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 앞서 키움 박병호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삼성 최형우가 박병호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척,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고척, 유준상 기자) "일찍 은퇴를 결심했는데, 방송 일을 하더라도 결국 지도자를 하고 싶어서 야구 쪽으로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병호 키움 히어로즈 잔류군 선임 코치는 2005년부터 20년 넘게 프로 무대를 누볐다.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를 거치면서 통산 418홈런을 때려냈다. 최정(524홈런), 이승엽(467홈런), 최형우(423홈런)에 이어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4위에 올라 있다.
박병호 코치는 LG 시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2011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기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타자 친화적인 목동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면서 장타력을 뽐냈다. 2014년(52개)과 2015년(53개)에는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지금까지도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박병호가 유일하다.
2016~2017년 미국 무대를 경험한 박병호 코치는 KBO리그로 돌아온 뒤에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까지 1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리며 KBO리그 대표 우타거포다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타율 0.199(196타수 39안타)에 그치는 등 부침을 겪었고, 2025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선언했다.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 앞서 키움 박병호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시타에 나선 박병호. 고척, 박지영 기자
박병호 코치는 지도자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키움은 지난해 11월 4일 박병호 코치를 잔류군 선임코치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박병호의 은퇴를 알린 지 하루 만에 키움의 발표가 이뤄졌다.
박병호 코치는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은퇴식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들이 6시에 운동을 시작한다. 나도 똑같이 출근하고 있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적응하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잘 따라줘서 너무 고맙다"며 "잔류군에 있던 선수가 2군에 올라갔을 때 잘하길 바라기도 하고, 선수들이 힘든 게 있으면 내게 얘기해주고 영상도 찍어서 보내준다. 그런 걸 보면서 선수들을 위해서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현역 생활을 마감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 선수들 대부분은 방송 활동을 통해 팬들과 만나고 있다. 하지만 박병호 코치는 방송 대신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그에겐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박병호 코치는 "일찍 은퇴를 결심하면서 방송 일을 하더라도 결국 지도자를 하고 싶어서 야구 쪽으로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도자가 꿈이었으니까 그걸 빨리 시작하자', '초반에는 좀 힘들더라도 제2의 인생을 빨리 시작하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바로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랫동안 야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야구와 멀어지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 "바로 코치를 맡으면서 선수들과 빠르게 다시 야구를 통해 호흡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지도자로 지내면서 선수들을 도와주고, 또 선수들이 잘했을 때 기뻐하거나 기대하는 것도 너무나 즐겁다"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 앞서 키움 박병호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삼성 강민호가 키움 박병호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고척, 박지영 기자
최형우, 강민호(이상 삼성)와 지도자로 활동하기로 약속했다는 게 박병호 코치의 이야기다. 박병호 코치는 "최형우, 강민호 선수가 언제 은퇴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방송하지 말고 지도자를 하자'고 약속했고, 그래서 내가 먼저 지도자를 맡게 됐다"고 전했다.
키움은 박병호 코치가 팀의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종진 키움 감독은 "개인적으로 박병호 코치에게 원하는 게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경험했던 훈련 방법이나 루틴 등을 선수들에게 가르쳐줬으면 한다"며 "캠프 때도 어린 선수들에게 선배의 입장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도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박병호 코치는 "미국 야구를 좋아하기도 했고 미국 야구를 경험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미국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 또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에서 감독과 선수들이 지내는 모습을 봤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이런 모습 때문에 가깝게 잘 지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지금 비슷하게 그런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스킨십도 하고 대화도 하려고 한다. 야구도 중요하지만, 다른 쪽으로도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 앞서 키움 박병호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박병호가 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고척, 박지영 기자
사진=고척, 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