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리버풀의 공격수 다르윈 누네스가 팬들과 '밀당' 중이다.
직전 경기인 애스턴 빌라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고 아르네 슬롯 감독에게 태도까지 지적받은 누네스가 자신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리버풀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애스턴 빌라와 2-2로 비겼다. 무승부로 승점 1점밖에 추가하지 못한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 제동이 걸렸다.
경기는 초반 모하메드 살라의 선제골로 리버풀이 앞서 나갔으나, 빌라의 유리 틸레만스와 올리 왓킨스가 각각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으며 전반을 1-2로 뒤진 가운데 마쳤다. 후반 15분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동점골이 나오며 경기는 2-2가 됐다. 이후 리버풀은 결승골을 노렸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경기 종료 직전, 리버풀의 도미니크 소보슬러이가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누네스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골키퍼까지 벗겨낸 상황에서 누네스는 텅 빈 골문을 향해 슛을 시도했지만, 공은 크게 벗어나며 기회를 날렸다.
이를 본 선수들은 물론 리버풀을 이끌고 있는 아르네 슬롯 감독 역시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 그대로 중계 장면에 포착됐다.
이번 실수는 기대득점 값이 0.75로, 75% 확률로 득점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누네스는 이를 놓쳤다. 전 리버풀 공격수이자 현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로비 파울러가 "올해 우리가 본 것 중 최악의 실수 중 하나"라고 평가할 정도로 아쉬운 장면이었다.
경기 후 리버풀의 주장 버질 판 데이크는 인터뷰에서 "3-2로 앞설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애스턴 빌라의 경기력도 훌륭했지만, 우리는 좀 더 확실한 마무리를 해야 했다"며 누네스의 실수를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리버풀을 이끌고 있는 슬롯 감독 역시 "후반전에 있었던 기회를 봤다면, 우리 라커룸에서 가장 낙담한 선수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알 것"이라며 "소보슬러이의 선택은 완벽했다. 정말 큰 기회였다. 불운했고, 그는 또 다른 기회를 얻길 바랐다. 그런 유형의 선수는 두 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내가 용납하기 힘든 것은 누네스의 빅찬스미스가 아니라 그가 기회를 놓친 후 보여준 태도다"라며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졌는지 평소처럼 열심히 뛰지도 않았고, 팀을 돕지 않았다. 기회를 놓친 것에 지나치게 많이 실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누네스의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평소에 어떤 실수를 하던 선수들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던 슬롯 감독이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불량한 태도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슬롯 감독의 말을 의식했는지, 누네스는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기 자신은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자신의 헌신을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3주 전 다르윈은 최고였고, 팀에게 승점 3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어제, 나는 운이 없었고 골을 놓쳤다. 그러자 다시 나는 ‘최악’이자 ‘실패작’이 되었다. 나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누구도 내가 포기하는 모습은 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리버풀에 남아있는 한 그 마지막 날까지 내 모든 것을 쏟아붇겠다. 회복력!"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13분 후 그는 이 글을 수정했다. 글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겸손한 태도로 바뀌었다.
기존 글은 "나는 3주 전에도 최고의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나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누구도 내가 포기하는 모습은 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리버풀에 남아있는 한 그 마지막 날까지 내 모든 것을 쏟아붇겠다. 회복력!"이라는 글로 수정됐다.
팀의 주장과 감독이 자신에게 비판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낸 가운데, 이에 반박하는 글로 보일 수 있지만, 팬들에게 사과하는 글로 해석될 수도 있다. 글의 의도가 어찌됐든, 처음 올린 게시글을 삭제하고, 수정된 글을 다시 올리는 등 현재 그가 감정적인 상태임은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누네스는 2022년 여름 벤피카에서 6400만 파운드(약 1160억원)에 리버풀로 합류한 이후 꾸준히 득점력 부족 논란에 시달려왔다. 그는 리그 내 주요 공격수들에 비해 한참 밑도는 득점 수를 보이고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집중력 부족이 반복되고 있다.
누네스는 리버풀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리버풀 주요 공격수들과 비교했을 때도 그의 슈팅 정확도는 확연히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이런 누네스가 리버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 프로리그 구단들과 연결되었던 그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 공격수지만, 리버풀에서는 핵심 선수로 자리 잡지 못했다.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리버풀이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할지, 아니면 누네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X캡처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