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4 03:52
스포츠

복귀를 꿈꾸는 '유리몸의 전설' 로시츠키

기사입력 2009.08.21 02:17 / 기사수정 2009.08.21 02:17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하늘이 천재적인 재능을 시기했는지 세계적인 능력을 갖춘 선수들에게 가끔 '부상'이라는 재앙을 선물하고는 한다. 월드컵 최다 골에 빛나는 호나우두는 끊임없이 부상과 싸워야 했고 잉글랜드의 레들리 킹과 조나단 우드게이트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추고도 부상이라는 악령에 퍼디난드와 테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또한, 독일이 배출한 가장 창조적인 미드필더 세바시티안 다이슬러는 부상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결국, 27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를 결심했다.

이처럼 타고난 재능을 갖췄음에도 끊임없이 부상을 달고 사는 선수들, 그라운드에 뛰는 날보다 병원에 있는 날이 더 많은 선수를 보고 팬들은 깨지기 쉬운 유리에 빗대 '유리몸'이라고 칭하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유리몸'을 설명할 때 체코가 배출한 특급 미드필더 토마시 로시츠키를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로시츠키는 2006년 5월 아스날로 이적한 뒤 3시즌 동안 10여 차례의 부상을 당하며 리그 37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어 '유리몸'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재의 등장

'그라운드의 모차르트'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플레이를 선보이는 로시츠키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갖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어린 소년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며 18세 때 체코 최고의 명문구단 스파르타 프라하의 핵심멤버로 자리 잡았고 20살의 어린 나이에 유로 2000에 출전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2001년 1월 약 2,500만 마르크(당시 독일화폐)라는 엄청난 금액에 보르시아 도르트문트로 둥지를 틀며 빅리그에 입성을 했다. 천재적인 재능은 적응기도 필요없이 발휘되었고 시즌 중반에 팀에 합류했음에도 주축선수로 활약하며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이후에도 맹활약을 펼치며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며 세계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로시츠키의 재능은 대표팀에서도 빛났다. 네드베드, 얀 콜러, 포보르스키 등과 함께 체코를 이끌며 유로2004 4강의 위업을 이뤘다. 비록 독일 월드컵에서는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미국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슛을 선보이며 클래스를 증명했다.

유리몸의 전설

2006년 5월 로시츠키는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로시츠키는 아스날로 이적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넓적다리 근육에 부상을 당하며 유리몸의 시작을 알렸다. 큰 부상은 아니었기에 곧 그라운드로 복귀해 활약을 펼쳤지만 곧바로 사타구니 부상으로 쓰러졌고 이어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한 번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하지만, 경기에 나설 때는 천재적인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본업인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왼쪽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서면서도 피레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는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창의적인 패스와 스피드있는 돌파 그리고 강력한 중거리슛은 아스날의 팬들을 기쁘게 하였고 상대팀의 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한 로시츠키는 곧바로 FA컵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두 골을 기록하는 원맨쇼를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단지 고질적인 부상이 문제였다. 그라운드에 나설 때는 상대팀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고질적인 부상은 아스날 공포의 대상이었다. 2007/08시즌에도 파브레가스와 흘렙, 플라미니와 함께 아스날을 이끌며 고공행진의 주역이었지만 2008년 1월 무릎인대 부상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로시츠키의 부상은 상승세의 아스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결국, 아스날은 맨유에 우승을 넘기고 말았다. 로시츠키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이 무릎부상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로시츠키는 이후로 약 18개월이라는 세월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있었다.

천재의 귀환?

로시츠키가 곧 복귀할 것이라는 뉴스는 그를 잊어버릴 때쯤 되면 한 번씩 나왔지만 그라운드에서 로시츠키의 연주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8월 2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로시츠키는 18개월 만에 경기에 나서는 선수답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로시츠키는 또다시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으며 자신이 진정한 '유리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에는 가벼운 햄스트링 부상으로 알려져 아스날의 관계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9월 말쯤 복귀할 것으로 알려진 로시츠키는 최근 올 여름 계약이 만료되는 아스날에 잔류를 하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워낙 잦은 부상으로 그의 복귀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체코의 국가대표팀 메디컬 담당인 파벨 콜라르는 "로시츠키는 불균형적인 근육 구조로 되어 있다. 내 견해에는 그의 부상에 불균형적인 근육구조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로시츠키의 문제는 신체적인 문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시츠키가 건강하게 그라운드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이 모두의 속마음일 것이다. 이들의 바람대로 로시츠키가 유리몸을 벗어난다면 아스날의 강력한 '포'가 될 것이며 월드컵 예선 탈락 위기에 놓인 체코의 구세주로 떠오를 것이다.

오는 가을 초록빛 그라운드에서 '모차르트'의 우아한 연주를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아스날에서의 로시츠키 부상일지

2006년 5월 31일 넓적다리 근육 부상
2006년 8월 18일 사타구니 부상
2006년 11월 10일 햄스트링 부상
2007년 3월 1일 사타구니 부상
2007년 4월 30일 햄스트링 부상
2007년 7월 30일 햄스트링 부상
2007년 9월 20일 햄스트링 부상
2007년 11월 7일 사타구니 부상
2008년 2월 1일 무릎인대 부상
2009년 8월 6일 햄스트링 부상

[사진='유리몸의 전설 토마시 로시츠키' (c)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캡쳐]



정재훈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