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4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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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눈물의 장소, 라니에리 '우승 감독'으로 귀환

기사입력 2016.05.04 09:40 / 기사수정 2016.05.04 09:54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12년 전,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 감독은 어쩌면 짜여진 각본에 따라 첼시 사령탑에서 물러났을지 모른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자신의 투자를 우승으로 보답할 만한 감독을 찾았고 라니에리 감독은 후보군에 없었다. 로만 시대 가장 먼저 정리가 된 비운의 인물이 라니에리인 것은 당연했던 수순이었다. 
 
2000년부터 첼시를 지도한 라니에리 감독은 중상위권의 팀을 서서히 정상권으로 끌어올리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한동안 나서지 못하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다시 출전하게 된 것도 라니에리 감독의 성과였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첼시의 가능성을 보고 인수를 택했고 곧장 막대한 자금력을 과시했다. 아드리안 무투, 데미안 더프, 글렌 존슨, 웨인 브릿지 등이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모처럼 대형 영입에 라니에리 감독은 첼시를 2003~2004시즌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으로 보답했고 챔피언스리그도 4강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라니에리 감독에게 두 번의 기회는 없었다.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FC포르투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 관심을 가지자 라니에리 감독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맞잡았던 손을 놓아야 했다. 라니에리 감독이 떠나고 첼시는 무리뉴 감독 체제서 더할나위 없는 영광의 시대를 보냈다. 과감한 결단을 내린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행동은 큰 박수를 받았다.  
 
반면 라니에리 감독은 당시 충격때문인지 발렌시아, 파르마, 유벤투스, 인터밀란 등을 잇따라 지도했지만 첼시 시절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유럽축구 중심서 벗어나 AS모나코, 그리스 대표팀 등 변방으로 내몰렸다. 


 
레스터시티가 올 시즌을 앞두고 라니에리 감독을 선임했을 때 대부분 반응은 '한물 간 지도자'였다. 레스터시티는 우승은 커녕 잔류를 걱정해야 할 팀으로 분류됐고 라니에리 감독 역시 경질 위험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라니에리 감독은 더욱 노련해진 여우였다. 라니에리 감독은 1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그동안 고난을 통해 얻은 실리축구를 바탕으로 승점을 쌓아나간 레스터시티는 100여일 이상 1위를 지켜내며 압도적인 우승 레이스를 펼쳤다. 
 
마침내 염원하던 우승 타이틀을 손에 넣은 라니에리 감독은 오는 15일 최종전을 통해 첼시 홈구장을 방문해 자신을 매몰차게 몰아냈던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조우한다. 12년 전 결코 우승할 수 없다던 평가를 뒤집고 당당히 첼시로부터 우승 혜택인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에 입장하게 된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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