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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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쉬프트 이야기

기사입력 2005.10.23 02:22 / 기사수정 2005.10.23 02:22

고동현 기자

팬들은 메이저리그를 시청하다보면 가끔씩 수비수들이 특이한 위치에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3루수가 유격수자리에, 유격수는 2루수 자리에, 2루수는 외야쪽에 가깝게 가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는 다 수비 쉬프트에 의해 선수들의 위치가 조정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쉬프트는 아주 특이한 경우이고, 평소에도 수비 쉬프트는 경기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 상대 타자에 따라, 투수가 던지는 구질과 코스에 따라, 그 밖의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수비 위치는 조금씩 바뀐다. 팬들이 야구를 시청하다가 '이 곳으로 타구를 날렸으면 안타가 되야할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잡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모두가 수비 쉬프트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번에는 평범한 수비 쉬프트가 아닌 특정 선수에 대한 쉬프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특정 선수를 상대로 수비 쉬프트를 만들어 낸 사람은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루 부드로 감독이다. 1946년, 부드로 감독은 보스턴의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지나치게 잡아당기는 타격을 한다는것에서 착안, 센터라인을 중심으로 외야수들을 모두 우익수 방면으로 이동시켰다. 이 것이 특정 선수를 상대로 한 최초의 수비 쉬프트였다. 그리고 부드로 감독이 만들어 낸 이 쉬프트를 이후 '부드로 쉬프트'라고 부르고 있다.

'본즈를 막아라!' 본즈 쉬프트


◆ 본즈가 들어서면 수비수들은 일제히 우측으로 이동한다 ⓒ정원일

그렇다면 현대야구에서는 어떠한 특정 쉬프트가 사용되고 있을까? 우선 메이저리그에서는 왼손 강타자들을 상대로 특정 쉬프트를 사용한다. 바로 내야수들을 모두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것. 1루수의 위치는 별로 다르지 않지만 2루수는 원래 2루수 위치와 1루수 위치의 뒤쪽 잔디 부분에서, 유격수는 2루수 자리에서, 3루수는 유격수 자리에 수비 위치를 선다.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나왔을때 하는 '본즈 쉬프트'는 너무나도 유명하며, 이 밖에도 데이비드 오티즈(보스턴 레드삭스), 제이슨 지암비(뉴욕 양키즈), 짐 토미(필라델피아 필리스)등 왼손 강타자들이 나오면 어김없이 수비 위치는 극단적으로 우측으로 향한다. 이러한 수비위치를 하면 자연스레 3루쪽은 비는 법. 이 때문에 가끔씩 왼손 강타자들은 3루쪽으로 기습번트를 대며 안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밖에 '이치로 쉬프트'라는것도 존재한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의 발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엄청난 수의 내야안타를 생산해낸다. 이 때문에 다른 팀들이 내야 안타를 막기위해 일명 '이치로 쉬프트'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이치로 쉬프트는 우선 1루수와 3루수가 전진수비를 하고 2루수는 1루쪽, 유격수는 3루쪽으로 치우치는 전진 수비를 하게 된다. 이 수비 쉬프트는 센터라인이 비기때문에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쉬프트로 인해 많은 이치로의 내야 안타들이 아웃으로 돌변하며 이치로는 이 영향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한국엔 '김재현 쉬프트'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에는 특정 선수에 대한 쉬프트가 없을까? 미국처럼 극단적으로 수비 쉬프트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한화가 SK의 김재현을 상대로 수비 쉬프트를 창안해냈다. 김재현은 고관절 수술로 인해 빨리 달리기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2005년 시즌에 자신의 원래 위치인 좌익수에 단 한경기도 출장하지 못한채 지명타자로만 경기에 출장했다. 한화는 김재현이 빨리 뛸 수 없다는 점을 착안해 일명 '김재현 쉬프트'를 만들었다.


◆ 김재현 타석 때 한화의 2루수가 원래 위치보다 우익수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는것을 볼 수 있다. ⓒ이동현

'김재현 쉬프트'는 간단하다. 2루수가 원래 자신의 위치보다 멀찌감치 뒤로 가 있는 것. 이 때문에 김재현의 잘맞은 안타성 타구들이 한화 2루수에게 많이 잡혔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한 번은 김재현의 타구가 투수의 글러브를 맞으며 2루수 방향으로 굴러갔다. 평상시 수비 위치였으면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평소 2루수 수비위치와 우익수 수비위치 중간까지 가 있던 한화의 2루수는 그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수비 쉬프트는 현대 야구로 들어서면서 많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뛰어난 타자들이 나타날 때 마다 그를 막기위해 새로운 수비 쉬프트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고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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