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의 내부 다툼에 주장 손흥민만 고생하고 있다.
해트트릭을 앞둔 브레넌 존슨과 신입생 마티스 텔이 경기 막바지에 나온 페널티킥을 두고 언쟁을 벌여 토트넘 선수단에 불화설이 제기되자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은 해트트릭 기회를 놓친 존슨을 위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과 텔은 지난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24-25시즌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홈 경기 막바지 페널티킥 키커 선정 과정에서 다퉜다.
당시 토트넘은 존슨의 멀티골로 2-1로 앞서고 있었다. 추격골을 허용한 상태이기는 하나, 페널티킥이 선언된 시점이 후반전 추가시간이었기 때문에 경기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굉장히 낮았다. 때문에 존슨은 해트트릭을 완성하고 싶다며 동료들에게 페널티킥 키커 자리를 요구했다. 이 페널티킥을 얻은 것도 존슨이었기에 그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겠다고 주장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토트넘의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존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메로는 존슨에게서 공을 가져가 텔에게 주면서 존슨이 아닌 텔에게 페널티킥을 맡겼다. 존슨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페널티지역에서 빠져나왔다. 텔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으나, 텔의 득점을 축하하는 존슨의 얼굴에는 착잡함이 가득했다.
현지 언론들이 이 상황을 주목했다. 영국 언론 '풋볼 런던'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리고 경기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존슨이 페널티킥으로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첫 해트트릭을 만들 거라고 예상했지만, 텔이 차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을 찬 로메로가 강하게 관여했다"며 "존슨은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지만, 로메로는 텔에게 공을 준 이후 존슨에게 다가가 몇 마디를 하고 안아줬다"고 했다.
또 "존슨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실망한 상태였다. 제임스 매디슨이 그와 몇 마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드 스펜스도 존슨에게 다가가 그를 위로했다"며 존슨이 경기가 끝난 뒤에도 페널티킥 키커를 결정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존슨은 페널티킥이 선언되자 동료들에게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면서 "해트트릭"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이를 성공시키면 해트트릭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노팅엄 포레스트와 토트넘에서 뛰는 동안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경험이 없는 2001년생 선수가 욕심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을 찬 로메로는 존슨이 아닌 임대생 텔이 페널티킥을 차야 한다고 생각했다. 텔이 토트넘으로 임대된 이후 아직까지 득점을 터트리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벤치에서 이 과정을 모두 지켜봤던 손흥민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아쉬워하고 있는 존슨을 위로해줬다. 영국 매체 '팀토크'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손흥민은 존슨의 어깨를 토닥인 뒤 다시 한번 존슨을 불러 그를 위로했다.
존슨은 경기 후 "나는 당연히 페널티킥을 차고 싶었다. 상황이 복잡해지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다. 전에도 사람들이 내게서 공을 빼앗으려고 했는데, 그때 약간 불안했다"며 "경기가 거의 끝났다는 걸 알았지만, 누군가를 불안하게 하거나 누군가와 충돌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결정이 내려지면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은 토트넘 선수단 내부적으로 질서가 잡히지 않았다면서 토트넘의 분위기를 지적했다. 일부 팬들은 토트넘 내 불화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장 손흥민이 교체된 상태였기 때문에 부주장인 로메로가 상황을 중재해야 했는데, 로메로가 일방적으로 텔의 편을 들면서 논란이 생긴 것이다.
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페널티킥 키커를 미리 결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존슨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가 없다는 게 문제" 등의 의견을 표출했다.
현재 영국 공영방송 'BBC'의 축구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는 전직 프리미어리그 공격수 출신 트로이 디니는 '토트넘 홋스퍼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페널티킥 상황에서 저런 장면이 나오는 건 팀에 좋은 일이 아니"라며 "이 상황은 팀이 아닌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존슨은 좌절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토트넘은 지난달 AZ 알크마르(네덜란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지난해 12월 첼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도 키커 문제로 선수끼리 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알크마르전에서는 매디슨과 페드로 포로가, 첼시전에서는 손흥민과 매디슨, 포로가 프리킥 키커 자리를 놓고 언쟁을 벌였다.
사실 프리킥이나 페널티킥 등 세트피스 키커는 기본적으로 감독이 정하고,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들이 결정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토트넘 선수들이 키커 자리를 두고 다투는 경우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모습은 토트넘 내부적으로 이런 것들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고생하는 건 팀의 리더십 그룹이다. 특히 주장 손흥민은 최근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는데, 사우샘프턴전처럼 손흥민이 경기장 위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모두가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구단 내부적으로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