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새로운 홈구장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글로벌 매체 'ESPN'은 11일(한국시간) "맨유 CEO 오마르 베라다는 클럽이 새로운 경기장에서 투자하는 동안 경쟁자들에게 더욱 뒤처질 위험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11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맨유는 올드 트래포드 지역 재개발의 중심으로 10만 석 규모의 신축 경기장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발표하며 정부의 성장 정책을 지지했다"라고 발표했다.
관중 7만4000여명을 수용 가능한 올드 트래포드는 맨유 홈구장이자 맨유의 상징 중 하나이다. 1910년에 개장한 이후 수많은 빅클럽들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를 상대로 무릎을 꿇으면서 원정팀의 지옥으로 널리 알려졌다. 맨유 레전드 바비 찰튼은 올드 트래포드를 '꿈의 극장'이라고 칭했다.
과거 맨유에서 7년(2005~2012)을 뛰며 205경기 27골을 기록한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도 올드 트래포드에서 많은 경기를 치렀다. 2012 런던 하계올림픽 때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브라질과 준결승전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긴 시간 올드 트래포드의 노후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건설한지 100년이 넘은 경기장임에도 구장 내 전반적인 시설의 유지 보수에 큰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의 홈구장이라는 걸 무색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 2019년 홈경기를 앞두고 지붕에서 거센 물줄기가 쏟아지는 모습이 공개됐고, 지난해 3월엔 경기장 내 남자 화장실 하수관에서 소변이 역류해 바닥이 배설물로 뒤덮이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맨유를 이끄는 후벵 아모림 감독이 본머스와의 2024-25시즌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던 중 천장에 물이 새는 바람에 기자회견이 중단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결국 지난해 2월 맨유 지분 28.94%를 인수하면서 구단 운영권을 얻어내 맨유의 새로운 구단주로 등극한 짐 랫클리프는 노후화된 올드 트래포드를 대신할 최신식 경기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랫클리프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의 경기장은 지난 115년 동안 훌륭하게 운영됐지만 세계 스포츠에서 최고의 경기장에 뒤처졌다"라며 "기존 부지 옆에 건설함으로써 올드 트래퍼드의 본질을 보존하는 동시에 역사적인 본거지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팬 경험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최첨단 경기장을 만들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경기장이 올드 트래포드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갱신을 위한 촉매가 돼 건설 단계뿐만 아니라 경기장 지구가 완공되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일자리와 투자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도 중요하다"라며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지정했으며, 국가적, 지역적 중요성을 지닌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 사명을 지원하게 돼 자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베라다 CEO도 "클럽으로서 우리의 장기적 목표는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 세계 최고의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라며 "우린 수천 명의 팬과 지역 주민의 의견과 함께 그 결과를 신중하게 고려했고, 새로운 경기장이 맨유와 주변 지역 사회를 위해 올바른 방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많은 승리와 트로피를 거머쥔 맨유의 전설적인 사령탑 알렉스 퍼거슨도 새 구장 건설을 지지했다.
퍼거슨은 "맨유는 경기장 안팎에서 하는 모든 일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하며, 여기엔 우리가 경기를 하는 경기장도 포함된다"라며 "올드 트래포드는 내게 개인적으로 많은 특별한 추억을 안겨줬지만, 우리는 용감해야 하며 미래에 걸맞은 새로운 홈구장을 짓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10억 파운드(1조 8760억원) 이상의 부채를 진 것으로 알려졌고, 팀 성적도 부진한 현 시점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경기장 건설로 인해 향후 맨유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ESPN도 "맨유의 새 경기장 이전 계획엔 약 20억 파운드(약 3조 7510억원)의 비용이 포함됐는데, 이는 지난 3년 간 3억 파운드(약 5627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해 긴축 재정에 들어간 맨유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스널과 토트넘 홋스퍼 모두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동안 경기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덧붙였다.
아스널은 아르센 벵거(1996~2018) 감독 재임 시절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3번(1997-98, 2001-02, 2003-04) 차지했고, 2003-04시즌엔 무패 우승을 달성하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팀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하이버리 구장을 대신할 새로운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짓는 과정에서 많은 지출이 발생해 긴축 재정에 들어갔고, 선수 영입 예산이 한정돼 전력 보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승 경쟁팀에서 밀려났다.
토트넘도 오랫동안 홈구장으로 쓴 화이트 하트 레인이 너무 노후화됐기에 2016년부터 10억 파운드(약 1조 8760억원)을 투자해 6만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건설했다. 이때 경기장 건설로 인해 6억 3700만 파운드(약 1조 1948억원)에 달하는 부채가 생겼다.
베라다 CEO도 새로운 홈구장 건설에 많은 자금이 투자돼 선수 영입에 쓸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경기장 건설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베라다 CEO는 "이는 위험하다. 분명 우리가 피하고 싶은 일"이라며 "우리는 팀에 투자하는 능력을 방해하고 싶지 않고,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동안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맨유는 2030-31시즌 이전까지 공사를 마쳐 새로운 홈구장으로 이사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사진=ESPN, 맨유,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