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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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리어왕' 오정연 "예술의 전당 설 줄이야, 리건에 빠져 살아요"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1.11.15 11:00 / 기사수정 2021.11.15 11:1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3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무대에서 에너지를 뿜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극 ‘리어왕’ 배우들은 장장 200분 동안 흡인력 있는 연기로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그중 오정연은 리어왕(이순재 분)의 둘째 딸 리건 역을 맡아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언니 고너릴(소유진, 지주연)처럼 위선적인 성격으로 언니와 함께 아버지의 재산을 얻고자 거짓말을 하는 캐릭터다. 

“많은 배우가 같이하기 때문에 압박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관객분들이 먼저 걱정됐죠. 순재 선생님이 힘드시지 않을까 염려됐지만 원작 그대로 충실히 재현한다는 자체가 의미 있고 좋아요. 리건은 행동이 즉각적이고 단순해서 첫째 고너릴에 비해 영악하지 못해요. 고너릴이 고단수인 데 비해 계산하는 게 겉으로 드러나고요. 차별화를 두기 위해 둘째 콤플렉스 표현도 하고 리액션이나 동작도 하나하나 신경 썼어요. " 

‘리어왕’은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다. 영국 국왕 리어와 세 딸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는다. 이순재, 소유진, 지주연, 오정연, 서송희, 이연희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해 이슈가 됐다. 이들의 정극, 고전 연기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았다.

오정연은 “대사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처음에 다들 많이 고민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 고전이면 사극톤으로 하겠는데, 외국 작품이어서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고민했어요. 현대적인 톤으로 해봤다가 피드백을 받고 바꿔보기도 하고 섞어보기도 하고요. 운문과 산문이 같이 구성됐는데 고너릴과의 대화체에서는 현대적으로 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썼어요. 관객의 반응이 다 달라서 사실 아직도 고민 중이긴 해요. 고전톤으로 하면 너무 연극적이라는 말을 들을 것 같고 현대적으로 하면 요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할 것 같더라고요.

8월부터 연습했는데 연출님이 교수님이어서 한 달 내내 학술대회 하는 것처럼 대사 하나하나에 대해 많이 공부했어요. 고전을 최대한 충실히 재현해야 해 서브 텍스트까지 다 이해하는 것에 집중했죠. 비유와 은유, 상징, 풍자가 많거든요. 배우들이 어떤 뜻인지 다 알아야 해 공부를 하고 들어왔어요.” 

오정연의 말처럼 ‘리어왕’은 한 번 듣고 바로 그 깊은 뜻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사가 많다. 배우들도 이를 알기에 관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단다.  

"이순재 선생님이 배경 지식을 전혀 모르고 오는 분들에게도 친절한 연극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셰익스피어 극은 특별히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셨고요. 장음, 단음도 강조하셨어요. 같이 잘해야 하니 동료 배우들이 띄어읽기와 장음, 단음을 틀리게 할 때는 적극적으로 얘기해 줬어요.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고 보람 있었죠.

사실 정극이어서 무대에서 말이 안 들리거나 틀리면 수습이 안 돼요. 현대극이면 애드리브를 해도 관객이 잘 모르시는데 고전은 단어 하나만 틀려도 대체할 게 없어요. 셰익스피어 작품은 대사가 80%여서 배우들이 그 부분에 주안점을 뒀죠.”

이번 연극 ‘리어왕’은 원작에 충실한 오리지널 버전으로 공연하고 있다. 오정연은 "유니크한 공연"이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유니크한 공연이에요. 겉으로 화려하기만 한 연출이 아니라 알맹이, 본질에 충실한 연극이죠. 보러 오실 때 ‘리어왕’을 최대한 많이 읽어보시고 배경지식을 알고 오시면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내 사람에 대해 반추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거로 확신해요.”

오정연은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에서 배우까지 전천후로 활약 중이다. 이번 ‘리어왕’으로 예술의 전당에 서게 된 감회가 남다를 터다. 평소에도 리건에 빠져 산다며 애정을 내비쳤다.

“배우로 예술의 전당에 서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발레를 했기 때문에 공연을 보러 많이 갔거든요. 이번에 발레 연습실에서 연습했는데 발레가 아닌 연기로 연습하러 매일 온다는 게 영광스럽고 흥분되고 두근두근했죠. 무대에 올라갔는데 대극장인데 포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토월극장이 동그랗게 돼 있어 관객 한명 한명이 다 보이고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무대에 서 배우로서 행복해요. 

첫 공연 때 떨릴까 봐 많이 걱정했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어요. 아버지 리어왕이 언니를 저주하는 장면이 있어요. 아무래도 정극이다 보니 과장되게 표현하고 과격하고 센 장면인데 관객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몰입이 돼요. 연기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몰입감을 느꼈죠. 그래서 신나더라고요. 예전에는 공연이 시작되면 몰입했는데, 요즘에는 평소에도 리건 역할에 빠져 살아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김한준 기자, 뉴에라프로젝트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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