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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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의 눈] '엘롯기'가 살아야 천만 관중 꿈꾼다

기사입력 2015.07.13 06:15 / 기사수정 2015.07.12 16:25

나유리 기자


아주 오랫동안 인기 구단의 대명사로 불렸던 3팀.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KIA 타이거즈. 13일 현재 올 시즌 KBO리그 중간 순위표를 보면, KIA가 7위, 롯데가 8위 그리고 LG가 9위에 올라있다. 인기의 대명사로 불린 '엘롯기' 3팀이 고난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KIA와 롯데, LG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예전부터 무척이나 뜨거웠다. 내가 해태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부산 원정을 가면 단 한번도 선수단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 적이 없다. 데모 진압대들이 타는 일명 '닭장차'라는 버스가 있다. 안에서는 밖이 전혀 보이지 않는 철장으로 둘러싸인 버스인데 그 버스가 야구장 앞에 대기하고 있으면, 차를 타고 터미널로 향한다. 터미널에 주차돼 있는 해태 구단 버스로 갈아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왜냐면 당시 해태가 이기고, 롯데가 지는 날에는 흥분한 관중들이 많이 있었다. 선수들에게 욕을 하거나 보도 블럭 벽돌을 깨서 버스 창문에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 그때 프로야구의 재미가 있었다. 해태와 롯데의 경기는 늘 '빅매치'였다. 영남과 호남의 자존심을 건 승부이기도 했고, 선동열과 최동원으로 대표되는 선수들도 있었다. 해태가 이긴 날 롯데팬들의 원성 속에서 어렵게 버스에 타고 나면 우리끼리 버스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구나는 행복감도 있었고 자리 잡혀가는 프로야구를 몸소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원정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에서 LG랑 3연전을 해도 '입장권 전쟁'이 일어날 정도로 구름 관중이 몰렸다. 인천 경기를 할 때도 8회쯤 되면 관중석에서 난투극이 벌어졌었다. 그만큼 해태는, 그리고 롯데와 LG는 내내 관심을 받는 팀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렇지 않다. 세 팀을 아우러 부르는 '엘롯기'도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많은 것 같아 아쉽다. 특히 올해는 세 팀 다 성적이 좋지 않아 각 홈 구장 관중수도 예전만 못하고, 중계 시청률도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나를 비롯한 야구인들의 속내는 이렇다. 결국 엘롯기가 살아야 프로야구 붐도 되살아난다. 3팀의 최근 성적이 더 좋았다면(LG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이미 1000만 관중도 넘었을거라 본다. 

이는 분명히 각 구단들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과거의 명성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야구단의 중심은 현장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관계자들과 임원들의 권위 의식이 이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유독 프로야구에서만큼은 아직도 현장의 목소리를 잘 안듣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구도' 부산의 팬들을 등에 업은 롯데의 부진도 결국 여러가지 면에서 안일하게 대처했던 부분이 영향을 미친게 아닌가 싶다. 롯데팬들은 가장 정열적이고, 열성적인 팬들이다. 프로야구사에서 롯데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 했는데, 롯데 구단은 성적은 둘째치더라도 그간 팬들의 염원을 쉽게 생각해온 것이 아닐까. 

많은 팬들을 보유한 팀에서 뛰는 것은 선수로서 행운이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엘롯기'는 지금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10년, 20년, 50년까지 내다본 장기 안목으로 다시 팬심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실망감을 느끼면서도 끝까지 응원팀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야구인으로서 경의를 표현다. 이렇게 무한 사랑을 보내주는 팬들을 생각한다면, 구단이 정말 누구를 먼저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엑스포츠뉴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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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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