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따뜻한 색감의 베이지색 카디건을 입은 정대현은 여름의 끝자락에도 따뜻한 봄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데뷔 초 B.A.P로 내방 인터뷰를 진행하긴 했지만 홀로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는 오랜만인 만큼 설렘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최근 정대현은 서울 강남구 엑스포츠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세 번째 싱글 앨범 '행로'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컴백 이후엔 무대만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살았다. 무대 위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자고 먹는 거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서 최상의 컨디션에만 집중했다"고 근황을 밝혔다.
정대현이 지난 2일 발매한 신곡 '행로'는 청량한 기타 사운드와 드라이브감 있는 밴드 편곡이 어우러진 곡으로, 청춘의 방황과 불완전함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결국 자신만의 리듬으로 길을 찾아 나아가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는다.
올여름은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다고 한다. 이같은 기록적인 무더위도 정대현의 '열정' 앞에선 바람 앞의 등불이다. 정대현은 "제가 더위를 굉장히 많이 타는데 (컨디션 관리를 위해) 잘 때 선풍기와 에어컨을 안 틀었다. 이번 여름이 굉장이 덥지 않았나. 이젠 날씨가 좀 풀려서 다행"이라며 "비타민 잘 챙겨 먹고 물도 좀 많이 마시려고 한다. 잠은 요즘엔 씻고 누우면 기절한다. 그건 좋다"고 웃었다.
정대현이 B.A.P가 아닌 오롯이 '솔로가수'로 신곡을 발표하는 건 오랜만이다. 지난 6월 두 번째 싱글 '스테이(Stay)'를 선보이며 오랜 공백을 깬 그는, 3개월 만에 다시 초고속 컴백에 나섰다. '스테이' 이전에는 사실상 국내에서 발표한 솔로 컴백작이 없었다. 2019년 첫 싱글 '올라잇(Alrihgt)' 이후 약 6년 만의 귀환이기에 이번 컴백이 더욱 반갑다.
개성 강한 B.A.P 멤버들 사이에서도 '메인보컬'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준 정대현이었기에, 그의 긴 공백을 아쉬워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정대현은 "제가 2022년에 전역했는데 당시 코로나로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였다. 회사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됐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점점 (컴백과) 멀어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복귀도 어려워졌다"라고 털어놨다.
'올라잇'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스테이'와 '행로'는 정대현에겐, 단순한 컴백작이 아닌 어쩌면 무대에 설 '용기'였을지 모른다. "처음 시작하다시피 했다"는 정대현은 "작년에 방정유문(방용국·정대현·유영재·문종업)으로 활동할 때도 사실 예술적으로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다. 공백기가 길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다. 실제로 (다시 활동을) 해보니 정말 쉽지 않더라"라고 떠올렸다.
올해는 벌써 두 곡의 신곡을 낸 정대현은 "앞으로는 계속 솔로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운 좋게 팬분들 덕분에 방정유문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런 기회는 흔치 않다. 앞으로는 솔로로 꾸준히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뱉은 말은 지키는 남자, 정대현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지난달 30일에는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한 시간 동안 라이브 밴드와 함께 버스킹 공연을 펼쳤다.
정대현은 "저보다 팬분들이 (컴백을) 더 애타게 기다렸다는 걸 몸소 느꼈다. 데뷔 14년 차가 된 만큼 팬분들도 저랑 같이 나이를 먹는데,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행동이나 마음가짐의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지 않나. 우리 팬들은 정말 어렸을 때 철부지 느낌, 있는 그대로 힘껏 응원을 해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단순한 팬과 가수 사이는 아니라는 걸 확실히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서 "아침 일찍 와서 현수막도 걸어주고 이것저것 준비해 주는 걸 보면서 내가 팬들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솔로가수로 새로운 마음가짐을 정립한 정대현, 시작이 좋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funE '더쇼'에선 5세대 보이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히 1위 후보에 올랐다.
정대현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싶었다. 컴백 팀도 많고 제가 솔로로 1위 후보가 된 건 처음이라 얼떨떨했다"면서도 "그거(1위)에 대한 기대나 설렘으로 무대에 집중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별로 신경 안 쓰는 척을 계속했다. 정말 '척'이었다. 내심 '설마 (1위) 하나?' 생각하면서 소감도 준비했는데 후보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팬분들 덕분이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물론 솔로 가수로 음악 방송 1위 후보에 오르는 일도 쉽지 않지만, 데뷔 14년 차 가수가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시 주목받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원조 '비주얼 메보'답게 정대현은 "일단 스스로를 열심히 가꿔야 한다. 비주얼적인 건 물론이고 노래 실력도 월등해야 하고 퍼포먼스는 당연한 것 같다. 이러한 조건들이 팀 활동할 때보다 더 갖춰져 있어야 하고 퀄리티가 높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아무래도 저는 소비가 많이 되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계속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스스로도 계속 변화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대현은 '행로' 무대에서 밴드의 프런트맨으로서 생생한 사운드와 함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한층 성장한 보컬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줬고, 흔치 않은 음악방송 무대마저 페스티벌을 연상케 하는 색다른 분위기로 가득 채웠다.
그는 "무대 자체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좀 많이 이끌어내려고 한다. 콘서트에 가까운 모습으로 많이 하고 있다. 사실 음악방송은 팬분들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은데 최대한 팬분들과 교류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음악방송 무대 하나 소홀히 하는 법이 없는 정대현은 "너무나 많은 무대들을 팬분들께 보여드렸고 팬분들도 이젠 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거다. 그런 부분을 '행로'를 통해서 해소 시켜드리고 싶었고 되게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컴백 전후로 B.A.P 멤버들의 응원이 있었냐는 질문엔 "리더 (방)용국이 형이랑 영재가 방송국에 응원차 놀러 왔었다. 그거 말곤 딱히 뭐 (없다)"라며 "말 안 해도 이젠 서로 잘하겠거니 한다"고 여전한 케미를 증명했다.
데뷔 14년 차에도 멤버들 없는 음방은 늘 심심할 따름이다. 정대현은 "마지막에 1등 소감 발표할 때 전 출연진들이 올라오지 않나. 그때 멤버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앞에 2~3개 정도 무대가 남았을 때 나와서 대기를 하는데 혼자 있으면 10분 이상을 멀뚱멀뚱 서 있어야 하니까 그때 유독 생각난다"고 얘기했다.
([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MA엔터테인먼트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