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결과를 떠나서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남을 투·타 맞대결이 펼쳐졌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최형우(KIA 타이거즈)가 그 주인공이었다.
삼성은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와의 시즌 15차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10월 3일 광주 KIA전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시즌 4위를 확정한 삼성은 10월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정규시즌 5위 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외국인 선수들의 존재감이 빛난 하루였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7이닝 2피안타 1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5승째를 올렸다. 타선에서는 르윈 디아즈가 시즌 50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KBO리그 역대 최초 단일 시즌 50홈런-150타점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가 많은 관심을 끈 이유는 바로 오승환의 은퇴 경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이날 경기 전 오승환을 특별 엔트리에 넣었다. 오승환이 경기 후반 등판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경기 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오늘(30일) 경기가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기인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오승환이 등판하게 된다면 9회에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최형우에게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최형우는 그동안 오승환의 은퇴 경기에서 오승환과 투·타 맞대결을 소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최형우는 "아마도 오늘 (오)승환이 형과 맞대결하지 않을까"라며 "감독님도 허락했다"고 말했다.
최형우와 오승환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에서 함께 뛰었다. 삼성이 2011~2014년 통합 4연패를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삼성 왕조의 주역이었다.
선배 오승환에 대해 좋은 기억밖에 없다는 게 후배 최형우의 이야기다. 최형우는 "승환이 형을 따라가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오승환과) 성향이 약간 비슷하다. 쓴소리를 잘 하지 않고 그냥 괜찮다고 다독여 준다"며 "후배들이 승환이 형에게 본받을 점이 엄청 많다. 아마도 승환이 형에게 나쁜 감정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기 생각을 전했다.
최형우는 10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오승환의 은퇴투어 때 감사패를 전달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돌아본 최형우는 "나도 모르게 늙으니까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졌다"며 미소 지은 뒤 "엄청 참았다. 눈물이 터졌다면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위한 자리가 아니고 내가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니까 눈물을 참았다"고 얘기했다.
오승환과 최형우 모두 경기 내내 출격을 기다린 가운데, 마침내 모두가 기다렸던 순간이 찾아왔다. 삼성이 5-0으로 앞선 9회초 오승환이 마운드로 향했다. 불펜에 있던 후배들은 외야 그라운드에서 오승환을 향해 모자를 벗고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자 KIA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최형우도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승환과의 맞대결 전에는 헬멧을 벗고 오승환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마지막 맞대결에서 웃은 선수는 오승환이었다. 최형우는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오승환의 4구 포크볼에 헛스윙을 휘두르며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최형우는 곧바로 마운드로 가서 오승환과 포옹하며 선배를 예우했다. 오승환은 한 타자만 상대한 뒤 김재윤과 교체되면서 ⅓이닝 무실점으로 은퇴 경기를 마무리했다.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디아즈는 "오승환, 최형우 선수가 KBO리그의 레전드라는 걸 알고 있다"며 "그냥 그 순간을 봤을 때 같은 공간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 너무 특별하게 다가왔다. 먼 훗날에 자녀가 생기면 얘기해 주고 싶을 만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