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잉글랜드 리그 원(3부 리그) 소속 렉섬이 다시 한 번 역사를 썼다. '데드풀'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롭 맥엘헤니가 공동 소유한 웨일스 구단 렉섬이 43년 만에 잉글리시 풋볼리그 챔피언십(2부 리그) 무대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렉섬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렉섬의 스톡 카이 라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리그 원 45라운드 경기에서 찰튼 애슬레틱을 3-0으로 완파하며 리그 2위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렉섬은 2022-2023시즌 내셔널리그(5부 리그) 우승, 2023-2024시즌 리그 투(4부 리그) 준우승에 이어 3년 연속 승격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 1885년 시작돼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 역사상 최초다.
이날 경기는 렉섬의 압도적인 페이스로 전개됐다.
전반 15분 올리버 래스본이 박스 바깥에서 낮게 깔아 찬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3분 뒤, 이번 시즌 영입생 샘 스미스가 매티 제임스의 침투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넣으며 찰튼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후반에도 찰튼은 만회골을 위해 공격에 나섰지만, 렉섬 골키퍼 아서 오콩쿠오의 선방과 수비진의 헌신적인 수비에 막혔다. 결국 경기 막판 후반 36분 스미스가 맥스 클리워스의 크로스를 머리로 다시 한 번 마무리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찰튼은 이날 패배로 리그 5위에 머물며 자동 승격은 물거품이 됐고, 플레이오프를 통한 승격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
렉섬은 4년 전 레이놀즈와 맥엘헤니가 구단을 인수한 이후 빠르게 상승가도를 달렸다. 5부 리그였던 팀이 3년 만에 2부 리그까지 올라섰고, 이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라는 꿈까지 눈앞에 두게 됐다.
경기 후 렉섬 공동 구단주 레이놀즈는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불가능한 꿈처럼 느껴졌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스토리텔러다. 그리고 이 클럽의 거대한 역사 없이는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렉섬의 과거 상징적인 순간들을 언급했다.
레이놀즈는 "우리가 5년 전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을 때 많은 이들이 웃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필 파킨슨 렉섬 감독 역시 구단주들의 신뢰를 극찬했다. 그는 "우리 팀의 구단주들은 지역 사회와 클럽에 대한 열정 때문에 구단을 인수했다"며, "감독에게 모든 권한을 맡기고, 팀 운영에 간섭하지 않았다. 이건 축구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파킨슨 감독은 이어 "오늘 경기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최고의 경기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팀이 압박감 속에서도 훌륭한 정신력과 퀄리티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오늘 승리는 단순히 승격을 넘어서, 이 팀의 정신력과 품질을 증명하는 경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순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감격에 젖었다.
렉섬 주장 제임스 맥클린도 "오늘의 승리는 단순히 선수들만의 것이 아니다. 감독진, 팬들, 가족들, 그리고 뒤에서 묵묵히 일한 스태프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며 "우리는 하나로 뭉쳐 움직이는 잘 조율된 기계처럼 함께했다"고 전했다.
맥클린은 수많은 팬들이 경기 종료 직후 그라운드에 난입해 환호하는 장면을 보며 "이 순간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겠나"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렉섬은 이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링컨 시티와 맞붙으며 승격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예정이다. 반면, 찰튼은 버턴 알비온을 상대로 정규 시즌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선다.
렉섬의 기적 같은 승격은 단순한 동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역 사회와 팬들의 헌신, 감독과 선수단의 끈기, 그리고 헐리우드 스타들의 믿음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과연 렉섬이 다음 시즌 챔피언십에서도 돌풍을 이어가며 프리미어리그 입성이라는 또 다른 기적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