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올여름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갖기 위해 한국을 찾는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의 얼굴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시나리오지만 영국 언론이 이런 주장을 내놨다. 이미 토트넘 고별전을 했다는 얘기다.
팀의 주장이자 레전드 반열에 오른 손흥민이 잉글랜드 무대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현지에서 제기되며 그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대업을 성취한 직후 불거진 이적설은 단순한 루머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복수 구단의 적극적인 구애와 더불어 토트넘 구단이 그의 대체자를 물색 중이라는 보도까지 이어지며, 손흥민의 거취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토트넘 전문 소식지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2일(한국시간)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마지막 경기를 마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로파리그 우승이 주장 손흥민의 마지막 업적으로 남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더해 매체는 "다니엘 레비 회장은 이미 손흥민의 대체자를 찾기 시작했다"고 덧붙이며 이적설에 힘을 실었다.
토트넘은 지난달 22일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리그컵 이후 17년 만의 우승이자, 1983-1984시즌 이후 41년 만의 UEFA 클럽대항전 정상 복귀였다.
손흥민에게도 이는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로, 감격의 순간에 그는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감동의 무대가 동시에 고별 무대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손흥민은 지난 10년간 토트넘의 상징적 존재로 활약했다. 총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고, 구단 최다 득점 5위, 최다 출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2023년부터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결별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구단 레전드를 향해 이루어져야 할 적절한 대우와는 거리가 먼 행보다.
실제 손흥민의 이적설은 이번 시즌 막바지부터 계속 이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 내 빅클럽보다 중동의 자본력을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과의 연결이 부쩍 두드러진다.
영국 대중지 '더 선'은 "사우디아라비아 복수의 구단이 손흥민을 차기 영입 후보군에 포함시켰다"며 "호날두가 떠날 가능성에 대비해 손흥민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적시장이 7월 20일 개장하며, 손흥민은 이 시장의 핵심 타깃 중 하나로 떠올랐다"며 "사우디 구단들은 손흥민을 통해 아시아 및 글로벌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토크스포츠' 역시 "토트넘은 손흥민을 붙잡고 싶지만, 사우디 구단들의 막대한 연봉 제안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들이 무게를 갖는 배경에는 사우디 구단들의 구체적인 제안도 있다.
다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알 이티하드는 손흥민에게 4년간 총액 1억 2000만 유로(약 2239억원), 연 3000만 유로(약 560억원)의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토트넘에서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연봉 약 1170만 유로(218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이 제안이 아직도 유효할 수 있다는 게 영국 매체들의 관측이다.
토트넘 역시 이러한 천문학적 제안 앞에 완전히 무관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받는 거액의 연봉 못지 않게 토트넘도 '손흥민 현금화'로 수백억원을 챙길 수 있다.
'더 선'은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거액의 제안이 도착하면 이적을 승인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로 벌어들일 수 있는 자금 외에도, 손흥민 이적으로 추가적인 보강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손흥민의 대체자 영입에도 착수한 모습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바이에른 뮌헨과 결별을 앞둔 독일 국가대표 윙어 레로이 자네 측과 접촉을 시작했으며, 선수의 에이전트 피니 자하비와 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네는 런던에 가족이 거주하고 있고,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희망하고 있어 토트넘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토트넘은 지난 시즌 후반기 임대로 데려왔던 마티스 텔의 영입도 추진 중이다.
텔은 양발을 자유롭게 쓰는 왼쪽 윙어로 손흥민과 유사한 스타일을 가진 선수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텔의 합류 이후 손흥민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고, 이는 그가 팀 내 위상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분석했다.
한편, 토트넘은 오는 여름 한국에서 팀 K리그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손흥민이 그전에 팀을 떠난다면, 토트넘의 한국 방문은 국내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2022년과 2023년 한국 방문 당시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
결국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 지금, 손흥민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시점이라는 분석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 현지에서는 지금이 손흥민과 아름다운 작별을 할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레비 회장이 대체자 영입에 적극적인 만큼,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그의 이적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과연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향할지, 아니면 토트넘과의 동행을 이어갈지는 조만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의 선택은 토트넘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 전체에 큰 위력을 떨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토트넘 홋스퍼/손흥민 인스타그램/X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