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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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름답지만 무거운 이름. “비우티풀”

기사입력 2011.11.15 15:29 / 기사수정 2011.11.15 15:29

enter@xportsnews.com 기자

[E매거진] 포스터에서 나를 응시하는 한 남자의 시선,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그의 눈빛과 표정이 나를 극장으로 인도했다.

100년을 넘긴 짧지 않은 시간, 영화는 많은 씨네 아티스트에 의해 다양한 형태와 색깔로 변화하면서 역사의 페이지를 채워나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스크린 위, 변하지 않은 중요한 소통의 도구는 배우, 바로 얼굴이다.



"판타스틱 영화나 초자연적 영화에서도, 조지로메오의 산송장들이나 팀 버튼의 비현실적 피조물들, 혹은 만화영화로부터 유래된 슈퍼 히어로에서조차도,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여전히 '배우'의 얼굴이며, '타인'의 얼굴이다. 영화학자 자크 오몽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 배우의 얼굴, 타인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고 관객과 소통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의 경계를 넘은 영화 전체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이것은 배우들이 다양한 감정들을 얼굴에 드러내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확장되어 있다. 독특한 배우연기를 주문했던 브레송의 영화 속에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영화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감정들을 무표정한 얼굴에 투영되어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배우의 얼굴은 관객들과의 소통, 감독들이 말하고자하는 것들의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비우티풀"은 '욱스발'의 얼굴, 그 자체다. 148분, 너무나 지루할 긴 시간. 그의 얼굴은 영화 전체를 이끌고 채운다. 이는 비범하지 않은 배우의 역량으로는 이끌기 어려웠을 것이다. 

감독은 "다른 어떤 배우도 그가 한 것처럼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을 것이고 그가 없었으면 이 영화를 못 만들었을 것이다"고 말한다. 으레 감독들의 형식적인 말처럼 들리겠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감독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욱스발' 하비에르 바르뎀의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이라는 결과는 당연해 보인다. 



인류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그의 아버지 루갈반다는 죽음이라는 운명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신이 누렸던 영생에 목말라 있었다. 인류의 탄생 이래 가장 원시적인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 '욱스발'은 영생이 아닌 남겨질 이들을 위해 애쓴다. 죽음을 앞둔 두 아이의 아버지 이야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가장, 아버지들의 이야기이다.

포스터의 '욱스발'과 다시 마주한다. 아버지라는 아름다운 이름 앞, 마음 한 구석을 지울 수 없는 무거움이 자리 잡는다.



[글] 황하민 (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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