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눈물을 뿌리고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린 가운데 이를 폄하하는 주장이 나왔다.
'발롱도르'를 수상한 잉글랜드 축구의 레전드가 토트넘의 트로피 획득을 깎아내렸다. 토트넘이 참가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가 너무 쉬웠다는 얘기다.
특히 결승전이 형편 없었다며 토트넘이 바뀐 규정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고 했다.
2001년 발롱도르를 타면서 축구종가 잉글랜드에서 가장 최근 이 상을 탄 것으로 기록에 남은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이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 의미를 확 낮췄다.
오언은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지구촌 축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은 골잡이 출신이다. A매치 89경기에서 40골을 기록했다.
오언은 호주 TV 방송사 '옵터스 스포츠'의 '켈리 앤드 라이티 쇼'에 출연해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두고 "내가 본 축구 경기 중 최악"이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이어 "완전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도 토트넘의 우승은 암울했다. 그들이 이 대회를 우승한 유일한 이유는 더 이상 챔피언스리그 팀들이 유로파리그로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트넘은 지난 22일 스페인 빌바오 산마메스에서 열린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단판 승부를 벌여 전반 막판 터진 브레넌 존슨의 골을 잘 지키고 1-0으로 이겼다.
토트넘은 지난 1984년 이후 이 대회 첫 우승에 성공했다.
아울러 지난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공식대회 첫 우승 위업도 이뤘다. 주장 손흥민이 우승컵을 대표로 들어올려 한국 축구에 더욱 의미있는 일이 됐다. 해리 케인 등 많은 선수들이 우승컵을 차지하기 위해 토트넘을 떠났지만 손흥민은 꿋꿋이 남아 10년간 구단을 지켰고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오언은 토트넘이 규정 변경으로 인해 우승이 가능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의 규정이 유지됐다면 토트넘의 우승이 이뤄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UEFA는 이번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3위 팀들이 더 이상 유로파리그로 합류하지 않는 새 포맷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3위를 차지한 8개 팀이 유로파리그 1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유로파리그 참가 팀들과 맞붙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더라고 8개팀에 패자부활전 기회를 준 것이다.
2024-2025시즌부터 이게 사라졌다. 유로파리그는 조별리그가 사라지고 36개 클럽이 무작위로 뽑힌 8개 클럽을 상대, 이 경기들에 대한 성적을 갖고 상위 24팀이 토너먼트에 올라 우승팀을 가렸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떨어진 팀들이 유로파리그로, 유로파리그에서 떨어진 팀들이 하위리그인 콘퍼런스리그로 내려오는 규정도 삭제했다.
UEFA가 유로파리그 참가팀들을 존중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회 경쟁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여름 베팅업체들은 토트넘과 맨유를 우승 1~2순위로 지목했는데 두 팀이 예상대로 결승에 올라 붙었다. 경기력이 좋진 않았다. 시원한 슈팅 한 번 나오지 않고 존슨이 어정쩡한 볼터치가 맨유 수비수 루크 쇼의 몸을 맞고 들어간 탓에 처음엔 쇼의 자책골로 기록되기도 했다.
오언은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토트넘이 제대로 된 강팀을 상대한 적이 있었는가"라고 반문하며 "결승전조차도 경기 내용 면에서 끔찍했다. 축구 중계를 보다가 다른 채널로 돌리고 싶었던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연달아 퍼부었다.
오언의 지적은 이번 시즌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성적과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챙겼으나 프리미어리그에선 17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거뒀다. 일찌감치 강등이 확정된 승격 3팀을 제외하곤 꼴찌를 했다. 토트넘은 지난 3월부터 프리미어리그에 수건을 던지며 유로파리그 우승에 '올인'했다.
영국 'TBR 풋볼'도 오언의 발언에 동의하며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은 이번 규정 변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전처럼 챔피언스리그 탈락 팀들이 유로파리그로 내려왔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리그페이즈에서 24위 이내 들지 못한 조별리그 탈락 팀에는 유벤투스, 맨체스터 시티, 스포르팅 리스본, AS 모나코 등 유럽 정상급 클럽들이 포함됐다. 이들이 이전 규정에 따라 유로파리그로 왔다면 토트넘이나 맨유의 결승행이 어려웠을 수 있다.
다만 챔피언스리그 팀들이 유로파리그에 내려와도 우승했을 거라는 주장 역시 가정이다. 토트넘은 적어도 유로파리그에선 프리미어리그와 정반대 경기력으로 승승장구한 것이 사실이었다.
토트넘은 일종의 도박 같은 승부수를 걸어 유로파리그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했다.
오언의 분석은 토트넘의 성과에 대한 무작정 깎아내리기로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