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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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대신 운전대 잡은 송명기, ‘메모 덕후’가 폰을 내려놓은 이유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2.11.15 16:14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창원, 윤승재 기자) “제 메모요? 7월이 마지막이네요.”

NC 다이노스 투수 송명기에게 ‘메모’에 관해 묻자, 자신의 스마트폰 메모장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9개월 만에 다시 본 그의 스마트폰 메모장은 이전보다 훨씬 간결해져 있었다. 빽빽했던 메모장은 양이 확 줄어 있었고, 7월 이후 기록한 메모는 아예 없다. ‘메모 덕후’ 송명기가 비로소 펜을 내려놓았다. 

송명기는 메모가 습관이었던 선수였다.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으면 끊임없이 메모했고, 코치로부터 받은 기술적 피드백이나 선배 선수로부터 들은 조언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빽빽하게 기록한 뒤 매일 자기 직전 몇 번씩 되뇌었다. 9개월 전 처음 본 그의 스마트폰 메모장에는 2019년부터 기록해온 방대한 양의 메모가 긴 스크롤바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랬던 송명기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했던 메모 목록도 몇 번의 터치면 끝낼 수 있도록 싹 다 정리했다. ‘메모 덕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송명기는 “생각을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시즌 송명기는 아쉬운 전반기를 보냈다. 13경기에 나와 거둔 성적은 2승6패 평균자책점 5.28. 지난해 부진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명예회복에 나섰지만, 오히려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졌다. 뭐가 문제였을까, 메모장을 복기하고 또 복기했다. 밤에 잠을 자려고 해도 생각이 너무 많아 잠이 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방에서 쉐도우 피칭까지 하고 누워야 잠이 드는 버릇도 생겼다. 쉬어야 할 때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됐고 체력까지 영향을 미쳤다. 결국 송명기는 생각을 줄여야겠다고 결심, 메모장의 메모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대신 송명기는 운전대를 잡았다. 드라이브가 취미였던 송명기는 창원 근교로 나가 조용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숲이든 바다든 어디든 가서 무작정 걸었고, 앉을 곳이 보이면 어디든 걸터앉아 멍하니 경치를 즐겼다.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파도와 바람 소리를 즐겼고, 숲에서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의 피리 소리에 이어폰을 빼고 몸을 뉘이니 자연스레 생각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생각이 줄어들고 몸까지 편해진 송명기는 곧 여유를 찾았다. 성적도 좋아졌다. 후반기에 나선 선발 9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하며 안정을 찾았다. 송명기 스스로도 ‘비움’의 효과를 봤다고 인정했다. 편해진 것이 확 느껴졌다고. 후반기 나아진 성적도 좋지만, 생각을 비우는 방법을 찾은 것이 올 시즌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라며 기뻐했다. 

비우는 방법을 알게 된 송명기는 후반기 좋은 기억을 내년 시즌에도 이어가고자 한다. 2023시즌은 송명기에게도 중요한 시즌. 강인권 신임 감독 체제 하에 다시 선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의 기회도 있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그는 “선발 경쟁은 물론, 국가대표도 욕심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잘해야 한다. 이번에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았으니, 내년 시즌에도 노하우를 잘 이어가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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