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엑's 인터뷰②]에 이어) 만 18세에 가요계에 발을 내딛고 데뷔 초 치열하게 달리던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던 감정들, 이제는 한발 물러서 돌아보며 말할 수 있게 된 정대현이다.
만 18세에 가요계에 발을 내디뎠고,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정대현. 그런 그가 지금 돌아본 20대의 자신을 향해 "엉망진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정대현은 "열심히 살았는데 엉망진창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엉망진창이라는 게 귀엽게 들릴 수도 있는 거고 그저 안 좋은 의미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보 같은 짓도 많이 해보고 엄청 힘들어도 보고 괴로워도 보고 그냥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달리면서, 뒤죽박죽되는 그런 상황들 속에서도 아무것도 몰랐던 게 엉망진창인 것 같다. 그때는 못 맞췄던 퍼즐들이 이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도 맞춰지니까 '시간이 다 필요한 거구나' 정말 크게 느낀다."
'엉망진창' 20대를 보낸 30대의 정대현은 "이젠 돌다리도 한 번 두드려보고 건넌다. 멈춰보기도 하고 뒤돌아보기도 한다. 급하게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여유롭게 웃었다.
정대현의 파격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솔로 가수 정대현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거창한 목표는 이제 사실 없다"고 단호하게 답한 것. 그는 "예전엔 정말 많았다. 지금은 이 험난한 음악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처럼 크게 한 방을 노리기보단 잔잔하게 오래 남고 싶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제 음악을 들어주는 분들이 1명이라도 계신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정대현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B.A.P가 아닌 멤버들의 성을 딴 '방정유문'(방용국·정대현·유영재·문종업)으로 6년 만에 EP 앨범 '커튼 콜(CURTAIN CALL)'을 발표, 재결합을 알렸다. 이에 더해 서울 KBS아레나에서 팬콘을 개최하며 여전한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순간이었다"고 운을 뗀 정대현은 "내 인생에 다시는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행운이 또 찾아오는 걸 보면서 인생은 아직 모른다고 느꼈다. 그래서 벌써 주저앉고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2017년 팀 해체 후 각자의 길을 걷다가 오랜만에 뭉친 만큼 기존 B.A.P 팬들은 물론 2세대 K팝을 즐겼던 많은 이들이 반가움을 드러냈다. 정대현은 "옛날부터 저희가 다른 팬덤분들도 두루두루 응원해 주시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보면 B.A.P 시절 마지막 공연을 했을 때보다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팬콘을) 했는데도 매진이 됐다. 감회가 남다르더라"라고 회상했다.
다만 그룹으로서 더 이상의 뚜렷한 목표는 이제 없다는 정대현이다. "가끔씩이라도 기존 팬분들을 위해 다시 모여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게 가장 바람직한 목표가 아닐까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룹으로서 또 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다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 있는 상태고 하고 싶은 게 뚜렷하게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서로 연락을 안 하거나 친하지 않은 게 아니지 않냐. 하지만 또 엄청난 행운이 찾아올지는 모르는 거니까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동시대 활동했던 틴탑, 인피니트 등도 꾸준히 완전체로 앨범을 내며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정대현은 "그것(완전체로 모이는 것)만으로도 정말 쉽지 않기 때문에 너무 보기 좋다. 남 일 같지 않다. 오히려 반갑다"고 미소 지었다.
데뷔 14년 차. 이젠 어딜 가나 어엿한 '선배'가 된 정대현에게 "눈여겨 보는 후배가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정대현은 현재 함께 활동 중인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을 언급하며 "어제 '쇼! 챔피언'을 하고 왔는데 정말 다들 너무 잘생겼더라. 그중에서도 제로베이스원 멤버들이 키도 엄청 크고 얼굴도 정말 잘생겼더라"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대현은 그 유명한, '비주얼 메인보컬'의 원조 아닌가. 정대현은 "굉장한 위압감을 느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 K팝 좀 했다는 이들에게 '비주얼 메보'의 원조는 여전히 정대현이다. 그는 "오랜 시간 ('비주얼 메보'라는) 애칭으로 불러주시고 떠올려주시는 일이 정말 감사하다. 저도 신경을 더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엔 경락을 받기 시작했는데 아프지만 참아야 한다. 예뻐지기 위해서"라고 했다.
오랜 시간 '비주얼 메보'일 뿐만 아니라 '팬사랑'도 그 시절 그대로인 정대현은 유입할 팬들에게 "무대로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올해부터 '솔로가수 정대현'으로 화려한 시작을 알린 만큼, 남은 3개월 동안 어떤 또 다른 계획이 있을지도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그는 "'행로' 활동이 끝나고 추후에 공연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일본 활동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밝히며 "팬분들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은 활동이었을 거다. 늘 팬분들에게 감사하지만 이번엔 더 크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방송국에서 혼자 하려다 보니까 쓸데없이 소외감도 느껴지고 자존감도 떨어졌는데 팬분들이 정말 많이 와주셨다. 이제 여기와는 결이 다른가라는 생각이 자꾸 들 때쯤 팬분들의 응원 소리를 듣는 순간 거기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게끔 만들어주신다"고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했다.
노래 자체가 그야말로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분위기인 만큼, 직접 무대에서 즐기길 바라는 팬들의 기대도 크다. 마침 여름과 가을 사이, 다양한 야외 페스티벌이 열리는 시즌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정대현은 "불러만 주시면 된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또한 "특별하게 나가고 싶은 무대가 정해져 있다기보단 그냥 그런 무대를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공백기가 너무 길었고 B.A.P는 유명할지 몰라도 솔로 가수로서 그렇게 인지도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어느 하나라도 무대가 주어진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대현의 솔로 싱글 3집 '행로'는 현재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MA엔터테인먼트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