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진형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기다려준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멋진 투구로 보답하고자 한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구원투수 박진형은 지난 17일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멋지게 1군 복귀전을 치렀고 그동안 각고의 노력을 통해 준비했던 것들을 다 보여줬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박진형은 "날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신 팬들께 감사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롯데의 2라운드 13순위 지명을 받은 박진형은 2015년 1군에 데뷔했다. 이어 2021시즌 종료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2023년 11월 전역 후 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경기력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엔 1군서 7경기 6⅓이닝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패스트볼 구속이 평균 130km/h 후반대까지 떨어져 고전했다.
올해도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2군 퓨처스팀에 머물다 지난 16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이튿날인 17일 홈인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마지막 투수로 출격했다.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뽐냈다. 특히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무려 148km/h까지 찍혔다. 평균 구속 역시 143km/h로 상승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사실 17일 경기에서 가장 기뻤던 게 9회 박진형의 구속이었다. 제일 기뻤다"며 "(패스트볼) 구속이 좋으니 변화구도 통한다. 147~148km/h까지는 안 던져도 구속이 140km/h대 중반만 나와도 좋다. 제구력이 충분히 되는 선수다"고 반색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박진형의 등판 후 모든 선수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박진형을 격려했다. 팀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다는 후문이다.

롯데 자이언츠 동료들이 17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치고 가운데에 선 박진형을 안아주며 축하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진형이 1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구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대구서 만난 박진형은 "그날을 돌아보면 긴장을 많이 해 팔을 풀 때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뭔가 기억이 없다"며 "경기 후 영상을 봤는데 그제야 '맞다. 내가 이렇게 던졌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기분이 좋았다"고 배시시 웃었다.
박진형은 "긴장했지만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그냥 포수 (유)강남이 형 사인에 따라 미트만 보고 공을 냅다 던졌다. 신인의 마음으로 투구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어 "전광판에 구속을 봤는데 초구가 145km/h였던 것 같다. 147km/h 등이 나온 것은 못 봤고, 그저 '그래도 구속이 조금 나오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148km/h까지 나왔다고 하더라"며 "내가 열심히 하긴 했구나 싶었다. 코치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이 크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코칭스태프들이 힘을 모아 박진형을 도왔다. 박진형은 "모든 코치님들이 나 때문에 엄청나게 고민하셨다.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며 "주형광 코치님이 계속 나를 잡고 가르쳐 주셨다. 트레이닝 파트까지 정말 모든 분들이 다 의논해 나를 이렇게 만들어 주신 거라 감사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박진형은 "올해 퓨처스팀의 대만 스프링캠프에서도 구속이 잘 안 나왔다. 김상진, 문동환 코치님과 대화하며 투구 폼을 수정했는데 이후 점점 구속이 좋아졌다. 공을 세게 던지는 연습도 열심히 하다 보니 더 나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진형이 1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구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진형이 1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구원 등판해 투구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중간계투진에서 (필승조인) 정철원 앞에 던질 투수가 없었는데 박진형이 팀에 아주,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18일 대구 삼성전에서 승리한 뒤에도 "불펜에서 박진형, 박시영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역할을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진형은 "투수로서 욕심은 당연히, 항상 갖고 있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너무 감사하다"며 "계속 자신 있는 투구로 감독님을 기분 좋게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팬들의 함성이 그립진 않았을까. 박진형은 "복귀전에서 그것만큼은 기억이 난다. 마지막에 팬분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환호해 주셨는데 울컥했다"며 "너무 감사했다. 날 잊지 않고 기다려 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복귀전 당일 부모님도 야구장에 와 박진형의 투구를 지켜봤다. 박진형은 "경기를 마치고 전화 드렸다. 그냥 무덤덤한 척했다"며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죄송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부모님이 오셨을 때 좋은 투구를 보여드려 다행이다"고 전했다.
<에필로그>
박진형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이제 한 경기하고 인터뷰하나"라며 농담을 던졌다. 특히 선발투수 박세웅은 "뭐 한 게 있다고 인터뷰하노"라며 핀잔을 줬다. 박진형은 "아 왜~ 이게 텃세예요"라며 취재진에 고자질했다. 박세웅은 "진짜 텃세 한번 받아볼래?"라면서도 박진형의 얼굴에 붙어있던 날벌레를 떼줬다. 박진형은 "왜 그러냐. 텃세 부리지 마"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왼쪽부터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과 투수 박진형. 박세웅이 박진형을 놀리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왼쪽부터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과 박진형.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사진=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 롯데 자이언츠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