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한 시즌에 한 점도 못 넣었던 어린 가드가 꾸준히 성장했다. 신이슬(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이 이제는 팀의 실질적 1옵션이 되고 있다.
신이슬은 4일 기준 올 시즌 팀의 27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34분 23초를 소화하며 13.0득점 5.3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신지현, 최이샘, 홍유순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포진한 신한은행이지만, 시즌 내내 안정적으로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는 건 신이슬 뿐이다. 평균 13.0득점은 리그 전체 9위이자, 팀 내 최고 기록이다. 시즌 3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큰 이변이 없다면 데뷔 첫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이 유력하다. 데뷔 2년 차인 2019~2020시즌 3경기에서 단 1득점도 올리지 못했던 과거는 이미 사라졌다.
더욱 놀라운 건 리바운드다. 지난해까지 경기당 평균 2.2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던 신이슬은 올해 5.3개로 부쩍 상승했다. 프로필상 신장 170cm로 제공권 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이지만, 리그 전체 12위로 준수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최윤아 신한은행 감독은 신이슬의 리바운드 수치 상승에 대해 "선수들에게 항상 리바운드를 강조하고 있다"며 "(신)이슬이는 한번 리바운드가 되면서 '나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며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리바운드 개수가 늘어나면서, 신이슬이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빈도도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21일 하나은행과 홈경기에서 11득점 14리바운드로 생애 첫 더블더블을 달성한 그는 이후로도 세 번이나 더 이를 해냈다. 지난달 20일 하나은행전에서는 19득점 11리바운드로 선두 경쟁을 하던 상대를 격침시켰다.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신이슬은 "항상 경기 때 득점보다 리바운드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야 부담도 없어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운 좋게도 다 같이 들어올 때 다른 선수들이 쳐주는 걸 잡다 보니까 나 혼자만이 해낸 건 아니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크지 않은 신장으로 각 팀의 센터나 포워드와 리바운드 경쟁을 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신이슬은 "키 큰 팀들과 하면 허우적거리기만 한 적도 진짜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언니들이나 (홍)유순이 같은 키 큰 선수들이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다.
공격에서는 어떨까. 신이슬은 "주어진 것만 하고 있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지금 팀 상황상 그냥 다 해보고 있다. 지금이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얘기했다.
소속팀 신한은행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4일 기준 신한은행은 6승 21패(승률 0.222)로 이미 최하위가 확정됐다. 5라운드 이전까지 연승이 한 번도 없던 반면, 9연패까지 빠지며 추락을 거듭했다. 그나마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신이슬의 활약과 신지현-미마 루이 조합이 잘 이뤄지며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신이슬은 "피할 수가 없다.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혀 보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가끔 힘들면 그런 경기력이 잘 안 나온다. 그런 게임이 나오면 속상하긴 하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를 통해 삼성생명에서 신한은행으로 이적한 신이슬은 3라운드까지는 평균 20분 이상 소화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선발로 나오는 일이 줄어들고, 출전시간도 감소했다.
"힘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린 신이슬은 "이겨내려고 하다가,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해서 살짝 내려놓고 '때가 오겠지' 하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놓고 다시 잡으면 된다. 시간이 충분하다"며 웃음으로 아픈 기억을 연하게 만들었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신이슬은 최근 들어 여자농구의 인기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2023~2024시즌 올스타 투표 9위에 올라 처음으로 별들의 잔치에 초청받은 그는 올 시즌 6위까지 올라섰다. 홈 경기장의 MD샵에는 신이슬의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신이슬은 "경기를 뛸 때 관중석을 보면 유니폼이 확실히 많이 늘어서 너무 좋다"며 "그래서 항상 팬분들한테 '제 유니폼 들고 와주세요' 이렇게 말씀드린 적도 있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응원이) 완전 힘이 된다. 지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좋은 글도 보내주시고 선물도 해주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1라운드에서 MIP를 차지한 신이슬은 올 시즌 유력한 기량발전상 후보다. 그는 "상을 받으면 좋다"고 말하면서도 "팀이 많이 이기면 좋겠다. 이렇게까지 져본 적이 처음이라 위기감도 느꼈고,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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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