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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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화살로 답했다 [포디움 스토리]

기사입력 2021.07.31 05:30 / 기사수정 2021.07.31 02:18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산은 어떤 바람도 이겨낸다. 묵묵하게.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막내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엘레나 오시포바를 상대로 슛오프 끝에 6-5(28-28, 30-29, 27-28, 27-29, 29-27, 10-8)로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4일 김제덕과 함께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하며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안산은 이튿날인 25일 여자 단체전에서도 강채영, 장민희와 함께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안산은 개인전 금메달까지 차지하며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이자 한국 선수 최초로 하계 올림픽 3관왕을 달성했다.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에서 만든 쾌거다.

이미 2관왕 위업을 달성한 시점, 온라인 상에서 갑자기 터무니 없는 비난이 안산에게 향했다. 안산의 헤어스타일, 개인 SNS 내 단어를 멋대로 단정 짓고 문제 삼은 뒤 '페미니스트이니 금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이 비논리는 해외까지 흘렀고, 당연히 비웃음을 샀으나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안산의 이름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단어들과 함께 오르내려야 했다. 

넷플릭스 영화 <레이디스 퍼스트: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인공인 인도의 양궁 선수 디피카 쿠마리는 이 영화 도입부에서 여자의 역할을 규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말로 하면 사람들이 잊어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화살로 답하면 절대 잊지 않을거예요'. 여자 리커브 세계 랭킹 1위, 그게 쿠마리의 답변이었다.

공교롭게도 '일부의 논란'이 발생한 후 안산의 첫 상대가 이 쿠마리였다. 안산은 8강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이 상대를 6-0 완승으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는 미국의 메켄지 브라운과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승행 티켓을 땄다. 결승에서도 엎치락뒤치락 하며 슛오프까지 가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 가장 침착한 것은 안산이었고 그는 자신의 첫 올림픽 마지막 발을 '텐'으로 장식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남아 가장 높은 곳에 서는 사람은 안산이었다. 자신에게 테두리를 그리는 그 말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산은 말보다 강한 활로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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