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
(엑스포츠뉴스 서울중앙지법, 장인영 기자)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가 약 260억 원 규모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두고 하이브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직접 재판에 나와 증언했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민희진과 하이브 간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및 민희진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청구 소송 3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민 전 대표는 이날 직접 법정에 출석해 약 5시간 30분 동안 당사자 신문을 진행했고, 도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돈보다 명예와 크레에이티브한 퀄리티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칭한 민희진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연습생을 주는 대신 어도어 만들 때 지분 0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박지원 하이브 전 CEO에게 '내가 돈 때문이 아니라 기분이 나쁘다'고 했고 스톡옵션을 받기로 했다. 어차피 주주간계약으로 얻는 돈이나 스톡옵션으로 받는 돈이나 똑같다. 돈 때문에 주주간계약 한 거 아니"라고 강조했다.

뉴진스.
그는 "(뉴진스는) 나오자마자 잘 됐고 2023년도에 하이브 견제가 너무 심해졌다. 홍보팀에서는 뉴진스 성적을 제대로 홍보해 주지 않고 광고팀에서는 밀려 들어오는 광고를 다른 레이블로 편입시키려고 했다. 뉴진스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우리에게 유입된 걸 (타 레이블에) 나누려고 애쓰더라. 굿즈를 만드는 IP팀과 공연팀들도 저랑 생각이 다르고 마찰이 생겼다. '어도어는 일하기 까다롭다'고 험담하더라"라고 전했다.
르세라핌과 뉴진스 데뷔 직전, 계열사 사장들이 술자리를 가졌다는 민희진은 "'어느 팀이 잘 될 것 같냐'는 얘기를 나눴는데 하이브 이경준 CFO가 '의장님 팀(르세라핌)이 무조건 잘 돼야 한다. 안 그러면 나머지 레이블이 뭘 보고 배우냐. 기강이 흐려진다'라고 했다더라. 당시 자리에 있었던,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계열사 사장이 '회사가 너무 한심하다'며 저랑 친한 사이도 아닌데 계열사 사장들이 견제, 배척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전해줬을 정도"라고 했다.
민희진은 "제 레이블에 대한 주인의식이 필요했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주간계약을 체결한 거다. 박지원도 당시 하이브에 불만이 많았고 방시혁 의장에 대한 불만을 서로 교류하는 사이였다. 그런 박지원이 저를 등칠 거란 생각은 못 했다. 말도 안 되는 노예 계약 같은 경업금지조항을 넣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자기를 믿으라고, 등 칠 일 없다고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했다. 박지원이라는 인간을 믿은 게 아니라 하이브 CEO가 나를 속일 리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얘기했다.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은 풋옵션 배수를 13배에서 30배로 올려달라고 한 것과 관련해선 본인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며 "변호사님이 했다. 문외한이라 (하이브와) 어떻게 딜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변호사님께 딜을 하기 위한 조건들을 잘 정리하라고 했다"며 "저는 분명히 13배 받아도 된다고 했다. 업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피곤하지만 하이브가 선을 넘어서 하는 거라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어도어를 하이브에서 독립시키려는 계획을 수립했는가, 외부 세력을 만나 독립을 논의하고 다녔냐는 하이브 측 법률대리인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뉴진스를 (하이브에서) 데리고 나오겠다'라는 메신저 대화 내용에 대해선 "하이브의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 "당시 네이버 퇴사자 분들이 제가 하이브와 갈등을 겪고 피곤해하는 걸 알아서 위로해 주는 자리를 가졌다. 저의 하소연을 듣다가 '희진님 힘들겠네요. 계약 못 깨냐. 못 나오냐'고 물어서 '계약을 어떻게 깨냐. 방법이 없죠. 괴롭힘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한 거다. 카톡으로 보내면 뉘앙스가 달라지지 않겠나. 편하게 쓴 거다. 공문서도 아니고 카톡 대화일 뿐이다. 회사에 불 지르고 싶다고 하면 다 방화범이냐. 이 상황까지 온 게 어이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뉴진스가 (어도어와) 계약해지를 해서 저한테 이득 될 게 뭐가 있냐. 가만히 있으면 풋옵션 행사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전속계약 해지가 하고 싶다고 쉽게 되냐. 하이브 너무 싫었지만 책임감으로 붙어 있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
지난해 8월 어도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것과 관련해선 "도쿄돔에서 콘서트가 아닌 팬미팅으로 입성해서 역대급 성적을 낸 자회사 사장을 열흘 만에 자르는 비상식적인 회사가 어딨냐"고 격분한 뒤 "프로듀서직을 준다고 했지만 2개월뿐이었고 언제든 바뀐 어도어 사장이 저를 해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인사팀이 저를 감사하고 내부적으로 굉장히 괴롭힐 때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주변에서 올해 퇴사하지 왜 작년에 퇴사했냐고 물어보는데, '천억원 와닿지도 않는 금액이고 거기까지 필요 없다'고도 했다. 그 회사에 있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지만 뉴진스 때문에 견뎠다. 3개월만 참으면 대금이 3배가 됐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돈을 밝히니 뭐니 하는 게 억울하고 분하다. 나는 뉴진스를 세계적인 팀으로 만들 자신도 있었고 그럴 노래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뉴진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바. 이 과정에서 개입이 있었는지 묻자, 민희진은 "뉴진스 부모들이 결정한 걸 나는 통보 받은 거다. 통보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며 "어머님들과 애초에 (전속계약 해지에 대해) 논의했을 때 '제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2월 18일 변론 절차를 종결할 예정이다.
한편,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유효확인 1심에서 패한 뉴진스는 소속사 복귀 의사를 전달했으며 민희진은 새 기획사 오케이(OOAK)’를 설립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