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용환주 기자) 백승호를 다음 시즌부터 잉글랜드 2부리그 챔피언십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웨일스 출신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이 이끄는 버밍엄 시티는 9일(한국시간) 영국 피터버러에 있는 웨스턴 홈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터버러 유나이티드와의 2024-2025시즌 리그 원(3부) 31라운드 원정 순연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버밍엄은 승점 95(29승 8무 3패)를 달성해 2위 팀이자 할리우드 스타 롭 메킬헤니, 라이언 레이놀즈가 구단주로 있는 렉섬(승점 81)과 승점 14점 차가 됐다. 심지어 버밍엄이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만들어낸 격차다.
24개 팀이 뛰는 3부 리그인 리그 원은 1, 2위 팀이 다음 시즌 2부 챔피언십으로 승격하며 3~6위 팀은 승격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격한다. 반대로 21~24위 팀은 4부 리그인 리그 투로 강등된다.
버밍엄은 승격 플레이오프 권인 3위 위컴(승점 78)과의 격차를 27점으로 벌렸다. 이제 6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위컴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최소 2위를 확보해 버밍엄은 승격을 확정 지었다.
백승호는 이번 경기 벤치에서 시작했다.
경기는 버밍엄이 이끌었다. 전체 61%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공 소유권을 확실히 잡고 있었다. 그리고 총 13개 슈팅을 시도했다. 피터버러는 39% 점유율과 총 5번 슈팅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공격 기회가 적었다.
선취골도 버밍엄이 터트렸다. 전반 19분 버밍엄 알피 메이가 골을 넣어 앞서갔지만, 3분 뒤, 피터버러 콰메 포쿠에게 동점을 허용했다. 전반 37분 테일러 가드너-힉맨의 결승 골이 터지면서 다시 리드를 잡았고 이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백승호는 후반 17분 투입됐다. 총 28분 활약했다. 그는 패스 정확도 18/19(95%), 볼 터치 27회, 크로스 정확도 1/2(50%), 정확한 긴 패스 1/1(100%), 볼 경합 성공 2회, 지상 볼 경합 성공 2/3(67%) 등 기록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은 백승호에게 평점 6.5점을 부여했다. 이날 버밍엄은 4명, 상대 팀은 3명의 선수를 교체 투입했다. 백승호는 교체 투입 선수 중 가장 평점이 높았다. 또 다른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는 백승호에게 평점 6.8점을 남겼다. 역시 양 팀 통틀어 교체 선수 중 가장 높은 평점이었다.
백승호도 올 시즌 35경기에 나와 1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팀 중원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3부 리그에서 곧바로 다시 2부리그로 복귀해 유럽 무대에서 주가를 높이게 됐다.
버밍엄이 승격했다. 축구 팬들은 지난 시즌 팀이 3부리그로 강등당했을 때 백승호의 모습을 다시 주목했다.
강등 직후, 백승호에게 여러 2부리그 팀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는 버밍엄에 남았고 심지어 장기 재계약까지 맺었다. 이는 최근 구단을 인수해 축구단 운영권을 쥔 미국 투자회사 '나이트헤드 자산운용'을 운영하는 톰 와그너와 또 다른 소수지분을 가진 전미풋볼리그(NFL) 레전드 톰 브래디의 영향도 있다.
백승호는 지난해 10월 버밍엄과 2028년 여름까지 재계약을 맺어 팀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백승호는 "난 버밍엄과 새 계약을 맺게 돼 정말 행복하다. 새 시즌이 시작된 이래 난 우리가 정말 정말 큰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매일 하는 것과 매 경기 뛰는 방식에서 사람들은 우리가 좋은 프로세스에 있다고 확인할 수 있다. 난 여기에 남는 것이 내 축구 커리어에 좋다고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팀은 한 시즌만에 잉글랜드 2부리그로 복귀했다.
버밍엄은 압도적이었다. 40경기를 치르면서 단 3패만 허용했다. 지난 3월 5일 볼턴 원더러스 원정 1-3 패배가 마지막 패배였다. 3부리그는 그들에게 너무 좁은 무대였다.
백승호는 다음 시즌 본격적으로 축구종가에서 날개짓을 펼친다. 2부리그는 승격 경쟁이 굉장히 극심하기 때문이다. 레스터 시티, 입스위치 타운, 사우스햄프턴 등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했던 3개팀이 챔피언십으로 고스란히 강등될 확률이 크다. 여기에 미들즈브러, 웨스트브로미치, 왓퍼드, 블랙번 로버스 등 과거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랜 기간 존재감을 알렸던 팀들도 승격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챔피언십에서 주전을 꿰차 활발한 활약을 펼친다면 백승호도 실력을 인정받고 태극마크의 정당성도 부여받을 수 있다.
첫 샴페인을 터트린 버밍엄은 이번에 싸운 피터버러와 13일 오후 11시 풋볼리그 트로피 결승전에서 단판 승부를 벌여 우승을 다툰다. 풋볼리그 트로피는 하부리그 구단끼리 참가해서 우승팀을 가리는 대회다. 이어 18일 오후 11시엔 크롤리 타운과 리그1 홈 경기를 벌이는데 크롤리전이 끝나면 리그1 조기 우승까지 확정지을 수 있다.
졸지에 3부리그로 떨어졌으나 일주일 간격으로 3차례나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긴 셈이다.
'코리안 더비'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챔피언십에는 엄지성(스완지시티), 배준호(스토크시티)가 활약하고 있다. 양민혁(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있다. 여기서 양민혁은 임대 신분이기 때문에 다음 시즌 원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로 돌아갈 리그에서 맞대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챔피언십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이 네덜란드, 벨기에 못지 않게 빅리그 전진기지로 삼는 무대가 됐다. 백승호의 경우 나이가 28살이어서 더 높은 리그로 가기에 제약이 있지만 버밍엄 핵심 미드필더로 맹활약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버밍엄과 함께 프리미어리그로 가면 된다.
백승호를 가리켜 "여기서 뛸 수준이 아닌 선수"라는 극찬이 맞는지 틀린지 검증하는 1년이 펼쳐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 버밍엄 시티
용환주 기자 dndhkr15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