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 김근한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의 극적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 뒤에는 상대 팀 감독의 스포츠맨십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부상 상황 속에서 호주 대표팀이 보여준 이해와 배려가 경기 흐름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호주를 7-2로 꺾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 성적 2승2패를 기록했고, 맞대결 실점률 계산에서 유리한 수치를 확보하며 극적으로 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날 경기 초반 한국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선발 투수 손주영이 1회말을 마친 뒤 갑작스럽게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더 이상 투구를 이어갈 수 없게 됐다. 경기 시작 직후 발생한 돌발 상황이었다.
문제는 불펜 준비 시간이었다. 손주영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다음 투수를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벤치는 긴급하게 베테랑 노경은을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류 감독은 "손주영 선수가 1회를 던진 뒤 갑작스러운 부상이 있었다. 이닝 교대 때 이미 사인이 왔지만 바로 교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우선 심판에게 선수 부상 상황을 설명했고, 그 사이 불펜에서 준비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손주영의 부상 상황을 공식적으로 알리며 시간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구심도 상황을 이해했고, 한국 벤치에 최소한의 준비 시간을 허용했다.
특히 호주 대표팀 벤치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류 감독에 따르면 구심이 상황을 설명했을 때 호주 대표팀 데이브 닐손 감독은 별다른 항의 없이 노경은이 더 투구 연습을 하도록 받아들였다.
류 감독은 "구심이 상황을 설명했을 때 호주 감독님이 특별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이해해 준 부분이 정말 고마웠다"며 "그 덕분에 노경은 선수가 짧게라도 더 몸을 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베테랑다운 투구로 위기를 막아냈다. 2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한 그는 병살타와 투수 직선타로 이닝을 마무리했고, 이어진 3회말에는 삼자범퇴로 호주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갑작스러운 등판에도 2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노경은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한국 쪽으로 가져왔다. 한국 타선은 2회초 문보경의 선제 투런 홈런을 시작으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 결국 7-2 승리를 완성했다.
류 감독은 노경은의 투구를 향해 "정말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갑자기 올라가 2이닝을 막아준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노경은 선수의 경험과 집중력이 팀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극적인 승리와 함께 17년 만의 WBC 2라운드 진출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베테랑의 투혼과 함께 한국 대표팀 부상 사정에 배려를 택한 호주 대표팀 감독의 스포츠맨십도 있었다. 도쿄돔에서 펼쳐진 치열한 승부 속에서도 야구가 가진 스포츠 정신은 빛났다.
사진=도쿄, 김한준 기자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