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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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인간중독'은 왜 '한국판 색계'가 될 수 없었나

기사입력 2014.05.20 09:44 / 기사수정 2014.05.20 18:01

박지윤 기자
영화 '인간중독' 스틸컷 ⓒNEW
영화 '인간중독' 스틸컷 ⓒNEW


[엑스포츠뉴스=박지윤 기자] 박수받을 수 없는 관계의 두 남녀가 있다. 세상이 '불륜'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관계를, 영화는 '이것도 사랑이야'라고 말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어떻게 세간의 통념에 맞서 관객을 설득해야 할까.

영화 '인간중독' 설득력의 부재
감정은 없고 폭발만 있다


로맨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로맨스 영화는 두 남녀의 감정을 한껏 쌓아올리다, 이별과 갈등 혹은 멋진 결합을 통해 축적된 감정을 폭발시킴으로써 관객의 정서를 흔들게 된다. 그렇기에 남녀 주인공의 감정을 세밀하게 쫓아가는 것은 로맨스 영화의 핵심이라 하겠다. 이 과정에서 관객을 설득할 수 있어야 그들의 사랑, 혹은 눈물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인간중독'에는 이런 '과정'이 없다. 김진평(송승헌 분)과 종가흔(임지연)의 감정이 처음 입 밖으로 나오는 피크닉 장면에서 관객들은 당황스러워진다. "하루종일 가흔씨 생각만 났다"는 진평의 느닷없는 고백이 불편한 까닭은, 쌓인 것은 없는데 감정의 폭발이 먼저 일어났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관객과 하나 되지 못한 영화는 내내 어정쩡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진평과 가흔은 점점 중독되어가는 사랑에 눈물짓지만, 그건 그저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관객의 감정이 틈입할 여지가 좀체 없다. 배우자 몰래 만남을 약속하는 냅킨을 주고받는 장면에서조차 애달픈 두근거림이 전달되기는커녕, 심하게 얘기하자면 '실소'가 흘러나온다.

물론 예측할 수 없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게 사랑이다. 그러나 그런 '돌연한 감정의 화산'이 어떻게, 왜 폭발하는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2시간 가까이 관객이 극장에 앉아있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나 그 사람에게 단박에 사로잡혔어"라며 자신의 연애 스토리를 친구에게 털어놓는 그런 친절함이 '인간중독'에는 빠져 있다. 

영화 '인간중독' 스틸컷 ⓒNEW
영화 '인간중독' 스틸컷 ⓒNEW


디테일이 없는 로맨스
두 남녀를 무엇으로 기억해야 하나


영화 '첨밀밀'(1997)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키마우스'를 기억한다. 사랑하는 여자 이요(장만옥)가 자신의 용 문신을 두려워하자 표(증지위)는 등 한가운데 미키마우스 문신을 덧새긴다. 미키마우스는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표의 시신에서 이요는 미키마우스 문신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다. 이요와 표의 시작과 끝에는 '미키마우스'가 함께했다.

'인간중독'에도 두 남녀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등장한다. 그것도 무려 세 개. 김진평과 종가흔을 처음 이어주는 '진주 귀걸이', 감정을 고백하는 '라이터' 그리고 끝내 파국으로 이어지는 '폴라로이드 사진'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어느 하나 '감정'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영화 초반 진평은 가흔에게 진주 귀걸이를 달아주며 남모를 두근거림을 느낀다. 진주 귀걸이는 진평이 가흔과 만나기 위한 구실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없이 퇴장하고 영화 후반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라이터' 역시 진평이 가흔에게 감정을 고백하는 매개체였지만, 부담감을 느낀 가흔이 진평에서 담담히 돌려준다. 그나마 '폴라로이드 사진'이 진평의 진심을 나타내는 구실을 했다.

개봉 전 '인간중독'은 한국판 '색계'로 불렸다. 남녀 주연배우들이 과감한 노출연기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개봉 7년이 지난 지금 '색계'는 '노출 영화'라는 값싼 단어가 아닌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녀의 애달픈 사랑이야기로 남아 있다. '인간중독'이 대중에게 어떤 영화로 기억될지 이제 시간이 결정할 일이다.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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