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 유준상 기자) 결승을 포함하면 경기 수는 4경기에 불과했지만, 많은 선수들이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 참가했다. 2승1패로 예선 2위를 차지한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과 치열한 승부를 벌였으나 10회 연장 승부 끝에 3-4로 패하며 준우승을 확정했다.
APBC는 지난 2017년 처음으로 개최된 데 이어 올해로 2회째를 맞이했다. 한국, 일본, 대만, 호주까지 4개의 참가국은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프로 입단 3년차 이내의 선수 및 와일드카드 3명(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으로 엔트리를 구성했다.
대표팀은 지난 8월 31일 예비 엔트리 62명을 발표한 뒤 10월 24일 최종 엔트리 26명을 공개했다. 지난 12일에는 한국시리즈에 참가한 LG(문보경, 정우영)와 KT(박영현) 선수들을 전원 교체했고,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강백호(KT)도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면서 예비 엔트리에서 넘어온 신민혁(NC), 조병현(SSG), 야수 나승엽(롯데), 문현빈(한화)이 최종 합류한 뒤 대표팀이 일본으로 건너오게 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대부분 이번 대회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낸 가운데, 마운드에서는 4경기의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문동주(한화), 이의리(KIA), 원태인(삼성), 곽빈(두산)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한국과 두 차례 만난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도 "한국의 선발투수가 4명이 왔는데, (구속이) 150km/h를 넘었다. 이렇게 젊은데 훌륭한 투수를 4명이나 데려왔다는 것은 앞으로 한국 야구가 무서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했다.
선발진에서 가장 흐름이 좋았던 문동주가 대회 첫 경기에 등판했다. 16일 호주와 예선 첫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5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최고구속은 153km/h. 홈런 한 방과 사사구 4개 등 내용이 100%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불펜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의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한일전 선발이었다. 이의리는 17일 일본과 예선 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문동주와 마찬가지로 출루 허용이 잦은 편이었음에도 위기 관리 능력을 뽐내며 한일전을 접전으로 끌고 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손가락 물집 증세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한일전 호투로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었다.
18일 대만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출격한 원태인은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대표팀의 결승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내용만 놓고 보면 앞선 두 명의 선발투수보다 훨씬 깔끔했다. 선수 입장에서도 만족감이 큰 등판이었다.
대표팀의 우승 도전을 위해 결승전 선발로 곽빈은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올해 마지막 등판을 마무리했다. 홈런 1개를 내줬음에도 자신감 있게 공을 뿌렸다.
선발투수들만 활약한 건 아니었다. 경기 중반 이후 마운드를 책임진 불펜투수들도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던 좌완 최지민(KIA)은 3경기 3⅓이닝 1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또한 최승용(두산), 최준용(롯데)도 필승조의 한 축을 맡았다. 대표팀의 유일한 전문 마무리 요원이었던 정해영(KIA)의 투구는 기대 이상이었다.
타선에서는 단연 4번타자 노시환(한화)이 빛났다. 최종 성적은 4경기 17타수 7안타 타율 0.412 3타점 OPS 1.003.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홈런을 터트리지 못한 노시환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냈다.
아시안게임으로 크게 성장한 김주원(NC)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대표팀 내야의 한 축을 지켰다. 대회 성적은 10타수 5안타 타율 0.500 2타점 OPS 1.383이었다.
이밖에 도쿄돔 외야 관중석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던 김휘집(키움), 대표팀의 주전 포수로 거듭난 김형준(NC) 등이 이름을 알렸다.
사진=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