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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칼럼] 男배구, 4년 후를 위해 준비할 3가지 과제

기사입력 2012.06.29 10:15 / 기사수정 2012.09.20 04:39

조영준 기자


많이 안타까웠다. 실력이 뒤쳐져서 올림픽에 못나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준비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고 선수 관리에서 실패한 점이 뼈아팠다.

런던행에 도전한 남자배구대표팀이 다시 4년 후를 기약하게 됐다. 이번 올림픽예선전에서 만난 팀들은 모두 해볼 만한 상대였다. 그러나 100%의 전력을 만들지 못한 우리에게 문제가 있었다.

올림픽예선전을 앞두고 열린 월드리그 1주차 경기에서 많은 힘을 소모한 것 같다. 또한 정규시즌을 마친 뒤 선수들이 곧바로 합류해 부상자가 많았다.

4년 뒤에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대비하려면 남자배구는 '체질 개선'에 들어가야 한다. 단시일 안에 많은 것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배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4년 후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야한다.

대표선수들의 처우개선과 동기부여

나는 대한배구협회의 국가대표 관리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대표단 선수 관리에 나섰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각 구단에서 선수들을 차출해오는 점이었다. 6라운드의 장기레이스를 치른 선수들 중 정상적인 몸을 가진 선수들은 거의 없었다.

정규 시즌을 마친 선수들은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차기 시즌을 준비한다. 그러나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선수들은 휴식 없이 곧바로 국제대회 준비에 들어간다. 한국배구는 남녀 모두 선수층이 얇다보니 동일한 선수가 국내리그는 물론 국제대회도 소화한다. 이렇다보니 부상 선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태극마크를 달면 영광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국내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야만 차기 시즌에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리그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제는 '애국심'만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선수들을 탓하기 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할 요소가 있다.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뛰고 싶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우리처럼 대표 선수들에게 특별한 보상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표팀에 발탁될 경우 선수의 몸값이 올라가고 빅 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반면 국내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선수 개개인에게 무작정 애국심을 호소할 수는 없다. 그 전에 대표팀에 뛰는 목적의식을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당장은 힘들지만 대표팀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예를 들면 협회에서 대표팀만 운영하는 새로운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년 내내 대표 선수는 물론 각종 대회 일정을 전문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틀을 만든 다음에 선수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그리고 한국 배구의 중요성을 국내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찾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국가를 위해 뛴다는 점과 한국배구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 이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선수 육성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


한국배구의 문제점 중 하나는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국제무대에서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력 있는 세터가 등장한 점도 한국남자배구의 장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인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차기 2016년 올림픽은 물론 남자배구의 미래를 생각할 때 유망주 육성은 반드시 실현해야할 지상과제다.

나는 지금부터 장기적인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6년 후를 대비해 국제대회에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칠 선수들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그 시절에 배워야할 것'을 몸에 익히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정보다 성적에 연연하는 풍토는 선수들의 발전에 제동을 걸고 있다. 공수를 겸비한 전천후 선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을 앞둔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나는 한국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이 국가대표의 사명감을 가지고 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원하고 있다. 한국배구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4년 후를 대비한 장기적인 육성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배구인들이 단합할 시기

런던올림픽 진출 실패로 인해 배구인들은 마음을 도모할 기회를 맞이했다. 대표팀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장기적인 선수 육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배구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다.

다양한 의견들이 절충돼 하나로 수렴되면 일을 추진해나갈 수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배구인들의 협심이 필요하다.

이번 남자배구의 런던올림픽 출전 실패는 많은 과제를 남겼다. 나는 남자배구는 세계의 벽은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아시아무대에서는 맹호로 군림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배구인들이 하나로 단합해 대표팀의 시스템과 장기적인 선수 육성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배구의 발전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게 이루어진다면 4년 후에는 올림픽 출전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진 = 한국남자배구대표팀 (C)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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