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DB. 이순재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고(故) 이순재의 생전 건강 상태와 강행했던 스케줄이 재조명되고 있다. 시력 악화 속에서도 끝까지 무대를 지키려 했던 그의 흔들림 없는 연기 열정이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오늘(28일) 방송하는 MBC 추모 특집 다큐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 현역 최고령 배우가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연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 이를 감추고 연습에 매진했던 눈물겨운 일화가 공개된다고 해 이목을 모으고 있다. 이미 병세가 완연해 두 눈 모두 실명 직전 상태였다고.
이에 지난해 tvN '유 퀴즈 온 더블럭'과 채널A '4인용식탁'에서 이순재가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했던 것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음을 밝힌 장면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순재는 tvN '유 퀴즈 온 더블럭'에 출연해 "드라마를 7개월 걸려서 찍었다. '개소리'라는 드라마인데 이걸 거제에 가서 7개월 왔다갔다 하면서 찍었다. 지금은 휴지 기간이다. 왜냐면 재작년 9월부터 작년 6월까지 연극을 연작으로 네 작품을 했다. 그러니까 10kg가 빠졌더라"라고 전했다.
당시 이순재는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2024 KBS 연기대상'에서 "거제까지 4시간 반이 걸린다.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면서 찍은 드라마"라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은 학생들이 있다. 아직까지도 총장님이 배려해서 가천대학교 석좌 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시간이 안 맞아서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교수 자격 없다'라고 했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모처럼 드라마 하시는데 잘하세요'라고 하더라. '염려 마세요 가르쳐 주신 대로 저희가 다 만들어낼게요'라고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고 전한 바 있기도 하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재석이 "어떻게 이렇게 체력과 건강을 유지하시냐"고 묻자, 이순재는 "특별하게 체력이 강한 축은 아닌데 일종의 의무감이다. '무당이 멍석 펴놓으면 뛴다'는 얘기 있지 않냐. 아프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빌빌거리다가도 현장에 가면 생기가 도는"이라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연예계 최고참으로 전세계 최고령 '리어왕' 무대에 올랐던 이순재. 3시간 20분 공연을 소화해냈다. "젊었을 때 햄릿을 못해봤다. 젊었을 때 로망이 햄릿이다. 중년 오면 오셀로, 멕베스다. 장군들이기 때문에 체격이 좀 있어야 한다. 나는 왜소해서 안된다. '리어 왕', 이걸 한번 힘들더라도 시도해 보자. 3시간 20분을 풀로 해보자 싶었다. 대사가 400마디 정도 되는데 길다. 독백이 많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중문화예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별 연극을 선보이며 '리어왕'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채널A '4인용 식탁'에서는 "쓰러지셨지 않았냐"라는 물음에 "체중이 10kg나 빠졌더라. 침 맞아가면서 공연을 했다. 왜냐면 네 작품을 계속했다. 계속 일을 하니까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침 맞아가면서 끝내고 나서 잘 버텼는데 그 다음 다음날 집에서 목욕하다가 쓰러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로 이제 내 인생이 끝이구나 했는데 (병원에서) 괜찮다고 하더라. 머리만 살아있으면 됐다, 하고 채 한 달 되기 전에 '개소리'라는 드라마를 찍기 시작한 거다. 나 때문에 1년 반을 준비했던 드라마다. 이걸 강행을 했다. 6개월 이상을 찍는데 눈에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라며 "백내장이라고 해서 수술을 했다. 드라마를 찍다가 일주일을 입원을 했다. 제작사 측에서 3월쯤 다시 찍겠다고 하더라. 근데 3개월 공백이 생기면 7~80명 스태프가 찍는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내 표정은 보이지?' 하고 '찍어'라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형태는 보이니까 찍자고 해서 2월에 끝을 낸 거다"라고 전했다.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촬영 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소화했다는 것.

채널A '4인용 식탁'
정보석 또한 이순재가 세상을 떠난 뒤, 당시를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25일 엑스포츠뉴스와의 전화에서 정보석은 "제일 가슴 아픈 게 연극 '러브레터'(2024년)라는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백내장 수술을 받으시고 퇴원 일주일 만에 눈에 초점도 맞지 않으신데 보러 오셨다"라며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그는 "보이시지도 않는데 흐릿해서 형태만 보셨다고 하는 게 가슴 아픈 일이었다"라며 이순재의 연기 열정을 언급했다.
지난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난 이순재. 평생을 연기에 헌신하며 마지막까지도 무대를 향한 열정을 잃지 않았던 이순재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깊은 먹먹함을 남기고 있다.
사진=tvN, 채널A, 엑스포츠뉴스DB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