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환 기자) 김주찬은 옅은 미소로 입대 전날의 착잡한 마음을 애써 눌렀다.
6일 수원 삼성과 경남FC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6라운드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김주찬은 누가 봐도 내일 입대하는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김주찬은 최근 삭발한 이기제, 권완규보다 더 짧은 머리로 관중석 뒤편에 앉아 경기를 보고 있었다.
김주찬은 지난해 12월 병무청이 발표한 2025년 1차 국군체육특기병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4월7일 상무에 입대해 1년 6개월 동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상무에 합격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선수들도 대한민국 20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입대라는 단어에 대한 무게감은 느낄 수밖에 없다.
하프타임에 만난 김주찬은 당장 자고 일어나면 입대해야 하는데 심정이 어떤지 묻자 "오히려 좋다.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얼른 갔다 와야 할 것 같다"며 애써 웃었다.
김주찬의 옆에는 지난해 병역을 마치고 수원으로 돌아온 강현묵을 비롯해 군필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김주찬은 "형들이 '시간 빨리 안 간다', '가서 열심히 하고 와라', '다치지 않고 오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해 주셨던 것 같다"고 했다.
상무 입대는 선수들에게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당장 수원의 강현묵을 포함해 지금까지 상무를 거치면서 한 단계 발전해서 소속팀으로 돌아온 선수들은 손으로 다 세지 못할 정도다.
상무 생활을 통해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묻자 김주찬은 "성장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있다. 상무에는 경험 많은 형들, 실력이 갖춰진 형들이 많기 대문에 형들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곧 선임, 동기들이 될 형들을 보고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경쟁도 불가피하다. 현재의 상무는 K리그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수원에서 벌이는 주전 경쟁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어 있다.
김주찬은 "선수로서 경쟁은 숙명과 같다. 가서 경쟁하고 부딪히고, 경쟁이 안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2023시즌 수원이 강등되는 와중에도 K리그1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오르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수원의 '소년 가장'으로 불리기도 했던 김주찬은 수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하나다. 김주찬 역시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만큼 수원 팬들을 생각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가장 아쉬운 게 무엇인지 묻자 김주찬은 "수원 팬분들 앞에서 내 실력이나 기량을 많이 보여드렸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아쉬운 것 같다"며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입대하는 게 가장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김주찬은 이제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입대한다. 6일은 김주찬이 사회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김주찬은 평소 연락을 자주 하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 그리고 평소에 잘 챙겨줬던 수원 동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잠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과 많이 연락하고, 영상 통화도 많이 하면서 인사 드리지 못했던 사람들과 많이 연락할 생각"이라며 "그런 분들이 많이 생각난다. 수원에 계셨던 형들도 다 친하니까 형들께도 인사 한번 드리고 그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수원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