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가 이라크와의 월드컵 예선전에서의 패배와 함께 2026 북중미 월드컵의 꿈이 무너졌다.
인도네시아는 12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4차 예선 B조 2라운드 경기에서 이라크에 0-1로 패배했다.
인도네시아는 사우디(2-3), 이라크(0-1)전 연패로 2전 전패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 탈락이 확정됐다.
이날 승리로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나란히 1승을 기록, 15일 월드컵 본선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승자는 월드컵 본선 티켓을 손에 넣고, 패자는 추가 예선을 치러야 한다. 만약 이라크가 해당 경기에서 승리해 조 1위로 월드컵에 진출할 경우 1986년 이후 39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게 된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인도네시아 쪽이었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강조한 빌드업 중심의 점유형 축구가 어느 정도 빛을 발했다.
케빈 딕스의 헤더가 초반부터 골대를 살짝 빗나갔고, 톰 하예의 중거리 슛도 이라크 골문을 위협했다.
이라크는 전반 내내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29분 셰르코 카림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넘어간 것이 유일한 위협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수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결국 후반 리도의 실수 한 번으로 모든 게 무너졌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이날 경기의 주인공인 이크발이 교체 투입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으로 현재 네덜란드 1부 위트레흐트에서 활약 중인 그는 이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후반 31분 인도네시아 수비수 리즈키 리도의 실수를 틈타 볼을 가로챈 이라크는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다. 페널티 아크 근처에서 공을 받은 이크발은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그의 낮고 강한 슛은 그대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그의 결승골은 단 한 방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라크는 남은 15분 동안 경기 템포를 조절하며 노련하게 리드를 지켰다.
경기 종료 직전 경기장이 아수라장이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중국인 주심 마 닝의 판정에 항의하던 인도네시아 팬들이 경기장에 물병을 던지며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주장 제이 이즈데스가 팬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경기가 일시 중단됐다.
후반 추가시간이 11분이나 주어졌고, 추가시간 9분에 인도네시아의 자이드 타흐신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사실상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이라크는 수적 우세를 살려 남은 시간을 소화했고, 결국 1-0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아슈라크 알 와사트'는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결과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않았지만, 팀의 발전에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팀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 매우 고통스럽다"며 "경기 내용만 보면 우리가 더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가 그걸 반영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선수들은 사우디전의 패배 후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우리의 한계를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은 미래를 말할 때가 아니다. 차분히 팀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부임 9개월 차로, 지난해 1월 신태용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 탈락으로 인해 현지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경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KluivertOut(클라위버르트는 사퇴하라)', '#TohirResign(토히르 회장 사퇴)', '#BringBackShinTaeYong(신태용을 다시 데려와라)' 등의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며 감독과 축구협회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해당 소식과 함께 '신태용 복귀설'을 보도하며 클라위버르트 체제의 조기 종료 가능성을 언급했다.
인도네시아 매체 '티비원뉴스'는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가 신태용 감독의 복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신 감독 측은 협회의 간섭이 완전히 배제될 경우에만 복귀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신태용 감독 측도 이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지만, '전권 보장'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신태용 감독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인도네시아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이끌며 아시아 무대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협회 고위층과의 마찰로 올해 초 경질됐다.
공교롭게도, 그가 울산 현대 FC 사령탑에서 해임된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인도네시아 탈락이 확정되자, 현지에서 그의 복귀설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한편, 인도네시아축구협회 에릭 토히르 회장은 경기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우리는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아시아 4차 예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본선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점은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토히르 회장은 "이번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대표팀의 체계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선수들과 팬들, 그리고 모든 스태프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