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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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트' 종영②] 웹툰 원작·사전 제작이 빚은 아이러니

기사입력 2016.03.02 07:00 / 기사수정 2016.03.02 06:13

허윤영 기자


[엑스포츠뉴스=허윤영 기자] 방영 초반,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은 웹툰 원작, 반(半) 사전 제작 시스템 때문에 웃었다. 그리고 최종회에서 두 요소가 드라마의 장점에서 단점으로 전환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치인트’는 tvN에 ‘역대 월화드라마 최고시청률 갱신’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 원인에는 배우들의 연기와 제작진의 연출력 등도 자리했겠지만, 반 사전제작 시스템과 성공한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다는 점도 큰 몫을 했다. 

시청자들은 ‘치인트’의 디테일함에 열광했다. 반 사전제작인만큼, 제작진은 디테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많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치인트’의 디테일을 찬사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지상파 드라마, 보고 배워라’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디테일은 드라마에 대한 공감을 극대화 시켰다. 

또한 순끼 작가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돼 탄탄한 스토리 역시 갖췄다. 성공적인 웹툰을 차용한만큼 실패 확률은 그만큼 적었다. 제작진이 연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배우들은 더욱 깊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 

그랬던 ‘치인트’가 방영 중반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반 사전 제작 시스템과 웹툰 원작이라는 요소 때문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불거진 논란은 유정선배의 분량 관련 논란이었다. 시청자들은 원작의 스토리가 훼손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물론 제작진 측이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전제작시스템이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맹점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시청자들은 실망했고, 박해진 소속사의 SNS에는 의미심장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은 순끼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순끼 작가는 해당 글에서 제작진의 불통을 지적했다. 블로그 글에서 “6회 이후 시나리오 공유 요청에는 ‘철통보안’을 이유로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제작진이 14회 촬영 직전, 순끼에게 연락을 했고 이 연락은 순끼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한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순끼 작가는 제작진에게 “원작과 다른 결말을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락이 없던 제작진이 14회 촬영 직전 순끼에게 전화해 제시한 엔딩은 순끼가 말한 엔딩이랑 비슷했다. 엔딩에 혼신을 다하는 작가의 의견은 반영이 되지 않은 모양새다. 

그리고 최종회, 이런 논란이 반영된 듯한 연출이 돋보였다. 홍설(김고은 분)의 대사처럼 엔딩에 대해 ‘고민할 열정이 사라진 지 오래’인 듯했다. 드라마 스토리의 핵심이었던 설과 인호(서강준), 유정(박해진)의 관계는 ‘열린 결말‘이라는 허울좋은 명분 뒤에서 사라졌다. 드라마 외적으로 증폭시킨 갈등을 해결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엔딩이 주는 ‘카타르시스‘였지만, 실패했다. 

결국 ‘치인트’는 웹툰 원작 기반 드라마의 ‘안 좋은 예’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원작에 결말이 없었던 만큼 ‘엔딩‘을 원작자와 필수적으로 협의해야 했지만 제작진은 불통으로 임했다. 엔딩에 대한 부담감이 분명 제작진을 눌렀을 것이고, 결국 드라마는 ‘허겁지겁’ 막을 내렸다. 원작자와의 대화가 충분히 있었다면 적어도 엔딩에 대한 부담감은 덜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반 사전 제작이란 환경이 가진 ‘시청자 의견 반영 불가’라는 단점을 ‘치인트’는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중반 이후 쏟아진 드라마에 대한 지적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다면, 엔딩으로 향하는 스토리를 수정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적어도 유정 선배 분량 논란을 잠재우거나, 드라마의 끝을 ‘컴퓨터 화면’으로 장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치인트’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대한 질문거리를 던져줬다. 물론 국내에서 웹툰 원작 기반, 반 사전 제작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잡은 건 아니기 때문에 성장통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그 성장통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드라마로 막을 내렸으면 좋았겠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방영 초반에 보여줬던 ‘치인트’의 저력이 너무나 아쉬워지는 이유다.

yyoung@xportsnews.com / 사진=tvN '치즈인더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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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영 기자 yyo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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