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2014년 머나먼 브라질에서 눈물을 흘린 손흥민과 홍명보 감독이 악몽의 상대 알제리와 12년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마주할 가능성이 생겼다.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 감독이 이끄는 알제리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알제리 버르 엘 디르에 있는 밀루드 하데피 스타디움에서 열린 소말리아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 개최) 아프리카 지역 예선 G조 9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전반 7분과 후반 12분 모하메드 아무라의 멀티 골과 리야드 마레즈의 추가 골을 더해 완승을 거둔 알제리는 G조 단독 선두(7승1무1패·승점 22)를 확정 지었다. 한 경기를 남겨두고 2위 우간다(승점 18)와 승점 4점 차가 되면서 알제리는 조 1위에게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진출권 확보에 성공했다.
알제리는 지난 2014 브라질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1982년 스페인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래 알제리는 통산 다섯 번째 월드컵 진출이다.
알제리는 2014 브라질 대회에서 사상 첫 16강에 올랐고 이 대회 성적이 그들의 최고 성적이다.
당시 알제리는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대한민국을 비롯해 러시아, 벨기에와 한 조에 속했다. 2010 남아공 대회에서 조별리그에 탈락하면서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던 알제리는 한국 내에서 1승 제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알제리는 프랑스 등 유럽으로 이민 간 알제리계 2세들을 공략했다. 바하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을 철저하게 분석했지만, 한국은 방심하면서 2-4 참패를 당했다.
1차전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겼던 한국은 알제리를 얕보다가 말 그대로 큰코다쳤다. 당시만 해도 알제리 최고의 스타인 리야드 마레즈가 레스터시티(잉글랜드)로 이적하기 전이었으며, 한국전에선 후보였다. 이슬람 슬리마니, 나빌 벤탈렙, 야신 브라히미, 소피앙 페굴리 등 리그1과 라리가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에게 역습을 허용하며 처참히 무너졌다.
3차전에 유럽의 떠오르던 강호 벨기에였기 때문에 알제리전에 사활을 걸어야 했지만, 한국은 처참한 패배로 사실상 16강 진출이 이 경기에서 좌절됐다. 손흥민의 눈물과 함께 홍명보 감독도 초보 감독다운 선수단 관리 및 언론 대응 미숙의 문제를 드러내면서 결국 물러나야 했고 한국 축구는 암흑기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 홍 감독과 알제리가 동시에 돌아온다. 다른 점이라면 홍명보 감독은 11년 전 최종 예선 직후 지휘봉을 잡아 준비 기간이 짧았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홍 감독이 최종 예선을 모두 이끌면서 스스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다는 점이다.
알제리는 더 막강해져서 돌아왔다. 현재 FIFA 랭킹 38위로 한국(23위)보다 낮지만, 지네딘 지단의 아들 뤼카 지단(그라나다)을 비롯해 라미 벤세바이니(도르트문트), 아니스 무사(페예노르트), 마레즈(알아흘리 사우디), 아미네 구이리(마르세유) 등 여전히 빅리그에서 뛰는 유럽 이민자 2세 선수들이 즐비하다.
한국은 이번 10월 A매치에서 브라질(6위), 파라과이(37위)와 격돌한다. 10윌 랭킹을 기준으로 오는 12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케네디 센터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식을 위한 포트 배정이 확정된다.
한국이 무난히 2포트를 받는다면, 3포트에서 알제리를 다시 같은 조에서 만날 확률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 팀과 전통적으로 배정되어 왔기 때문에 현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전체 4위인 알제리가 이집트(35위)와 함께 유력한 3포트 배정 후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