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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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토니상 석권 '어쩌면 해피엔딩',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사랑 [엑's 리뷰]

기사입력 2025.11.11 17:00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브로드웨이는, 대학로의 관객들은 왜 로봇의 사랑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을까?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구형 헬퍼봇이 된 올리버와 클레어는 비슷한 처지의 헬퍼봇들이 모여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주인에게서 배운 취미인 재즈 잡지와 고장난 부품을 배달해주던 인간 배달부가 늙을 때까지 하염없는 시간을 외롭게 보내던 헬퍼봇 올리버는 충전기가 고장난 클레어를 만나며 일정한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옛날 주인을 찾고 싶은 올리버와 반딧불이를 보고 싶은 클레어가 제주도를 향해 떠나는 과정에서 '자율적인 사랑'이 프로그래밍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인간보다야 길겠지만, 어쩔 수 없는 시간의 유한함을 깨닫고 함께 희로애락을 느낀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영화 'Her'(2014)가 개봉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AI의 사랑'에 대해 다소 의아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챗GPT 등 여러 AI가 급속도로 사람들의 일상과 밀착되면서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며, 시대를 앞서간 영화의 주제에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Her'처럼 AI와 사람의 사랑은 아니다. 그렇다면 AI와 AI의 사랑은 가능할까? 사실 이들이 사람인지 로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작품은 '사랑'이란 무엇에 의해서 학습하거나,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초월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며 어떤 장애와 한계를 마주하더라도 그것을 함께 이겨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과 식물, 하물며 생물이 아닌 로봇까지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며 사랑의 필요성에 대해 전한다.


2018년 재연부터 작품에 합류했던 전성우는 그간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강렬한 역할과 달리 어딘가 어리숙하고 순박한 올리버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새로운 클레어로 합류한 방민아는 이질감 없는 클레어를 그려내 작품에 녹아들었다. 숫자에 포인트를 두는 로봇 연기가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제임스 역으로 새로 캐스팅된 박세훈은 묵직한 저음으로 넘버를 소화하며 작품을 맛깔나게 만든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어쩌면 해피엔딩'은 2024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지난 6월 개최된 제78회 토니 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 작곡작사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 등 총 6관왕을 석권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 밖에도 제89회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에서 최우수 뮤지컬상, 제91회 미국 '드라마 리그 어워즈'에서는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과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 '외부 비평가 협회상' 4관왕, '드라마데스크 어워즈' 6관왕 등 유수의 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한국에서부터 먼저 빛을 봤던 공연이다. 2017년 공연된 초연부터 97회 공연 중 60회 이상의 공연이 전석 매진되고, 유료 객석 점유율이 85% 이상 기록하는 등 창작극으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이루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여러 제작사를 거치며 공연이 거듭됐지만 작품이 가진 근본적인 감성은 건들지 않았다는 것이 흥행 포인트이다. 공연장은 보다 커졌지만 소박한 올리버와 클레어의 집, 종이컵 전화기, 화분, 반딧불 등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메타포들이 '어쩌면 해피엔딩' 고유의 분위기를 지켜내고 있다.

공연은 2015년 국내 트라이아웃 공연 이후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만큼 그간의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캐스트로 이루어졌다. 2016년 초연에 출연한 전미도, 김재범, 최수진, 고훈정이 특별 출연하고 '경력직' 전성우, 박지연, 신성민, 박진주, 이시안이 무대를 채우며 정휘, 방민아, 박세훈이 뉴 캐스트로 함께 한다. 오는 2016년 1월 2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NHN링크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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