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5 14:14
사회

[함께 나눠요] 아빠의 죽음…남겨진 장애 가족

기사입력 2011.03.14 01:08 / 기사수정 2011.06.30 01:43

엄진옥 기자

[엑스포츠뉴스 라이프 매거진] 부끄러움이 많은 지영이(가명, 18세)는 집을 방문한 낯선 사람들을 피해 이불 속에 몸을 숨겼다. 방문을 열면 바로 마당과 연결된 방은 외풍이 세서 하얀 입김이 나왔다. 이 작은 방에 지영이 세 가족이 산다. 

 ▲ 오랜 병수발과 생활고로 손끝에 굳은살이 붙고 갈라졌다.

20년 투병, 결국 하늘나라

“큰 애 낳고 애들 아빠는 줄곧 집과 병원에서 지냈어요. 그이가 낮 동안 애들을 돌보면 저는 밖에 나가 허드렛일을 하고.”

금이(가명, 47세) 씨는 20년간 몸져누운 남편을 병수발하며 아이들을 양육했다. 남편은 간경화로 생활력이 없었지만 아내와 두 딸에게 다정한 웃음 많은 가장이었다.

“애들 아빠가 작년에 죽고 부쩍 아이들 말수가 줄었어요. 다 큰 녀석들이 벽에 아빠가 보고 싶다고 낙서를 해요. 생각날 때마다 그이 사진을 놓고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요.”

텔레비전 옆에 사진 하나가 놓여있다. 한때 한 가정의 남편이고 아빠였던 사내가 살아생전 가장 젊고 빛나는 모습으로 웃고 있다.

▲ 수돗가에서 머리를 감다보면 머리카락에 얼음이 낄 정도로 칼바람이 들어온다. 

이사하면 집 못 찾아와

2살 터울의 지수와 지영이는 아빠가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병수발로 힘들어할 엄마를 안심시키고 집을 지켰다. 머리를 곱게 땋아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웃음보를 터뜨려주는 아빠의 퇴원을 기다릴 뿐 투정도 없었다.

세 모녀는 낡은 한옥에서 2가구와 공동으로 생활한다.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가는 먼 거리와 남편의 잦은 병원 출입 때문에 이사가 필요했다. 동사무소의 배려로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기회도 3번이나 있었지만 지영이네는 이집을 떠나지 못 했다.

“막내 지영이가 학교에서 혼자 집을 찾아오지 못 해요.”

한번 이사를 시도했는데 막내가 학교에서 집을 찾아오지 못 했다.

▲ 지수는 매일 복지관에 나가 전선을 연결한다. 손이 더뎌 수입은 적지만 누구보다 자기 일에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다. 

지수(가명, 20세) 양은 얼마 전 주변의 도움으로 지적장애 검사를 마쳤다. 지금은 복지관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금이 씨와 지영이 역시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장애검사 필요한 엄마와 딸

“10만원 넣었어요. 애들 머리 감을 때 따뜻한 물이 필요해서.”

올겨울 보일러에 기름을 얼마나 넣었냐는 질문에 금이 씨는 한참 기억을 더듬어 숫자를 말했다. 수 개념이 부족한 세 모녀의 생활은 틈이 많아 보살핌이 필요해보였다.

  

▲ 핸드폰 없이 집전화만 사용할 정도로 검소하다. 

투병 중이던 남편은 이웃의 시선이 부끄럽다는 이유로 모녀의 장애진단을 미뤘다. 금이 씨와 지영이가 이제라도 정확한 검사로 장애가 확인되면 한결 생활에 여유가 생긴다.

행동반경이 제한되었던 가족에게, 꼭 필요한 순간에 장애인복지관으로부터 이동지원을 받을 수 있고 장애전문 직업훈련을 통해 자립의 기회를 얻을 것이다.

모인 후원금 전액 금이 씨와 지영이의 장애진단 검사 및 6개월의 치료비, 지영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임대아파트에 이주하는 데 보탬이 된다. 집안의 가장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세 모녀에게 지금 이웃의 격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 지영이 (광주 서구)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야후! 나누리> 를 통해 온라인후원을 하거나, <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엄진옥 기자 umjo200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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