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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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모의 백스테이지] 크레용팝 첫 1위, 어떻게 봐야 할까?

기사입력 2013.09.01 04:54 / 기사수정 2013.09.01 15:22

백종모 기자


크레용팝 첫 1위, 어떻게 봐야 할까?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길거리에서부터 음악을 시작했는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큰 상을 주신 걸 감사드립니다"

크레용팝은 30일 방송된 KBS 뮤직뱅크에서 첫 1위를 차지했다. 크레용팝은 첫 1위 등극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

크레용팝의 첫 1위 소식을 믿지 못한 건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신인이지만 막강한 팬층을 지닌 '엑소(EXO)'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했다.

뮤직뱅크 방송 뒤 약 3시간 동안 크레용팝에 대한 트위터 멘션이 6000개 넘게 올라왔고, 기사들과 댓글도 쏟아졌다.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무척 많았다.

일각에서는 크레용팝의 1위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순위 산정 지표 중 '방송 점수'가 지나치게 높아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뮤직뱅크' 순위는 한 주간 가수들이 거둔 성적을 음원 65%, 음반 판매 5%, 방송 횟수 20%, 시청자 선호도 10%의 비중으로 합산한 점수로 결정된다.

'빠빠빠'가 이날 뮤직뱅크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방송점수(1513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 부문에서 2위(엑소의 '으르렁')와의 점수 차가 1345점에 이른다.



하지만 '빠빠빠'는 음반 판매량 점수는 16점으로 2위보다 무려 2115점이나 뒤졌다. 대신 음원점수(3551점·2위와 648점차), 시청자 선호도 점수(690점·2위와 215점차)는 2위에 다소 앞섰다. 

결국 높은 방송 점수가 1위에 결정적 공헌을 한 셈이다. 그런데 음원이나 음반 판매량이 아닌 방송 점수로 인해 순위가 갈리는 것이 공정하냐는 반론이 있다. 이날 음원과 음반 판매량 점수만 놓고 보면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3567점으로, 5034점을 얻은 엑소의 '으르렁'에 크게 뒤쳐진다.

방송점수, 어떻게 봐야 할까.

뮤직뱅크 관계자가 엑스포츠뉴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방송점수는 보도 프로그램을 제외한 KBS 1TV, KBS 2TV의 방송 중 해당곡이 15초 이상 방송이 될 때 1점으로 집계한다. 가수의 출연 여부는 상관이 없으며, 한 방송에 해당 곡이 여러 번 등장할 경우에는 1점으로 처리된다.

결국 방송 점수는 가수의 노래가 얼마나 대중성이 있고 유행하는가에 대한 지표로 볼 수 있다. 뮤직뱅크에서 다른 지표에 비해 방송점수가 두드러지게 높은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는 최근 가요계에 진정한 의미의 ,유행가가 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최근 음악 방송 순위는 보통 음원 발표 2~3주 뒤 순위가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한다. 음원 순위 자체의 사이클은 2~3일을 넘기기 힘들다. 길어야 1~2주 정도 지나면 순위권에서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너무 많은 곡들이 동시에 발표되다 보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곡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팬을 거느린 가수의 음원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가운데, 음원 순위가 빠르게 바뀌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수들도 순위 자체보다 자신의 노래가 오랫동안 기억되고 불리기를 바란다. 손담비는 지난해 말 컴백하면서 "1위보다 오랫동안 활동하는 게 더 큰 목표다. 요즘 가요 프로그램은 3주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생길만큼 노래 수명이 짧다. 6주 정도는 음악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서인영은 "요즘 노래들은 잠깐 듣고 잊혀 버린다. 이번에 발표하는 곡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지난 6월 20일 발표됐다. 30일 1위를 차지하기 까지 걸린, 9주 동안 대중사이에서 잊혀지지 않고 불려진 것이다. 게다가 이번 방송이 마지막인 것도 아니었다. 앞으로도 계속 출연할 수 있다. 손담비와 서인영이 이루고 싶다던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이는 크레용팝이 높은 '방송점수'를 받은 것이 크게 기여했다. 크레용팝은 인지도가 매우 낮은 가수였다. 만약 방송점수의 비중이 지금보다 낮았다면 크레용팝은 이렇게 오랫동안 '뮤직뱅크' 순위에 머무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뮤직뱅크'에서 방송 점수가 유난히 높다는 점과 발표 뒤 한 달이지나 1위를 차지 한 것은, 지난해 큰 열풍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강남스타일'은 지난해 7월 15일 발매된 뒤 33일이 지나 '뮤직뱅크' 1위를 차지했다. '강남스타일'은 음악과 그 안무인 '말춤'이 유행하면서 방송 점수도 높았다. 이후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하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방송 점수만으로 통산 16주 1위(연속 10주)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싸이가 그와 같은 기록을 만든 것은 당시 '뮤직뱅크' 방송 점수 산정 기준에 보도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었음에 힘입은 면도 있다. 뮤직뱅크 관계자가 엑스포츠뉴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는 기준에서 보도 프로그램이 제외됐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통해 국내 가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유머있는 콘텐츠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공교롭게도 크레용팝의 '빠빠빠' 또한 '강남스타일'처럼 독창성과 유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빌보드닷컴이나 ABC 등 주요 외신에서도 싸이와 크레용팝의 성공 요인이 비슷하다고 보도할 정도다. 두 곡이 인기 지표뿐 아니라 그 특징이나 장점까지 닮았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일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크레용팝의 '방송 점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하지만 방송 점수 자체가 공정성 있게 집계된다는 전제 하에서는 현재 기준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곡이 순위에서 힘을 받는 것은 합당한 일이 아닐까.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크레용팝 ⓒ 엑스포츠뉴스DB, 뮤직뱅크 방송화면]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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