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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발전할 의무가 있다" 이승엽의 왕좌 [오키나와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6.02.16 06:00 / 기사수정 2016.02.16 07:57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오키나와(일본), 나유리 기자] 이승엽(40,삼성)의 시계는 계획대로 흘러간다. 간혹 더디더라도 절대 멈추지 않는다.

삼성 라이온즈는 정규 시즌 우승 트로피를 싹슬이 한 지난 5년간 정상급 선수들로 라인업을 꾸렸다. 젊음과 노련미가 적절히 조화된 라인업 속에서도 '라이언킹' 이승엽의 존재감은 분명히 남달랐다. 

물리적인 노력만으로는 만회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신체적 전성기를 지나 불혹으로 접어든 이승엽도 마찬가지다. 냉정히 말해 그가 전성기로 평가받는 시절만큼의 성적을 지금도 낼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이승엽의 역할은 팀이 어려울 때 더욱 빛난다. 내부 우환으로 욕심을 낼 수도 있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고, 당연히 선수단 분위기에도 여파가 미쳤다. 그래도 이승엽은 '부정' 보다 '긍정'을 이야기 했다.

▶ 몸 상태 작년보다 더 좋다

지난해 통산 400홈런 대기록을 세운 이승엽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지금의 컨디션이 더 좋다"고 말했다. 시행착오 끝에 얻은 노하우다. "배트가 잘 돌아가는 것을 느끼니까 준비가 잘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그는 "더이상 욕심을 내는 것보다 천천히, 천천히 페이스를 찾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 WBC때의 경험이 교훈이 됐다. 당시 국제 대회에 맞춰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렸다가 정작 정규 시즌에 너무 일찍 체력이 방전됐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그때를 '실패'라고 일컬었다.

연일 고된 캠프 일정에 "조금씩 힘들고 지치는건 사실이다. 또 나이가 들다보니 다른 것보다 피로감은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괜찮다. 타격쪽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더 잘해가고 있는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로 만 마흔살. 1년, 1년이 남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나이다. 프로선수로서는 더 그렇다. 이승엽도 "젊은 선수들하고는 시즌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다를 수 밖에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것보다도 캠프에서 '오버 페이스' 대신 '나의 페이스'를 찾을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으로 꼽았다. 

이승엽은 "어릴때는 캠프에서 뭔가를 보여주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은 내 페이스에 천천히 맞춰도 된다. 나는 지금 개막전 첫 타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은퇴 시점을 정해놨기 때문에 후회 없이 연습하고, 훈련하자는 생각밖에 없다. 야구가 재미있어서 한다"고 말했다.

▶ 사자군단이 흔들린다고? 천만에

전력 유출이 있다. 삼성은 이번 겨울 주축 선수들이 팀을 빠져나가면서 손실이 있었다. FA였던 박석민이 NC로 이적했고, 외국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나바로는 현해탄을 건넜다. 마무리 투수로 뒷문을 지켜주던 임창용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사실상 방출됐다. 분명한 사정이 있었지만 이 선수들의 공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크기다.

이승엽도 이를 인정했다. "팀의 베테랑으로서 팀의 전력이 약화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그 공백을 어떻게든 최소한으로 줄이는게 우리가 할 일이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발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팀 전력이 약화됐지만 티를 내는 선수들은 없다. 우리는 프로다. 그 선수가 빠지면 또다른 선수가 메꿔야 한다. 그것은 당연하다. 어차피 프로는 야구장에서 최고의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좋은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을까"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본인이 해야할 일도 알고 있다. 팀이 어려운만큼 자신의 역할 비중 수치도 키울 예정이다. 이승엽은 "나는 6번 타순이 너무 마음에 든다.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팀이 4~5번을 맡으라고 하면 기꺼이 그렇게도 할 수 있다. 이제는 타순에 구애 받거나 기복이 있지 않다. 어느 타순을 맡아도 내 역할을 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부상으로 두차례 엔트리에서 빠졌던 작년보다, 시즌 내내 전력에서 빠지지 않는 역할을 해내겠다"는게 올 시즌 이승엽의 목표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직전까지는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분위기가 예년보다 전체적으로 가라앉아있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캠프에서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가자 언제 그랬냐는듯 훈련에 몰입하고 있다. 

삼성의 팀 분위기도 마찬가지. 이승엽은 "우리도 모르게 안좋았더 분위기가 다 없어진 것 같다. 운동을 하면서 서로 얼굴 마주치면서 함께 고생하고 목표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에 안좋은 분위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제 해가 바뀌었고, 어차피 우리는 팀에 속한 선수다. 개인 종목이 아니다. 우승을 해야한다는 목표 의식은 의무다. 작년에 안좋았던 일이 있었지만 다 잊어버렸다. 새 마음, 새 뜻으로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엽이 왜 오랫동안 정상에서 왕좌를 지킬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마음가짐이다.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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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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