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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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YG에 꼭 필요한, 시의적절한 GD라는 영양제

기사입력 2013.09.23 21:06 / 기사수정 2013.09.24 00:34

[글] 기자
YG의 2013년 실적은 나쁘지 않다. 사실 음악 시장에서 YG의 실적은 좋다. 신인 이하이를 성공적으로 내놓고 가요계에 안착시켰다. 강승윤도 데뷔를 했고, 평이 나쁘지 않았다. PSY가 젠틀맨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다시 한 번 이목을 끌었으며, CL의 솔로 앨범 역시 전 음원 사이트의 1위를 굳건히 지켜냈다. 2NE1의 음원, 승리 역시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런 통계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들에 비해서 YG가 영~예전 같지 않다.

 
▶ 대중들의 YG에 대한 기대치

예전에 비해 YG 아티스트들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커져 버린 만큼 올해는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티스트의 능력을 전적으로 지원해서 음악, 앨범의 컨셉까지도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YG의 시스템에 이제는 새로운 아티스트가 없다. 그리고 기존의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색깔을 고수하고 있다. YG의 아티스트들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들이 놀라운 실력파이기도 하지만 기존 대중문화에는 없었던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들이었기 때문이다. 힙합이라는 기초 위에 아티스트들의 탄탄한 실력이 가미되었고, 그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색깔들이 합쳐져 가요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이제 YG는 더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대중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2013년, 농염해진 GD의 쿠데타: 깊이와 자연스러움

이런 상황에서 지드래곤(이하 GD) 역시 솔로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GD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그는 허세에 가득 차있고, 음악의 색깔도 이전 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자신을 음악에 녹여내는 표현 방식이나 음악에 녹여낸 GD 자신에 있어서는 변화가 있었다. 그의 음악적 색깔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앨범이 전반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큰 변화는 없지만 그의 카리스마는 더욱 강해졌고, 무대를 압도하며, GD는 '여전히 잘났다'.

이러한 이유로 GD의 음악이 파격적인 변화는 없지만 GD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대중을 환호하게 할 힘이 지니고 있다 침체기인 YG에게 이번 GD의 솔로 앨범은 매우 시기 적절한 영양제라고 생각한다.

'쿠데타'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 뮤직비디오를 보고는 이전 앨범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GD에게 조금은 실망했다. 그의 허세와 자신감은 여전했고, 그것은 여과 없이 음악에 표현하고 있었다. 물론 GD는 여전히 멋있다. 그는 잘났다. 그는 정말 잘난 뮤지션이다. 그래서 그가 허세를 부려도, 잘난 척을 해도 할 말이 없다. 잘난 사람이 잘났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실력을 갖춘 자가 자신의 실력으로 성공하고, 그 성공을 알고 있다면 그 모든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One of kind와 크레용에서 보여준 자신감과 잘난 척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음악적인 파격을 쉽사리 느낄 수 없었다. 뮤직비디오 역시 이전의 뮤직비디오들과 큰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적당히 장난스러우며, 적당히 상징적이고, 적당히 미학적이다. 그러나 그의 무대는 이러한 생각을 달리하게 하였다. 무대에서 그는 농염함을 보여주었다. 무대를 장악한 그는 뮤직비디오만으로는 채울 수 없었던 만족감을 전해주었다.



One of kind와 크레용을 통해 자신의 자신감과 실력 보여주기를 시작하고, 그 절정을 보여주었다면 쿠데타에서는 농염해진 허세와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실력도 농염해졌다. 무심한 듯 흘러나오는 쿠데타의 랩, 그리고 그 랩에서 느껴지는 장난끼, 그 장난끼 이면에 숨어있는 자신감.

빠른 랩으로 실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굳이 분위기를 띄어가며 예쁘게 봐달라고 애교를 부리지도 않는다. 그냥 잘났다.

가사가 엄청난 상징을 지니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쉬운 가사들의 반복으로 어찌보면 정성 없이 만든 음악 같다. 하지만, 그 가사, 그 플로우, 그 멜로디를 통해서 단 하나를 느낄 수 있다.

"이미 내 실력은 이 정도이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다. 자뻑의 허세갑이지만 그 태도를 바꿀 생각은 없다. 좀 재수없겠지만, 너희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걸…"

그의 이런 태도는 지난 앨범부터 일관된다. 하지만, GD라서 그의 이런 태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어떤 가수가, 어떤 아이돌이 이렇게도 당당하게 자신이 허세'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GD의 실력은 이미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어떤 미움을 받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모두 인정하고, 자신에 대해서 솔직히 이야기한다. 이러니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GD의 잘난 척이 불쾌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런 그가 인간적이고, 농염해진 그의 랩과 자신감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앨범 전반에서 깊이가 느껴진다. 빠른 랩을 할 때에도(미치GO, 세상을 흔들어 등), 경쾌한 멜로디와 비트의 음악을 할 때에도(너무 좋아, 삐딱하게, 니가 뭔데 등) 마냥 가볍지가 않다. 전반적으로 지난 앨범에 비해서 비트는 느려졌고, 플로우가 다양해졌다(늴리리야, Black, 쿠데타 등). GD 자신 한가운데 추구하는 확고한 음악적 중심으로부터 뻗어나온 중후함과 가벼움을 각각의 분야에서 매우 깔끔하게 표현해내고 있다(-그 음악적 중심은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월드투어를 한 이후의 연륜인 것인가? 음악도 앨범구성도 억지 같은 부분이 전혀 없다.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고, 그 구성 역시 매우 자연스럽다. 아주 자연스러운 허세여서 GD의 허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대중의 입장에서 GD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그의 음악 하나하나를, 그의 가사 하나하나를, 그의 멜로디 하나하나를 거부감이 전혀 없이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GD: YG에게 필요했던 시기 적절한 영양제

GD의 이번 앨범을 전체적으로 정리하자면 자연스러움과 깊이이다. 앨범을 들으며 곡 내부의 플로우도 자연스럽고, 앨범 구성 역시 매우 자연스럽다. 깊이가 없다면 이렇게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앨범을 흘러가게 구성할 수가 없다. 마치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 세상 모든 것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음악적으로도 더 다양한 넓이와 깊이를 편안하게 바라보게 된 것 같다.

약간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YG에서 GD는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가고 있는 것일까? YG는 힙합에 기초한 예술가 집단이다. 따라서 앞으로 파격적인 변화를 한다 하여도 그 뿌리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GD의 행보와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2013년 YG의 다른 아티스트들과 비교하였을 때 분명 GD만이 지닌 특징이 있었다. 뿌리를 굳건히 두고, 큰 변화를 꾀하지는 않았으나 GD는 대중과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약간의 변화를 조용히 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변화가 필요한 YG가 롤모델로 삼아야 할 것은 외부의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쩌면 YG 내부의 GD가 아닐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글] 이해랑 객원 칼럼니스트 · 대중문화부 enter@xportsnews.com

[사진] SBS·지드래곤 삐닥하게 뮤직비디오·YG


[글] 이해랑 객원 칼럼니스트 · 대중문화부 en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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