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양정웅 기자) 드디어 롯데 자이언츠가 2026년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했다. 김진욱이 그 주인공이었다.
김진욱은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롯데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앞서 김진욱은 지난 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첫 등판했으나, 4⅔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물러났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으나, 5회 들어 투구 수가 불어나면서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그래도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것을 참고한 체인지업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151km/h까지 나온 패스트볼을 보여주면서 김진욱은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다.
1회 김진욱은 선두타자 최원준에게 3볼을 던졌지만, 스트라이크 2개를 꽂은 뒤 잘 맞은 타구가 1루수 한동희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면서 1아웃을 잡았다. 이후 김현수에게도 2볼-0스트라이크에서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자신감을 찾은 김진욱은 홈런 공동 1위(3개) 장성우를 상대로 과감한 승부에 들어갔고, 6구째 몸쪽 변화구로 루킹 삼진을 잡으면서 이닝을 마쳤다.
이후 김진욱은 2회 샘 힐리어드에게 가운데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해 첫 실점을 기록했다. 김상수를 유격수 뜬공 처리한 김진욱은 오윤석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으나, 류현인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배정대를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페이스를 끌어올린 김진욱은 3회 선두타자 이강민을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했다. 이어 최원준과 김현수를 모두 내야땅볼로 잡아내며 2번째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한번 분위기를 타자 김진욱은 더욱 불붙었다. 4회에도 장성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운 그는 힐리어드에게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삼진을 잡았다. 김상수도 2루수 플라이로 아웃되면서 2이닝 연속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5회 첫 타자 오윤석을 범타 처리한 김진욱은 류현인에게 좌익수 옆으로 향하는 2루타를 맞아 이날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출루시켰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배정대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이강민을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얼어붙게 하며 삼진을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은 1사 후 김현수에게 이날 첫 볼넷을 허용했다. 자칫 흔들릴 수도 있던 상황, 하지만 장성우를 병살로 처리하며 고비를 넘겼다.
이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은 힐리어드를 2루수 땅볼, 김상수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오윤석까지 3루수 땅볼로 아웃되며 김진욱은 또다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김진욱은 8회에도 등판, 최원준-김현수-장성우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장성우를 삼진으로 잡고 내려가는 김진욱을 향해 롯데 팬들은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쳐줬다.
이날 김진욱은 8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2022년 4월 5일 창원 NC전에서 기록한 7이닝을 넘어서는, 개인 최다 이닝 신기록이었다.
롯데는 전날까지 시즌 9경기 동안 단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지 못했다. 9경기 중 5경기에서 선발이 딱 5이닝을 소화했고, 4이닝이 3차례, 4⅔이닝이 한 차례였다. 6회에 마운드에 오른 것도 나균안이 첫 등판에서 한 타자를 상대한 게 유일하다.
지난해 최종전인 9월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빈스 벨라스케즈가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후 공식경기에서 그 누구도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지 못했다. 시범경기 12경기와 정규시즌 9경기 등 총 21경기를 치렀지만 나오지 않았다.
롯데 투수가 8이닝을 소화한 건 지난 2024년 7월 18일 울산 두산 베어스전에서 박세웅이 달성한 이후 처음이다. 또한 토종 좌완 투수로는 2011년 장원준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진욱은 "연패를 너무 끊고 싶었다. 내 손으로 끊을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앞선 경기와 달리 무너지지 않고 8회까지 끌고 간 부분에 대해 김진욱은 "그때는 초반에 공이 좋았는데, 이번에는 가면 갈수록 커맨드가 괜찮았다"며 "그러다 보니까 집중하며 계속 하다 보니까 8회까지 갔더라"라고 얘기했다.
그동안 김진욱의 발목을 잡았던 볼넷도 이날은 단 하나만 나왔다. 그는 "볼넷에 대해 마운드 올라가면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데 그 점이 좀 괜찮았다"며 "공 한 개에 더 집중을 하다 보니까 볼넷이 좀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8이닝을 단 100구로 막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빠른 카운트 싸움이었다. 김진욱은 "시합 전 (손)성빈이와 (유)강남이 형, 코치님과 '좋은 공을 많이 쓰자'라고 얘기했고, 데이터 분석에서도 '맞더라도 빠른 카운트 안에서 맞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날 유강남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손성빈을 선발 포수로 내세웠다. 2021년 드래프트 동기인 손성빈과 호흡을 맞춘 김진욱은 "성빈이가 인터뷰할 때 자기 이름 좀 많이 얘기해 달라고 하더라. 감독님한테 맨날 혼나서 칭찬이 고픈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손)성빈이가 너무 잘해줬고 마음도 잘 맞았다. 또 (유)강남이 형도 너무 잘해주셨기 때문에 포수들이나 야수들이 너무 고생한 것 같다"고 밝혔다.
투구 수가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김진욱은 6회를 넘어 7회, 8회까지 등판했다. 그는 "던지라고 하면 던져야 하는 선수다. 올라갈 때마다 공 하나에 더 집중하자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서 거기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얘기했다.
마운드를 내려가며 팬들이 보내준 함성은 김진욱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오랜만에 듣긴 했는데, 오랜만에 들어서 더 값지고, 앞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민심이 완전히 회복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회복된 것 같은데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했다.
김진욱은 지난해 초반 좋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평균자책점 10.00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래도 스프링캠프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5선발 낙점을 받았다.
이번 호투에 대해 김진욱은 "프로 선수는 결과로 증명해야 된다. 오늘로 인해서 조금 더 확신이 들었고,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 하나에 더 신경 쓸 생각이다"라고 했다.
김진욱은 연패 기간에도 성원을 보내준 팬들을 향해 "많이 야구장을 찾아와 주셔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더 단단한 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또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