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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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 대전, 핑퐁을 하다.

기사입력 2007.08.17 18:58 / 기사수정 2007.08.17 18:58

박영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영선 기자] FA컵 16강전, 시즌 중 새로운 감독의 부임으로 형편이 비슷했던, 더군다나 근 3년간 홈에서는 져본 적이 없던 상대인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 패하고, 정규리그 울산전을 무기력하게 날려버린 두 경기만으로 대전 시티즌의 현 상황이 무극하니 정해진 바 없어 보였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최윤겸 감독하에 구성되었던 대전 선수들에게 김호 감독의 축구란 대전팬들이 느끼는 것 이상으로 낯선 것이었다. 두 지도자 간에는 스타일은 물론 축구 철학과 팀으로써 지향하는 바가 미묘하지만, 직접 접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온탕과 냉탕만큼이나 확실히 구분되는 면모가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선수들의 적응 기간이 얼마나 갈지에 따라 대전 팬들의 헤쳐나가야 할 가시 덩쿨의 길이도 달라질 것이었다. 13연패를 각오해야 한다는 김호 감독의 얘기를 허투루 들었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한 것은 선수들 자신이 생존을 위해 더 많이 뛰었고, 새로 부임한 감독의 말 한마디를 놓칠세라 눈빛하나 흐트러트리지 않는 긴장감이 팀 내에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혼돈의 상황을 가장 애타게 빠져나오고 싶어 했던 것은 선수들 본인들이었다.

그러던 혼돈이 드디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경남전을 성공이라고 부르거나, 끝을 보았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골격을 잡아 겨우 시작을 해볼 수 있을 정도의 시점이 된 것이다.

포항전에 연이은 경남전까지의 2연승으로 대전시티즌의 분위기는 고조되어 있다. 특히나 경남전에서는 1-0으로 뒤지던 시점에서 역전승을 이끌어 내었기에 앞으로의 경기전망까지도 밝게 한다.

경남 전으로부터 무엇보다도 최윤열이 가세한 수비라인의 안정화가 눈에 띈다. 실점뿐만 아니라, 위험 상황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에 반해 최윤열이 주도하는 수비라인은 단점이 무엇인지도 확실하게 들어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앞으로 더 나아지리라는 예상을 가능케도 한다.


오른쪽 윙백인 김창수의 공격 능력은 대전에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경남전 한 경기에서는 이 두 가지 상황이 모두 드러나기도 했다. 김창수의 공격적인 오버래핑에 위협을 느낀 경남은 왼쪽에 뽀뽀마저 수비에 가담하려 경남의 진영 깊숙이까지 내려갈 정도였다.

그러나 대전의 첫 실점의 상황에서는 경남의 오른쪽에서 공격을 하던 까보레가 대전의 오른쪽 공간으로 치고 들어가며, 까보레의 대인 마크를 하고 있던 장현규가 붙지 못한 상황에서 당한 역습은 -까보레 개인이 수비수 두 명을 재칠 수 있는 뛰어난 기량 덕분이기도 하였으나-대전의 오른쪽 후방 공간에 대한 꾸준한 근심이 현실이 된 장면이기도 했다.

포항전과 비교하자면, 최윤열이 중앙 미드필더 지역에 가담하는 횟수가 많았고, 이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였으며, 공격을 나간 김창수의 후방에 대한 지원이 늦어진 한 원인이었다.

이날 양팀의 경기는 지루하다 느껴질 정도로 경남과 대전의 미들 싸움은 좁은 공간에서 치열하게 치러졌다. 핑퐁을 연상케 할 만큼 짧은 패스는 서로 뺏고 뺏기기의 연속이었다. 미들 싸움으로 인한 중원의 혼란에 양팀의 플레이에서는 창원 종합운동장의 드넓은 공간감을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좁은 공간에서 양팀의 미드필더들에 의해 공이 빠져나갈 틈 없이 주고받기만을 반복하고 있을 때, 대전의 강정훈은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짧은 패스를 통해 공간을 옆으로 벌려주며 상대의 움직임을 유도해 내는 강정훈의 플레이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대전의 공격 루트가 일정 지역을 넘어서면 브라질 외인 선수들에 의해서만 주도되고 있고, 이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대전의 공격력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의 미들진이 공격진의 과부하를 덜어주기 위해서는 파울을 통한 압박 대신, 패스와 공간창출로 공격 진영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해줄 수 있는 '메디오 센트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김호 감독 체제하에서 강정훈의 포지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2차례의 연습경기 동안 왼쪽 윙백으로써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강정훈이었지만, 부상으로 황병주가 빠진 울산전에서는 조재민이 그 자리에 서며, 강정훈은 후반전 미드필더로써 교체 투입되었었다. 경남전 역시 후보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었으나, 출전하지는 못한 채 아쉽게도 마른 유니폼을 챙겨가야 했다.

공격을 만들어가기보다는 공격수들을 위한 공격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상대를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대전의 미들과 뽀뽀와 까보레를 위한 공간의 여유분을 위해 중원과 수비를 촘촘히 하고 있던 경남의 충돌 상황에서 발군하였던 것은 대전의 임영주였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상대선수들의 움직임을 읽으며 꾸준히 보디체크해준 임영주 덕분으로 경남의 선수들의 움직임이 자주 끊기었다.

그러다 보니, 경남의 경우 대전이 걸어오는 미들 싸움에 주력하며 까보레나 특정 공격수들에게만 공격 기회를 넘기기보다는 개인 기량이 좋은 경남선수들 개개인이 공격에 자주 가담해서 기회를 만들어 내는 집중력이 필요한 경기가 아니었는가 싶다. 역전 이후 경기 후반 약 10분을 남겨 놓고, 경남 선수들이 총공격으로 나서 보여준 필사의 공격력은 운이 좋지 않았다는 말 밖에는 남을 말이 없을 듯하다.

대전의 입장에서는 골기퍼 앞까지 공간을 열어주었던 위험한 상황을 여러 번 넘기며 결국엔 승리를 이끌었고, 역전이라는 경험을 통해 이날 대전은 여러 선수의 성장세와 김호감독 체제에 대한 적응도를 높이며 자신감을 쌓을 수 있었던 경기였다. 특히 브라질리아는 대전 박주현의 동점 골로 연결되는 골대를 맞추는 슈팅과 역전골로 기록된 오른쪽 사이드 프리킥을 통해 K-리그에 적응하였음을 신고한 날이기도 했다.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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