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역대 2번째 '자매 챔프전 맞대결'이 펼쳐졌다.
2년 터울이지만 쌍둥이로 오해받기도 한 이주연(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이채은(청주 KB스타즈) 자매가 여자프로농구(WKBL) 최고의 무대에서 붙는 중이다.
이주연의 삼성생명과 이채은의 KB스타즈는 지난 22일부터 5전 3선승제의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1차전은 KB스타즈의 69-56 승리로 끝났다.
이날 이주연-이채은 자매는 모두 스타팅으로 나왔다. 이주연은 10분 41초를 뛰며 리바운드 3개를 기록했고, 이채은은 31분 5초를 뛰며 3점슛 하나를 포함해 6득점 4리바운드의 성적을 냈다.
자매가 한 경기에서 상대팀으로 맞붙는 건 역대 2번째다. 앞서 변소정(부산 BNK 썸)과 변하정(아산 우리은행 우리WON) 자매가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코트 위 대결을 펼쳤다. 여기에 자매가 모두 스타팅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WKBL 역사에서 자매 농구선수는 여럿 있었다. 현역인 '변자매'와 '주채자매' 외에도 박언주-박혜진, 양지영-양인영, 안혜지-안주연 등이 있었다. 박언주-박혜진 자매는 우리은행에서 함께 우승도 차지했다. 하지만 이렇게 맞대결을 펼치는 건 흔치 않다.
이주연-이채은 자매는 인천 인성여고 졸업 후 나란히 프로에 입단했다. 언니 이주연은 2016~17시즌 드래프트 때 1라운드 2순위로 삼성생명에 입단한 원클럽맨이다. 일찌감치 유망주 가드로 주목받았고, 2020~21시즌에는 비록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 멤버로 함께했다.
동생 이채은은 2년 뒤인 2018~19시즌 드래프트 때 부천 하나은행의 2라운드 3순위 지명을 받았다. 이후 2023~24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KB스타즈로 이적, 올 시즌에는 3점야투상(38.6%)을 수상하는 등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부상투혼' 언니 이주연 "누가 정신력으로 버티느냐의 차이, 지고 싶지 않다"
이주연은 하나은행과 플레이오프부터 발바닥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코트에서 온 힘을 쏟는 플레이 스타일상 회복도 쉽지 않다. 하상윤 삼성생명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이주연은) 똑같다. 몸 상태가 썩 좋진 않다"고 했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몸 상태보다 팀의 패배를 더 아쉬워했다. 1차전 후 만난 이주연은 "KB스타즈에 좋은 선수가 많은데, 그들이 잘하는 걸 못하게 해야 했는데 그게 안돼서 상대의 기가 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KB스타즈 선수들은 우리가 하려는 걸 못하게 막았고, 우리는 그대로 해주게 한 것 같다"며 "먼저 몸싸움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체력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힘들지 않은 선수는 없다"고 말한 이주연은 "누가 정신력으로 버티냐, 더 집중하냐의 차이다. 그런 것에서도 지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얘기했다.
◆'분위기메이커' 된 동생 이채은 "(박)지수 언니 부담 덜어주려고 '한 발 더 뛰자' 얘기했다"
팀 전력의 핵심 박지수가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도 1차전을 이긴 만큼 KB스타즈와 이채은의 기세는 좋았다. 그는 "지수 언니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선수들끼리 '한 발 더 뛰자'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골밑에서 (박)지수 언니가 버팀목이 돼줬다"고 한 이채은은 "1차전은 1대1 수비가 중요했다. 선수들도 본인이 맡게 된 선수들을 인지했다. (강)유림 언니의 3점이나, (이)해란이의 드라이브인 등을 신경썼더니 어느 정도 괜찮았다"고 돌아봤다.
1차전은 이겼지만 방심할 수 없다. 이채은은 "삼성생명이 업셋을 하고 올라왔다. 다음 경기에서 우리기 이기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삼성생명도 더 이기려고 나올 거다. 몸싸움을 감독님도 강조하셔서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자신의 3점슛으로 본격적인 득점 행진이 시작된 부분에 대해 "그랬나요"하며 쑥스러운 듯 반문한 이채은은 "감독님이 항상 3점슛은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도 다 자신 있게 던지고, 리바운드도 잘 뛰어갔다"고 했다.
◆챔프전 긴장감 속 연락도 뚝, 하지만 언니와 똑 닮은 동생의 머리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두 자매의 대결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주연과 이채은은 1차전 시작 전에도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함께하는 등 주목 속에 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주채자매'는 덤덤하다. 이주연은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자매대전이라고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채은이도 KB스타즈 선수 중 한 명이고, 자매여서 특별하다기 보다는 그냥 이기고 싶다"고 단언했다.
이채은 역시 "코트에 들어가면 언니 생각은 많이 안 난다. 시합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별한 사이의 자매지만 두 선수는 시리즈 들어 연락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두 자매의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다. 이채은은 "딱히 우리한테 티를 안 내신다"며 "어느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기보다는 우리가 안 다치고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머리 스타일은 예외였다. 최근 이채은은 머리 길이를 다듬었는데, 올 시즌 초 이주연이 했던 스타일과 매우 똑같았다.
이채은은 "다들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 웃었다. 그는 "언니가 짧은 머리일 때는 내가 자르면 더 비슷하다고 생각할까봐 계속 안 자르고 버텼다. 길어서 너무 자르고 싶었는데, 자르니까 (언니와) 더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이주연도 "내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나"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는 "(머리카락을) 기부했다고 하더라. 너무 잘했다고 칭찬도 해줬고, 잘 어울린다"며 애정을 전했다.
사진=WKBL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