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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인사이드MLB] 감독에게도 은퇴 적기가 있다

기사입력 2013.04.19 13:40 / 기사수정 2013.04.19 20:03

문상열 기자


[엑스포츠뉴스=로스엔젤레스(미국) 문상열 칼럼니스트] 미국 스포츠에는 은퇴를 선언한 뒤 복귀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수두룩하다. 양손으로 꼽아도 모자랄 지경이다. 가장 유명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시카고 불스에서 두차례나 은퇴를 번복하고 코트에 복귀했다. 현 LA 다저스 공동구단주인 매직 존슨도 에이즈 양성반응이 나타난 뒤 은퇴했다가 컴백한 적이 있다. 복싱에서는 무하마드 알리, 조지 포먼등이 은퇴를 번복하고 링에 복귀한 스타플레이어들이다. 아이스하키 NHL 피츠버그 펭귄스의 마리오 르뮤도 현역 은퇴 후 링크에 복귀한 케이스다. 육체운동인 미식축구 NFL에도 만능플레이어인 디온 샌더스가 은퇴를 번복한 바 있다. 명문 그린베이 패커스 쿼터백이었던 브렛 파브는 은퇴식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더니 6개월도 안돼 그라운드로 컴백해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선수 가운데는 가장 최근 ‘로켓맨’으로 통하는 로저 클레멘스가 2006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한 시즌도 채 안돼 뉴욕 양키스로 복귀했다. 이후 금지약물복용이 속속 드러나면서 스타일만 구겼다. NBA 사상 한 경기에 100득점의 신기록을 세운 역대 최고의 공격형 센터 윌트 챔벌레인도 은퇴를 번복하고 현역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농구가 아닌 배구로 컴백해 눈길을 끌었다.

선수의 은퇴 번복은 개인의 자유의사다. 기량만 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국내는 은퇴 번복이 어렵다.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신의 문제가 있는데다가 기량의 거의 쇠퇴해 복귀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다. 슈퍼스타들은 은퇴 시기에 기량이 곤두박질 쳐 거의 떼밀려서 현역에서 물러나는 경우들이다. 양준혁, 이종범등이 모두 ‘밀퇴’였다. 하지만 미국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기량이 완전 바닥이 되서 물러나는 경우보다는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처지고 가정 문제등으로 은퇴를 선언한다. 기름이 고갈된 경우는 아니다. 컴백을 해도 기량이 어느 정도 버틸 수가 있다.

이에 비해 감독들은 ‘은퇴’를 선언하지 않는다. 사임(Resign)이다. 그 이유는 성적부진으로 해고가 되더라도 언제 다른 팀에서 불러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민감독으로 통하는 김인식 감독도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에 비해서 젊은 김재박 감독도 여전히 재기를 노리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그라운드 복귀를 항상 노린다. 최근에 메이저리그에서 완전 은퇴를 선언한 감독은 명예의 전당 후보인 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보비 콕스, 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토니 라루사 감독정도다. 사실 나이도 꽤 많아 두 감독의 현역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콕스 전 감독은 1941년생으로 올해 72살이다.

2011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은퇴를 돌연 선언해 신선함을 줬던 라루사 감독은 1944년생이다. 라루사는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현역 복귀가 가능하다. 현재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수석 부사장인 조 토리 전 LA 다저스 감독도 2010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공석중인 자리가 나오면 감독 하마평에 오른다. 그러나 라루사와 토리 전 감독은 설만 무성할 뿐 정작 본인들은 감독 복귀에 “노”라며 컴백할 의사가 없음을 확고히했다. 토리 전 감독도 오는 7월이 되면 73살이 된다.

NFL의 경우에도 슈퍼볼 우승 감독이 지휘봉을 놓았다가 복귀한 경우들이 종종 있다. 빌파셀스 감독(72)은 뉴욕 자이언츠에서 1986년과 1990년 두 차례나 팀을 슈퍼볼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1990년 우승 후 돌연 “모든 정열이 소진됐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풋볼 감독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른 종목에 비해서 힘든 편이다. 그러나 3년 후 은퇴를 번복하고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로 복귀했다. 이후 뉴잉글랜드, 뉴욕 제츠, 댈러스 카우보이스에서 11년 동안 감독 생활을 연장했지만 슈퍼볼은 진출 한 차례로 그쳤다. 젊은 시절 보여줬던 명석하고 예리했던 전술과 전략은 보이지 않았다.

워싱턴 레드스킨의 조 깁스(현 나스카 오너) 감독도 복귀했다가 스타일만 구긴 케이스다. 깁스(72)는 레드스킨의 유일한 슈퍼볼 감독이다. 1982년, 1987년, 1991년 3차례나 NFL 정상을 차지한 명장이었다. 깁스가 떠난 이후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허덕였던 구단은 깁스를 다시 불렀다. 1992년 팀을 떠난 지 12년 후인 2004년이었다. 사실 팬들도 원했다. 팀의 유일한 슈퍼볼 감독이었기에 그에 대한 존경심은 대단했고, 워싱턴의 팬들은 이견이 없을 정도로 깁스의 복귀를 환영했다. 하지만 복귀할 때 그의 나이는 64살이었다. 밤을 지새우며 전략을 짜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결국 한번도 NFC 동부지구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4년 만에 두번째 은퇴를 선언했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월드시리즈 감독은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를 우승시킨 잭 맥키언이었다. 당시 73살이었다. 맥키언은 제프 토보그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시즌 도중 5월에 해고되자 단장 보좌역에서 지휘봉을 잡아 정상까지 차지했다. 만년 운이 터진 행운아였다. 맥키언 감독은 두 시즌을 더 지휘한 뒤 현역에서 물러났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령 지도자인 70살의 워싱턴 내셔널스의 데이비 존슨 감독도 현역에서 은퇴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지휘봉을 잡은 케이스다. 뉴욕 메츠를 우승시키고, 신시내티 레즈, 볼티모어 오리올스, LA 다저스 감독을 역임한 존슨은 2000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감독 생활을 사실상 마감했다. 불러주는 팀이 없었다. 이후 존슨은 2006년 워싱턴 짐 보우덴 단장의 자문역할을 맡았다. 보우덴이 그만 둔 뒤 현 마이크 릿조 단장 때는 수석 보좌역을 역임했다. 그런데 2011년 6월26일 짐 리글먼 감독이 계약연장을 해주지 않는다며 사임을 하자 나이든 존슨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잔여 시즌을 40승43패의 성적을 거두자 구단은 2012시즌에도 팀을 맡겼다. 그리고 존슨은 젊은 선수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며 워싱턴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팀으로 만들며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존슨은 양 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존슨은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이미 시즌 후 은퇴를 선언했다.

한화 이글스 김응룡 감독은 오는 9월이면 만 72살이 된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역대 최고령 감독이다. 그는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등 누구도 해낼 수 없는 금자탑을 세운 지도자다. 야구인 출신으로 사장까지 올라간 성공한 인물이다. 2004년 시즌을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난 뒤 9년 만에 복귀한 경우도 처음이다. 앞으로도 절대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큰 업적을 이룬 지도자가 복귀를 할 때는 고려할 게 있다. 바로 팀의 전력이다. 김응룡 감독은 선수를 육성시키는 지도자 스타일이 아니다. 성적을 내는 감독이다. 김 감독은 한화의 전력이 이렇게 바닥인줄 알고 컴백한 것일까. 아니면 야구장이 그리워서 복귀를 한 것일까. 최근 덕아웃 모습에서 한국 프로야구 전설의 지도자의 위용은 찾아 볼 수 없다.



문상열 스포츠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김응룡 감독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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