올해 시범경기 46경기는 지난해 동기간(47경기) 대비 평균 경기시간이 19분(지난해 2시간 58분→올해 2시간 39분) 단축됐다. 또한 14경기는 2시간 30분 내로 막을 내렸다. KBO가 원했던 '시간 단축' 효과가 시범경기부터 나타난 셈이었다.

일단 KBO는 전반기 내에 피치클락 제도 관련 세부 시행안을 확정 및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올 시즌 1군 시범운영, 퓨처스리그 후반기 정식 도입의 결과물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치클락 시범운영 기간의 경우 원활한 진행을 위해 피치클락 규칙 위반에 대한 심판 콜은 타격 완료 후 약식으로 진행한다. 또한, 투수판 이탈에 대해선 적용하지 않는다. 투구 시 시간 제한은 원안대로 주자 없을 때 18초, 주자 있을 때 23초를 적용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올해부터 주자 없을 때 15초, 주자 있을 때 18초(작년까지 각각 15초, 20초)를 적용하나, KBO리그에서는 첫 시행인 만큼 시간을 더 부여한다.

여러 팀들이 걱정하는 피치컴은 현재 전파 사용 인증을 준비 중이라는 게 KBO의 설명이다. KBO는 해당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각 구단에 피치컴을 제공하기로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BO, KT 위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