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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 개봉②] 유해진 "영화의 힘으로 다가갈 수 있길" (인터뷰)

기사입력 2019.08.07 10:50 / 기사수정 2019.08.07 09:2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유해진의 얼굴을 통해 1920년대의 한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로 돌아온 유해진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면서도 또 담담하게, 한 시대의 얼굴을 그려냈다.

7일 개봉한 '봉오동 전투'에서 유해진은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했다. 독립군들의 큰형으로 이들을 아우르고, 일본군 앞에서는 커다란 항일대도를 거침없이 휘두르며 맹렬한 기세를 자랑한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가 좋았다"고 말문을 연 유해진은 "통쾌함이 분명 있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봉오동 전투의 독립군을 대표하는 인물들, 그 분들의 공이 엄청나게 크지만 어찌하였든 승리까지 갈 수 있던 과정에는 정말 많은 독립군들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었을 것이잖아요. 그 과정을 그린다는 점이 끌렸죠"라고 말했다.

올해 '말모이'에 이어 또 다시 일제강점기 당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의 중심에 섰다. 유해진은 "제가 이렇게 자꾸 그 시대 민초의 대표 역을 해도 괜찮은 것인가 싶더라고요. 저 스스로에게 있어 양심의 문제였죠. '택시운전사', '1987'도 그랬고, '내 모습이 이렇게 좋게 보여도 되나' 싶어 망설였던 부분도 있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작품을 결정하고 촬영을 준비하면서는 "만만치 않겠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마음부터 단단히 다잡아야 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유해진은 특유의 유머러스한 농담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었다.


"영화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전투신이 만만치가 않거든요. 감정에 에너지가 있어야 할 수 있는데, 그 에너지를 쭉 가져간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촬영하는 몇 달 동안 내내 '혹시 탈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했죠. 쉽게 담도 오고, 마그네슘을 자꾸 챙겨먹어야 하고 그랬어요.(웃음)"

평소 산을 즐겨찾기로 유명한 유해진에게도 '봉오동 전투' 촬영 현장을 전력을 다해 뛰어다니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촬영장에서도 현장까지 자전거 타고 다니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현장에 가서 또 뛰고, 땀을 흘려줘야 유지가 되는 것 같았어요. 피곤하다고 누워버리면 더 고장 나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했죠. 뛰는 것만 하더라도 땅이 울퉁불퉁한데, 그래도 밑을 보고 뛸 수는 없잖아요? 또 속도도 적절히 내야 하고, 스태프의 속도도 맞추고 해야 하니 신경 쓸 것이 많았죠. 원신연 감독님이 정말 현장을 꾹꾹 잘 다져가면서, 모두가 침착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줬어요. 큰 사고 없이 잘 마칠 수 있었죠."

봉오동 전투를 다룬 이야기답게, 영화 속에서는 폭탄이 터지는 장면도 수없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유해진의 아이디어가 덧붙여져 좀 더 원활해질 수 있었던 현장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숨어 있었다.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 고사를 지낼 때, '전투 장면이 많으니 정말 무사히 다들 건강하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거든요.  동선 체크를 몇 번 하면서 생각난 게 있었어요. 바닥에 폭탄이 터지는 부분을 형광색처럼 눈에 띄는 색 테이프로 표시해두면, 그게 카메라에는 비치지 않지만 뛰는 저희들은 확인하면서 갈 수 있잖아요. 좀 더 안전할 수 있는 것이죠. 촬영장에서 최고의 숙제가 '안전'이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모두가 베테랑들이라, 너무나 잘해줘서 고맙고 다행이었어요"라고 떠올렸다.


황해철이 든 항일대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유해진은 "화려하거나, 볼거리 위주의 기교가 들어가 있는 액션이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사실 기교를 부릴 수도 없는 칼이에요. 휘두르고 베는 것 자체도 힘드니까요. 김민수 무술감독이 신경을 많이 써줬고, 정두홍 무술감독이 제 대역을 해줬거든요. 그래서 더 근사하게 나올 수 있던 것 같아요. 다들 너무 베테랑이죠. 대역의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저도 거저 연기한 것은 아니에요"라며 소리 내 웃었다.

"장하(류준열 분)와 병구(조우진)에게 총이 있다면, 해철의 칼에서 나오는 통쾌함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그 신에 '쾌도난마'라는 이름을 붙였었거든요. 김민수, 정두홍 무술감독님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칼을 휘두르는 사람의 분노가 느껴져야지, 화려함이 느껴지면 안 되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괜찮았던 것 같아요."

어떤 대사든 유해진이 말하면 한층 더 편안하고 친근하게 와 닿는 유해진만의 매력도 '봉오동 전투' 속 해철의 말 속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유해진은 "대사의 강약조절에도 크게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큰일을 하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으면서도, (강단 있어야 할 때는) 한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많이 봐왔던 것 같아요. '평소에는 이 사람이 어디까지 느슨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죠. 사실 이 작품의 경우는 웃음을 주는 것이 목적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웃음이 묻어나는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이 될지는 않을지를 계속 생각했어요. 그 부분에 조우진 씨와 아라요시 시게루 역을 연기한 박지환 씨가 도움을 많이 줬고요."

반일 시국과 맞물려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심스럽게 전했다. 유해진은 "시국과 상관없이, 저희 영화의 힘이 생겨서 잘 보여질 수 있길 바라죠. 결과만큼 중요한, 독립의 과정을 담은 영화잖아요. 오셔서 보신다면 통쾌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바람을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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