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유해진이 영화를 통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시간들을 돌아봤다.
유해진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소주전쟁'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종록(유해진 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제훈)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유해진은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표종록 역을 연기했다.
국보그룹이 IMF 외환위기로 인한 파산 위기에 처하자 종록은 투자사와 법무법인을 만나는 것은 물론 회식으로 찾은 식당에서 직접 소주 판촉까지 해 가며 발로 뛰어 회사를 구하려 한다. 국보의 파산을 막아주겠다며 등장한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을 처음엔 경계하지만,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유해진은 4월 공개돼 337만 명의 관객을 모은 '야당'에 이어 5월 30일 개봉해 상영 중인 '소주전쟁'까지 활발한 영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소주전쟁'은 감독과 제작사의 저작권 분쟁 속 결국 감독 크레딧 없이 개봉했고, 이에 유해진은 "하고자 하는 얘기는 기획대로 잘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며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은 상황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더라.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 당시 20대 후반으로, 연극에 매진 중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유해진은 "그 때는 제가 완전히 밑바닥(생활)이었기 때문에 사실 힘든 것을 몰랐다.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도 하고 그랬는데 제 생활에는 변화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 집에 빌붙어 같이 살고, 버스비를 아껴서 소보로빵 하나 사먹으면서 살았을 때였다"고 얘기했다.
회사에 올인하며 가정에 소홀하게 된 종록 캐릭터에 대해서는 "공감이 되는 부분도,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유해진은 "저희 때는 그런 아버지들이 정말 많았다"며 "집은 뒷전이고, 그냥 자기 하는 일이 삶의 전부인 양, 진짜 표종록처럼 살았던 아버지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저 같으면 그렇게까지는 안 살 것이다. 회사를 위한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정이 완전히 뒷전이진 않을 것 같다. 알뜰살뜰 가정을 챙기지는 못하더라도, 신경을 쓰면서 사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솔직히 말했다.
1997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잡아왔다.
유해진은 "제가 직장인은 아니지만, 분야만 다를 뿐이지 어떻게 보면 영화에 올인하는 삶을 살았다고 봐도 맞지 않을까. 만약에 가정이 있다면 영화에 올인을 하더라도, (표종록처럼) 그렇게까지는 살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직업상 지방에 많이 가 있고 밤을 많이 새고, 너무 불규칙한 일상이더라도 그렇게까지 가정을 뒷전에 두고 살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영화를 계속 할 수 있던 이유도 가정을 꾸리지 않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고 본다. (만약 가정이 있다면) 작품이 안 들어올 때도 가정을 꾸려야 하니 그냥 쉴 수도 없고, 때로는 원하지 않는 작품을 해야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저는 아직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극 중 종록이 인범에게 "그렇게까지 야비하게 돈을 벌고 싶냐"며 일침하는 장면을 떠올리면서는 "사실 야비하게 돈을 번다는 기준이 좀 모호하긴 하다. 그렇지만 표종록처럼 덜 똑똑해도 문제이지 않을까. 남을 등치면서 돈을 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요즘은 또 그렇게만은 살 수 없으니 도덕적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조금 약을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이 자연스럽게 쫓아온다고도 하지 않나. 운이 좋은 경우의 이야기라고도 하지만, 설사 돈이 무지하게 안 따라온다고 해도 자기가 좋아서 열심히 했다면 본인에게는 충실한 삶이니 그 방향도 맞지 않나 싶다. 물론 거기서 돈까지 따라와주면 더 좋을 것이다"라고 웃음 지었다.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