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목동, 김환 기자) 변성환 감독은 간절했다.
4경기 무승은 승격을 바라보는 수원 삼성에 용납될 수 없는 결과였다. 결과를 책임지는 감독으로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변 감독은 서울 이랜드 FC 상대 첫 승리와 함께 무승을 끊어낸 뒤 눈시울을 붉혔다.
변성환 감독이 지휘하는 수원 삼성은 13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2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전 터진 일류첸코의 선제 결승포를 앞세워 서울 이랜드 FC를 1-0으로 꺾었다.
5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점을 낚은 수원은 승점 55점(16승7무6패)을 마크하며 리그 2위를 유지했다. 또한 지난 5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던 수원은 서울 이랜드 상대로 6경기 만에 리그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다.
후방에 세 명의 센터백을 배치하는 변형 3-5-2 포메이션을 중심으로 '이랜드 맞춤 전략'을 갖고 나온 변성환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
수원은 이랜드의 공격을 막아낸 뒤 측면의 파울리뇨와 세라핌의 속도, 그리고 일류첸코의 힘을 앞세운 역습을 펼쳤다. 경기 경험이 풍부한 최영준과 이규성 대신 에너지 레벨이 높은 이민혁과 홍원진을 중원에 배치한 것도 효과를 봤다.
수원은 전반전 일류첸코의 선제골이 나온 이후 이랜드에 경기 주도권을 넘겨주는 듯했으나, 수비진의 침착한 수비와 양형모의 선방,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꺼내든 교체 전술로 무실점 승리를 지켜냈다.
수원이 이랜드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 4개월 만, 무실점으로 승리한 것은 지난달 충북청주FC전 1-0 승리 이후 한 달 만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변성환 감독은 "오늘 너무나 승리가 필요한 시점에 전술적 변화를 통해 값진 결과를 얻었다. 승점 6점짜리 경기였다. 이랜드는 우리와 좋지 않은 징크스를 갖고 있는 천적 관계였다. 오늘은 승리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었는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선수들이 보여줬다"고 총평했다.
변 감독은 이어 "1-0 승리가 너무나 값지다. 얼마 만에 거둔 클린시트 승리인지 기억도 안 난다. 오늘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너무 잘해줬다.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최근 승리가 없어서 속상했겠지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팬들께도 감사하다. 팬분들의 응원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선수들과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랜드전 승리, 그리고 무실점 승리 모두 의미 있는 결과였다. 변 감독은 "둘 다 너무 좋다. 김도균 감독님은 나와 친한 선후배 사이다.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늘만큼은 정말 아프게 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워낙 많이 당해서 자존심이 상했었다. 오늘은 잘 준비됐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기뻐했다.
그는 또 "이 게임 플랜은 2로빈에서 지자마자 세운 것이다. 정말 이기고 싶어서 많이 준비했다. 김도균 감독님께서도 축하한다고 하셨다. 멋진 경기를 한 이랜드에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무릎을 꿇으며 기뻐했고, 중계사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이번 승리는 변 감독에게 유독 간절했다.
변 감독은 "솔직히 한 달 동안 많이 힘들었다. 선수들이 가장 많이 힘들었을 거고, 팬분들도 속상하셨을 것이다. 감독은 매 경기 책임지는 사람이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거다. 이것은 숙명"이라면서도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어려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나도 인해 가족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많이 이기고 싶었다. 오늘 우리의 간절함이 닿았던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씻겨 내려가는 승리였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고 나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고 밝혔다.
이번 경기 전술에 대해서는 "우리가 준비한 구성에서는 백3와 백4를 넘나들었다. 기존 선수들이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김)민우, (정)동윤이, (장)석환이 같은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장석환은 백4에서 자연스럽게 왼쪽 측면 수비가 되고, 민우는 윙어가, 동윤이는 미드필더가 됐다. 상대 압박이 석호에게 밀리는 모습이 있어서 여러 길을 여러두고 빌드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선수 조합에 따라 계속 변화를 줄 생각이다. 상대를 분석하고 난 이후에 어떤 라인업을 구성할지에 따라 백4, 백3, 시프트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이 플랜은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에 따라 분석을 통해 카드를 꺼내려고 한다"라며 향후에도 비슷한 전술을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변 감독은 "인천의 결과는 들었다. 부천 경기 결과는 알고 있었다. 우리는 미래를 보지 않고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회는 분명 올 거고, 기회가 왔을 때 우리가 승리해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금은 세부적인 계획을 세울 상황은 아니다. 매 경기 승점 3점을 쌓으면 간격이 자연스럽게 좁혀질 것이다. 3로빈에서 인천과 경기가 있다. 그 전까지는 계속 최선을 다해 승점을 따야 하지 않나 싶다"며 위아래를 보지 않고 다가오는 일정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