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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원도 내일의 정은원이 기대된다 [조은혜의 슬로모션]

기사입력 2021.07.22 20:18 / 기사수정 2021.07.22 21:33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정은원은 작년의 자신을 '나태했다' 자평했다. 반등하고 싶다는 목표를 당당하게 얘기했고, 적어도 전반기까지는 자신과의 그 약속을 지켰다.

정은원은 전반기 한화의 79경기 전 경기에 나서 85안타 25타점 50득점 타율 0.302를 기록했다. 볼넷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65개로 이미 전반기에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고, 출루율은 0.434로 5위, 장타율도 0.431로 첫 4할대를 유지하고 있다. KBO 기준 WAR(3.33) 2루수 1위, 야수 전체로 봐도 6위에 해당하는 기록.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만족스럽다" 평가할 만한 시즌 절반이었다.

#1

과감하게 '만족'이라 평가할 수 있었던 건 좋은 기록을 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은원은 결과 이전에 과정의 해결책을 찾았다. 이 과정은 지금까지의 정은원을 만든 비결이자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줄 지침이기에 중요했다.

"2019년 초반에 잘 치다가 떨어져서 올라오질 못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이 컸다. 페이스가 계속 안 떨어지고 초반처럼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잘 될 때도 그런 걱정이 좀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때 왜 페이스가 떨어졌는지 생각하고 나니까 크게 걱정할 게 없더라. 조금 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매일 경기를 치르다 보니 여유가 생겼다. 지표를 떠나서, 힘들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내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부분이 만족스럽다."

스스로 항상 기억하고 붙잡을 수 있는 줄기가 있다는 것. 정은원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좋다. 덕분에 기술적인 부분까지 업그레이드되는 느낌도 있다"고 전했다. 

"전에는 타석에서 스스로 복잡했다. '폼은 어떻게 되고, 방망이는 어떻게 나와야 하는데' 하면서 잡생각이 많았다. 그때는 그런 부분들까지 경기에서 잘 만들어져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생각이 있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은 이제 연습 때만 만들어 놓는다. 기술은 훈련 때만 신경 쓰고, 경기에서는 오로지 멘탈만 신경 쓴다. 내가 어떻게 싸울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투수와 상대할 것인가."


#2

시즌 초반부터 정은원의 출루율은 놀라울 정도였다. 출루율만으로도 1번타자의 역할을 다했다고 해도 무방했지만, 정은원은 갈증을 느꼈다.

그는 "올해 목표는 출루율 하나로 잡고 시작했는데, 막상 시즌을 치르다 보니 타율과 장타율이 아쉬웠다. 기록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고, 포커스를 출루율에 두고도 나 스스로 부족한 게 느껴지니까 그때부터 나도 조금 계획을 바꾸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나에 대한 상대 투수와 포수의 분석이 바뀌는데, 나는 똑같이 대응하고 있으니까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상대가 바꿔서 생각하는 만큼, 나도 바뀌어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은 기간이 있었다. 김남형 코치님, 워싱턴 코치님과 고민을 함께 했고,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적인 부분과 멘탈적인 부분을 훈련하다 보니 점점 좋아졌다."

깨닫지 못하면 움직일 수 없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변화도 없다. 움직여도 변화는 쉽지 않지만, 정은원은 마음먹은 바를 결과로 만들어냈다. 정은원의 월간 타율은 4월 0.273에서 5월 0.310, 6월 0.311, 7월 0.333으로 점차 높아졌다. 장타율도 4월 0.351, 5월 0.417, 6월 0.522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5월까지 없었던 홈런은 6월에만 4방이 나왔다.

"남들보다 배우는 게 빠른 것 같다. 뭔가를 내 걸로 빨리 흡수해 만들어내는 그런 부분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그걸 크게 느낀다. 그래서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어떤 걸 더 배워서 내가 발전할 수 있을까, 이런 기대가 드는 전반기였다."

정은원은 '습득 능력'으로 매듭지었지만, 결코 그 하나로만 만들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다. 코치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말에 정은원은 "아무리 가르쳐주고 조언해주는 분이라고 해도, 선수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내가 깨는 거다. 나에게 맞게 거르더라도, 일단 최대한 많은 얘기를 듣고 대화를 해야 그 안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생긴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학습 앞에는 이런 의욕이 있다.


#3

리빌딩 중인 한화 선수단은 그 어느 때보다 젊다. 2000년생이자 프로 4년 차인 정은원은 분명 그 중심에 있다. 이제 선배 노릇 좀 하냐고 묻자 그는 "무게감이 없다" 웃지만, 그라운드에서의 모습보다 묵직한 영향력은 또 없다.

그런 정은원은 젊어진 선수단에 대한 질문을 자못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좋은 게 단순히 편해서라기보다, 우리 팀이 언제까지 밑에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정은원은 "나는 팀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끼리도 '늘 하위권에 있는 것이 쪽팔리지 않냐' 얘기하곤 한다. 분명 그런 부분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우리 팀을 볼 때, 미래가 밝은 느낌이다. 물론 아직 성적은 밑에 있지만, 강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부분들이 긍정적이라고 본다. (하)주석이 형도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잘 이끌고 있고, 다른 선배님들도 어린 선수들이 편하고 즐겁게 야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꼭 경기장뿐 아니라 출근해서 훈련하고, 라커룸에서의 시간, 경기가 끝난 뒤의 시간을 돌아보면 재밌었던 시간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정은원의 목표는 출루 하나부터 스트라이크존의 어느 한 부분까지 디테일해지고 있다. 점점 더 정교한 타자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은원은 "전반기 때 했던 훈련, 루틴을 이어가면서 후반기를 준비할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전반기에 너무 잘했는데, 느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다"며 "분명 내가 보완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내가 잘 칠 수 있는 코스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휴식기에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은원의 말과 행동은, 늘 일치해왔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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